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사 누가 쓰는지... 모든 건 일본 잘못이다"

"반일 아니라 반 아베" 한일 시민단체 연대해 8.15 행사... 일본은 갑작스레 재판 절차 '훼방'

등록 2019.08.08 17:54수정 2019.08.0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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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임재성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박진숙 평화디딤돌 사무국장 등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시민사회, 재일동포와 함께 하는 광복 74주년 & 국제평화행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베는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온 시민사회계가 일본의 무역 보복을 한국 정부와 대법원 책임으로 돌리는 언론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는 8일 오전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아래 강제동원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론이나 방송 패널이 떠드는 소리가 제멋대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과정(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이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의 전범기업 배상책임 인정 판결로) 시작된 것 같은데 아니다"라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오랜 싸움을 설명했다.

"일본이 잘못했는데 사죄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니까 일본 국민들이 자기들이라도 피해자를 도와주며 일본 정부를 변화시켜야겠다고 해서 일본 변호사들이 1990년대부터 (법정싸움을) 시작했다. 그게 일본에서 패소하니까 일본 변호사들이 한국에서 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2005년 기자회견 열고 제소했던 게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에서 판결 났다. 피해자들이 왜 소송에 매달렸냐, 돈 몇 푼 받으려고 한 게 아니다. 재판으로 기록을 남겨서 후세대에 알리는 게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일본의 양심 있는 지식인, 변호사, 국민이 없었다면 이 재판을 성사시킬 수 없었다"며 "우리가 하는 활동은 일본과 한국의 미래, 평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 자체를, 이들의 손을 들어준 한국 대법원을,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이 대표는 "기사를 보면 내일모레 우리나라가 당장 망할 것 같이 쓰는데 어떻게 양심상 그런 기사를 쓰는지... 모든 것은 일본에서 비롯됐고, 모든 것은 일본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언론 성토장 된 기자회견 "일부 미디어가 악의적으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가 소송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8일 서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시민사회, 재일동포와 함께 하는 광복 74주년 & 국제평화행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아베 정부를 향해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을 촉구했다. ⓒ 유성호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또 '반일'을 강조하는 보도행태를 꼬집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8월 15일에 국제평화행진과 시민대회를 진행하는데, 꼭 강조하고 싶은 게 '반일집회'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일부 미디어가 악의적으로 반일로 보도하는데 강력히 항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반일이 아니다, 반 아베라고 확실하게 써달라"고 했다.

박진숙 평화디딤돌 사무국장은 "강제동원 희생자를 위한 활동이 단순히 한국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일본 시민사회의 연대를 소개했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미 1976년 단체를 결성, 강제동원 피해자 발굴을 시작하고 관련 역사를 한국과 일본에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박 사무국장은 "올해에도 동아시아 공동 워크숍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 약 70명이 모여 한국의 3. 1운동부터 촛불까지 약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고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얘기하는 장을 마련했다"라며 "이런 활동의 핵심에 일본 활동가들의 노력이 40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광복절 74주년 기념행사에도 함께한다. 8월 14일 오후 2시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국제회의'에는 야노 히데키 일본 강제동원 공동행동 사무국장과 우에다 케이시 '전몰자의 유골을 가족의 품으로 연락회' 활동가, 오키모토 후키코 '오키나와 한의 비' 모임 활동가가 참석한다. 광복절 당일 오전 11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민대회에는 재일동포도 연대발언을 할 예정이다.

화이트리스트말고도... 일본의 또 다른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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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공동대표와 임재성 변호사,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박진숙 평화디딤돌 사무국장 등 시민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강제동원 피해자, 일본 시민사회, 재일동포와 함께 하는 광복 74주년 & 국제평화행진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베는 강제동원 배상판결 이행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그러나 한일 두 나라 시민사회의 연대에도 일본 아베 정부의 '보복'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일본 정부의 대법원 판결 집행 방해를 소개하며 "수출통제(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비견할 서류통제"라고 표현했다.

지난 1월 대구지방법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대법원 승소 후 일본제철이 국내에 소유한 주식회사 PNR의 주식을 압류하겠다고 신청한 것을 받아들였다. 법원행정처는 이 압류결정문을 2월 7일 일본 외무성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5개월 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7월 19일 갑자기 반송했다.

임 변호사는 "신일철주금 소송만 해도 13년 동안 진행되면서 단 한 차례의 서류 반송이 없었는데 갑자기 (일본 기업이) 패소하자 일 외무성이 반송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 국가 안보나 주권을 해하는 일이 아니면 재판 관련 서류를 당사자에게 제대로 전해야 하고 ▲ 반송시 사유를 기재하도록 한 헤이그송달협약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또 "이것을 시작으로 강제동원 관련 일체 서류를 반송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불거진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홀대' 논란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6월 일본에 양국 민간기업이 기금을 출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정부의 '사전 합의' 주장과 달리 강제동원 피해자쪽은 "공식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명했다(관련 기사 : 징용 피해자 측 "정부 접촉 없었다" 주장에 청와대 "언급 않겠다").

8일 취재진은 임 변호사에게 '전혀 접촉이 없었냐'고 거듭 물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피해자들의 인권을 실현하는 것에 있어서 어떨지 의문이 있다, 입장문을 낸 것으로 갈음하고 충분히 소통해나가겠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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