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누드에 약하다'는 교육부에 청소년들이 날린 일침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스쿨미투 이후' 보고대회... "학교 바뀌지 않아" 78.4%

등록 2019.08.10 16:38수정 2019.08.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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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교사가 다시 알게 모르게 학교로 복직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피해 학생들의 안전과 불안감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인가요?"

"청소년들이 직접 나서서 스쿨미투 문제를 해결하게 한 것에 대해 아주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정부는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스쿨미투 고발 이후 학교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78.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당사자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단체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위티)는 스쿨미투 고발 이후 1년을 맞이해 UN아동권리위원회에 보고하기 위해 369명을 대상으로 7월 8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학교가 바뀌었나"... '아니다'에 247명 대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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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혜화역 인근에서 '스쿨미투, UN에 가다2' 보고대회 '멈추지 않고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이 열렸다. 위티의 활동가 '재현'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유지영

 
369명 중 스쿨미투 고발 이후 학교가 바뀌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한 인원은 315명이다. 이중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람은 68명, '아니다'에 대답한 사람은 247명이었다.

설문조사 참여자들 369명이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점으로는 '가해 교사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300명), '학교 페미니즘 교육 활성화와 의무화'(212명), '신속하고 정확한 성폭력 실태 전수조사(132명) 순으로 나왔다.

1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혜화동 인근 카페에서 위티 주최로 열린 보고대회 '멈추지 않고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에서 해당 통계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그간 스쿨미투에 목소리를 내온 인천페미액션, 전교조 등 단체들이 나와 스쿨미투 운동의 성과와 페미니즘 교육 등에 대해 발제를 진행했다.

위티는 지난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단체로 스쿨미투 운동 등 청소년 인권과 관련된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 UN에 방문해 한국의 '스쿨미투'를 알리기도 했다.


위티는 2월 UN 아동권리위원회에 한국 아동들의 학교 내 성범죄 피해 현황을 알리고자 '아동에 대한 성적착취와 성적학대(스쿨미투)에 관한 NGO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이들은 9월 UN아동권리위원회 본심의에서 스쿨미투가 다뤄진다는 정보를 접하고 2차 보고서를 8월 중에 다시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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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혜화역 인근에서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의 주최로 '스쿨미투, UN에 가다2' 보고대회 '멈추지 않고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이 열렸다. ⓒ 유지영

 
위티는 스쿨미투 이후 교육부 등에서 내놓은 대책이 형식적이라면서 비판했다. 위티는 이러한 대책과 대응에 문제 의식을 느끼고 UN아동권리위원회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스쿨미투 관련 대책을 지난해 10월에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두 달이 지난 지난해 12월 스쿨미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위티는 이 스쿨미투 종합대책을 두고 "학생 인권 신장을 위한 정책이 부재하고 근본적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며 비판했다.

스쿨미투 운동 이후 교육부는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내 온라인 신고센터를 설치해 스쿨미투 사안을 신고하겠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사실상 신고센터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발표를 진행한 위티의 활동가 '재현'은 "학교에서는 신고센터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고 공인인증서 등 등록을 하게 해 접근성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여러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했던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올바른 여성의 옷차림을 고르라'는 등의 부적절한 내용이 담긴 2015년 성교육 표준안은 아직 폐기되지 않았다. 이날 보고대회에서 위티는 이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가해 교원의 징계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밝혔으나, 개별 학교와 교육청은 개인정보를 이유로 가해 교사의 처벌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위티는 ▲학내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 조사를 실시 ▲학생들의 젠더인권 침해와 혐오의 문제를 상담해줄 수 있는 상담인력 발굴 및 양성해 각 학교에 배치 ▲학내 성폭력 사안 처리 절차 및 과정, 결과를 피해자가 동의하는 선에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고지 ▲학생인권법 제정 ▲성차별적인 성교육 표준안 폐기하고 페미니즘과 다양성, 인권에 기반을 둔 '포괄적 성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성인지적 관점이 반영된 교육을 실시 등의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UN아동권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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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대회 '멈추지 않고 학교를 바꾸는 사람들' 웹자보 ⓒ 위티

 
#스쿨미투 #위티 #UN아동권리위원회 #청소년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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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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