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섬에 다리만 놓으려 하는가"

[꿈틀대는 섬 ②] '1004섬' 브랜드 만들어낸 박우량 신안군수의 꿈

등록 2019.08.12 08:33수정 2019.08.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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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약 4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다. 정부는 올해부터 8월 8일을 '섬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는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꿈틀대는 섬' 기획을 마련했다.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는 섬과 사람들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편집자말]

박우량 신안군수 ⓒ 서대승

 
전남 신안군은 대한민국에서 섬이 가장 많은 지자체다. 흔히 신안군을 '천사(1004)의 섬'이라 부른다. 하지만 신안군엔 1025개의 섬이 있다. 나무와 풀이 없는 섬 21개를 제외하면 1004개가 된다. 이를 착안해 '천사(1004) 섬'이라는 로컬 브랜드를 만들어 히트시킨 이가 박우량 신안군수다.

박우량 군수를 지난 5일 신안군청에 만나 '섬의 날' 제정의 의미와 과제를 물었다. 10일 오후엔 전화로 질문을 보충했다. 박 군수는 섬의 날 제정이 "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시발점"이라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섬 정책은 "섬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왜 섬에 다리 놓을 생각만 하냐"고 반문했다. "연륙교는 편리하지만, 연륙교로 인해 섬이 지닌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는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군수는 대안으로 "3천톤 급 전천후 여객선 취항"을 꼽았다.

올해 4월에 아시아 최초로 덴마크형 인생학교인 '섬마을 인생학교'를 민관협력으로 개교한 박 군수는 "청소년을 위한 인생학교와 대안교육 선생들을 위한 교사대학도 준비하고 있다"면서 "신안군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탐색하는 메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덴마크 시인 홀스트의 시 구절을 인용하면서 "섬에 사는 우리가 먼저 섬이 지닌 소중한 생태자원과 문화, 역사 자원을 지역자산으로 만들면 섬은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라면서 "신안이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와서 살아가는 자부심 넘치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꿈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울타리 없는 '하의도 찬사상 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는 박우량 신안군수. ⓒ 서대승


"섬에서 교통은 생명이고, 복지고, 경제다"

- 대한민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8월 8일이 섬의 날로 제정되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고, 또 섬에 대한 관심을 다양하게 가져야 한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바다와 섬에서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일례로 여행을 들어보자. 많은 분들이 해외 여행이나 제주도 여행 어지간하면 다 다녀보았다. 그나마 남아있는 여행지가 있다면 한국의 작은 섬들이다. 작은 섬들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 작은 섬에는 적은 비용을 투자해도 섬에 사는 주민이나 여행자나 모두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다."

- 정부의 섬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수립되어야 하나.
"섬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섬의 교통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섬에서 교통은 생명이고 복지며, 경제다. 섬을 쉽게 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플 때 바로 병원에 갈 수 있고, 안정적으로 섬의 생산물을 육지에 유통할 수 있다. 교통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물류비용이 적어야 이윤도 남고 그게 주민소득으로 남는다.

그런데 섬의 교통여건을 개선하자고 하면 무조건 다리 놓을 생각부터 한다. 왜 섬에 다리만 놓으려고 하는가? 연륙교 하나 놓으려면 수천억 원이 든다. 다리 건설비의 1/10만 들여도 풍랑주의보가 내려도 다닐 수 있는 3천톤 급 전천후 여객선을 한 척 만들어 운항할 수 있다. 연륙교는 편리하다. 그러나 연륙교로 인해 섬 고유의 정체성과 문화 등이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런 비유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문화가 경제인 시대다. 섬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은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자원이자 자산이 되고 있다."

- 신안군 차원에서 다양한 교통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그렇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설득해 100년 만에 전국 최초로 야간에도 여객선을 운항하게 했다. 육지에서는 밤에 버스 다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섬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하질 않나. 정기 여객선 항로가 없는 작은 섬에 '도선 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전국 최초로 '1000원 여객선'을 시범 운항했다. 종합적으로 검토해 '1000원 여객선'이라는 새로운 대중교통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지난 2007년부터 13년째 전국 지자체 최초로 '버스 완전공영제'를 실시해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는 공영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새벽 및 심야시간대의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수요응답형(DRT) 천사(1004)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하려는 주민이 콜센터로 전화를 하면 대기 중이던 버스를 운행시키는 방식이다.

이와 같은 선진적인 대중교통 정책을 배우겠다며 많은 지자체들이 우리 신안군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일개 지자체가 섬 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여객선 공영제'를 공약했었다."

