"물에 빠진 자식 못 찾아주는... 이게 나라입니까"

[현장] 폭염 속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 촉구 오체투지

등록 2019.08.08 17:27수정 2019.08.0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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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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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긴급재난문자] 오늘 14시 00분 폭염경보, 최고 35도 이상,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

행정안전부로부터 폭염경보 긴급재난 문자가 온 건 8명의 스님이 막 자동차가 지나간 아스팔트 위로 온몸을 사정없이 뻗었을 때였다. 사지를 엎드린 채로 뻗어 코가 아스팔트에 닿았다. 아스팔트의 열기 때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목장갑을 낀 스님들은 목탁 소리에 맞춰 일어나서 6걸음을 걷고 다시 엎드렸다. 땀이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텔라데이지호(사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내 새끼를 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찾아달라고 애타게 부르짖었다. 그래도 정부는 찾아주지 않는다. 아무런 소리가 없다. 왜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우리 아들들 가슴에 꼭 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
(스텔라데이지호 일등항해사 박성배씨의 어머니 윤미자씨의 발언 중에서) 


스텔라데이지호, 1차 수색 성과없이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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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스님들이 8일 오후 광화문 세월호 광장부터 청와대 사랑채 앞까지 약 1.7km가 되는 거리를 오체투지로 갔다.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 수색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아직 침몰 원인도 모른다. 필리핀인 선원 2명이 구조되고 한국인 선원 8명과 필리핀 선원 14명이 실종된 상태다. 

스텔라데이지호는 문재인 정부 1호 민원이었지만 심해 수색조차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난 2018년 8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 수색을 결정하고 그해 12월 미국의 수색 업체 '오션 인피니티'가 1차 심해 수색에 나섰지만 9일 만에 성과 없이 종료됐다. 

오션 인피니티는 스텔라데이지호에서 데이터 칩 2개를 가져왔지만 그중 하나가 부주의로 훼손됐다. 오션 인피니티는 또 "유해 수습은 과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라면서 발견한 유해를 두고 오기도 했다. 그간 정부는 "유해 수습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또 다시 유가족들이 나서야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부터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2차 심해 수색 촉구를 위한 무기한 기도회에 들어갔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는 허영주 대표는 "4월 말 외교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지금껏 어떤 대답도 없다. 언제까지 시간만 끌 건가"라면서 "1차 심해 수색 때 발견된 유골이 소실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반드시 올가을에는 2차 심해 수색을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혜찬 스님은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 원인 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고가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혜찬 스님은 "저 바닷속에 있는 분은 우리 국민"이라며 "이번 오체투지가 스텔라데이지호 2차 수색을 하게 해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이후 사고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 "사람 좀 찾아달라는 것"
 

세월호 유가족 유경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 울부짖음 외면하는 일 없기를 바란다” 삼보일배에 동참한 세월호 참사 고 유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가족들의 애 타는 울부짖음을 결코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유성호

오체투지를 하는 스님들의 앞을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 5명이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유해 수습을 완수하라' '정부는 스텔라데이지호 2차 심해수색을 즉각 실시하라' '정부는 블랙박스 훼손 원인 밝혀내라'는 피켓을 들고 앞서 걸었다. 

이들의 뒤로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 구성원들과 세월호 침몰과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이들이 뒤따랐다. 이날 오체투지에는 유경근 전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유경근씨는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을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조끼를 입고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들을 따라 걸었다. 또 이날 오체투지에는 산재 피해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에서 온 고 김동준군의 어머니와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참여했다. 

유경근씨는 외교부 앞에 서서 답답하다는 듯 "사람을 좀 찾아달라는 거다. 부모의 심정으로 내 자식의 시신을 확인하기 전에 결코 죽었다고 믿을 수 없어 이렇게 울부짖고 함께하는 거 아니겠나"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포기한 정부였고 사람을 버렸기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 당해 감옥에 갇혀 있다"라며 "절대로 국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 약속 하나 믿고 문재인 정부를 선택했다. 국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 약속 지키시길 바란다"며 일갈했다. 

유경근씨는 "이미 자녀를 잃어본 아빠로서, 수년간 미수습자 찾겠다고 애타게 울부짖었던 가족으로서, 나는 이분들의 고통을 결코 외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산재 피해 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용씨는 "자식이 물에 빠져 찾지 못하고 있는데 그거 하나 못 해주는 게 나라냐"라면서 "권력과 돈이 없는 사람은 죽어도 말 한마디 못 하고 불평불만도 못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대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청와대 앞에 다다르자 법외노조 철회 조치를 요구하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을 보고 "힘내십시오"라고 외치기도 했다. 오체투지는 1시부터 2시간 동안 계속됐다. 이들은 3시경 청와대 사랑채 앞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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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청와대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며 삼보일배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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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는 삼보일배를 진행하던 중 잠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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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시민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스텔라데이지호 #오체투지 #조계종 #폭염재난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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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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