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을 가축 등급표시하듯... 7군단 '아픈 병사 명찰' 충격

군인권센터, 육군 7군단 체력단련 지침 공개... “윤의철 중장, 장병 건강권 침해”

등록 2019.08.08 20:04수정 2019.08.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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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신촌 사무실에서 육군 7군단 인권 침해 집중 상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의철 중장이 군단장으로 있는 7군단에서 지난 2월 8일 직할 부대장에게 발송한 공문에는 환자들에게 병명 등을 적은 명찰을 목에 달고 훈련에 참여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 김시연

 

육군 7군단에서 꾀병을 막겠다고 환자들 목에 병명이 적힌 명찰을 걸고 훈련에 참여시키고, '특급 전사'가 되지 못하면 휴가나 외출을 제한하는 등 병사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민단체인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8일 오전 서울 신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 달간 진행한 육군 7군단 인권침해 상담과 제보 결과를 공개했다.

앞서 지난 6월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7군단에서 환자에게도 훈련 참여를 강요하고 '특급 전사'가 되지 못하면 휴가와 포상을 제한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7군단장인 윤의철 중장 해임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달동안 서명 참여자가 2만여 명에 그쳐 청와대 공식 답변은 없었지만, 군인권센터는 지난 7월 4일부터 육군 7군단 인권침해 집중 상담을 진행해 지금까지 95건의 상담과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훈련 때 병명 적힌 '환자 명찰' 착용 지시

제보 내용 가운데는 7군단 교육훈련처에서 지난 2월 8일 직할 부대장들에게 보낸 '일일 체력단련 추가 지침 준수 지시' 공문도 포함돼 있었다. 교육훈련과장이 발송한 공문에는 "체력단련 제한인원(환자 등)은 육안 식별 가능토록" 하라는 2019년 2월 7일 군단장 구두 지시에 따라, 부대장 승인을 받은 환자의 경우 '목걸이형 명찰'을 걸도록 하라며, 구체적인 명찰 양식까지 첨부돼 있었다.


뜀걸음(구보) 훈련을 할 때 부대장 승인 없이 걷는 인원을 '제로'화하겠다는 명분으로 환자를 명찰로 구분하게 하고, 뜀걸음 훈련에서 제외된 병사도 별도로 도보 운동을 시키라는 지시도 담겨 있었다. 가로 20cm, 세로 11.5cm 크기의 명찰에는 환자의 소속과 계급, 이름뿐 아니라 병명과 가료 기간, 담당 군의관 이름과 연락처, 부대장 이름까지 구체적 적도록 했다. 심지어 군단에서 부대별로 환자 TO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환자 수를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지휘관급 장교의 제보도 있었다. 의도적으로 훈련을 피하려는 일부 '꾀병 병사'들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진짜 환자들에겐 지나친 굴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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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8일 오전 서울 신촌 사무실에서 육군 7군단 인권 침해 집중 상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윤의철 중장이 군단장으로 있는 7군단에서 지난 2월 8일 직할 부대장에게 발송한 '일일 체력단련 추가 지침' 공문에는 환자들 병명 등을 적게 한 명찰 양식도 포함돼 있다. ⓒ 김시연

 

이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가축을 등급별로 하자 표시 하듯 환자들에게 낙인을 줘 수치심을 주겠다는 의도"라면서 "유대인에게 다윗의 별을 달고 다니게 한 나치가 연상된다"고 꼬집었다.

임 소장은 "질병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민감 정보에 해당하기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어 요즘은 병원에서도 환자들의 병상에 질병 이름과 환자명을 공개적으로 열거하지 않는다"면서 "아픈 것은 죄가 아닌데 목에다가 자신의 이름과 병명을 걸고 모두 쳐다보다는 가운데 연병장을 걷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지휘 행태인가"라고 지적했다.

"환자까지 행군 강요" 비판에 육군본부 "훈련 강하게 시킨 것 뿐" 해명

윤의철 중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윤 중장이 육군 28사단장(소장) 재임시부터 '특급전사'(체력 등급을 특급-1급-2급-3급-불합격으로 구분)를 달성하지 못한 병사들의 휴가나 외출을 제한했는데, 7군단 예하 부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인은 "윤의철 중장은 2017년 소장 시절 특급 전사만을 강요하면서 특급전사가 되지 못한 장병은 휴가와 외박을 제한"시켰고 "28사단장 시절 행군이 불가능한 수준의 아픈 장병에게도 행군을 강요하였으며 휴가 제한과 포상 제한으로 악명을 떨쳤다"고 주장했다.

윤 중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육군본부는 "지휘권 내에서 훈련을 강하게 시킨 것 뿐, 지휘권을 벗어난 일은 없었다"면서 "정상적인 지휘 활동의 일환으로 교육훈련을 강조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환자 명찰 논란 등에 대해 육군본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군인권센터에서 제기한 내용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태훈 소장은 "지난 2011년 뇌수막염에 걸린 훈련병이 행군 직후 사망한 사건 이후 급성기 환자는 특급전사 구보 등을 강요하지 않고 있다"면서 "윤 중장 행태는 군대 훈련이 지휘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변해가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환자 인식표는 윤의철 중장 지시로 만들었는데 육군본부가 몰랐다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고, 알았다면 인권 침해"라면서 "윤 중장에 대한 직무 감찰을 실시해 보직 해임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군인권센터는 7군단 관련 상담 내용이 방대해 사안별로 정리하는중이라며, 앞으로 기자회견이나 보도자료를 통한 추가 고발을 예고했다.
 
#7군단 #윤의철중장 #군인권센터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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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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