- '천사(1004) 섬'은 성공한 로컬 브랜드 마케팅으로 손꼽힌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 신안군엔 1025개의 섬이 있다. 그 중 나무와 풀이 없는 21개를 제외하니 공교롭게 1004개였다. 천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왜 천사 섬이냐고 물어보면 '천사(angel)'와 '1004'의 중의적 의미를 설명해준다. 그렇게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짧게나마 우리 신안군을 설명할 수 있고, 또 들으신 분은 신안군에 대한 호감이 증가한다.

로컬 브랜드는 본래 지니고 있었던 정체성과 문화, 역사, 생태환경 등을 지역자산화 하는 것이다. 특히 접근성이 육지에 비해 떨어지는 섬은, 문화예술을 지역자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섬의 좋은 풍광을 보러 가는 것도 한두 번이다. 섬에도 문화예술이 있어야 여행자들이 다시 찾는다. 섬이 친근한 존재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예술이 있는 섬이라야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

야심찬 정책 : 섬마다 미술관, 섬마다 박물관
 

신안군 선도에서 올해 처음 열린 수선화 축제. ⓒ 신안군 제공

  
- '1도(島) 1박물관' 정책도 거기서 나온 것인가.
"그렇다. 섬마다 미술관, 섬마다 박물관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평화의 천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하의도에는 천사를 주제로 한 울타리 없는 '천사상(天使像) 미술관'을 개관했다. 자은도에는 이탈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은선 작가와 세계적인 건축 거장 마리오보타가 함께 참여하는 '인피니또(INFINITO) 조각공원'이 들어선다. 작품을 전시했던 공간을 그대로 살려 조각공원으로 하는 것이다.

민중화가 홍성담 화백의 고향인 신의도엔 '동아시아 인권·평화 미술관'을 준비하고 있다. 흑산도에는 흑산도 홍어와 홍어잡이 배를 모티브로 하는 '박득순 미술관'과 철새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서각 작품과 성 관련 목각 작품들로 꾸민 암태도 '에로스 서각 박물관'은 천사대교 개통 이후 하루 5000여명 가까이 찾을 정도로 인기다. 고대 해양플랫폼이었던 신안의 역사를 담아 '전통한선박물관'도 준비하고 있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답게 '생태유물전시관'도 준비하고 있다. 한국정치사를 사진으로 보는 '정치사진박물관'과 난의 고혹한 멋을 즐길 수 있는 '한국춘란박물관'을 준비하고 있다."

- 섬마다 꽃 관련 축제도 열고 있는데 생물다양성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있다.
"주민 소득 관점에서 봐주기를 부탁드린다. 임자도에서 처음으로 튤립 축제를 했다. 임자도 특산이었던 대파 값이 폭락해 주민 소득이 뚝 떨어졌다. 원하는 주민에 한해서 대파 심던 자리에 튤립을 심었다. 임자도 토양과 맞았기 때문이다. 구근은 팔고 꽃이 피면 축제를 해 주민 소득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연 선도 수선화 축제도 마찬가지다. 일괄적으로 수선화를 심은 게 아니다. 그 섬과 사연이 있는 수선화를, 원하는 주민에 한해 대체 작물로 밭에 심었다. 그래서 보리를 심기로 한 주민들 밭은 청보리로 푸르고, 수선화를 심은 주민들 밭은 수선화로 노랗고, 파란 바다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섬의 고령화 속도는 갈수록 가파르다. 섬의 농·어업인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대체작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나마 꽃이 축제와 구근 판매로 수익 구조를 확대할 수 있는 좋은 요소를 가지고 있다. 기왕 이렇게 시작한 거 역점 시책으로 하자고 해서 꽃(Flower)과 유토피아 (Utopia)가 합쳐 '플로피아'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초도엔 수국 축제를 하는데 상아제약과 협약을 맺어 알콜성 치매예방에 효능이 있는 섬 수국을 상품화할 예정이다. 이렇듯 모든 시책을 주민소득 우선, 주민소득 중심에 두고 하고 있다."

- 신안군은 섬으로만 이뤄졌다. 섬마을 신안군수로서의 꿈은 무엇인가.
"올해 4월에 아시아 최초로 덴마크형 인생학교인 성인용 '섬마을 인생학교'가 문을 열었다. 청소년을 위한 인생학교와 대안교육 선생들을 위한 교사대학도 준비하고 있다. 신안군은 한국 교육의 미래를 탐색하는 메카가 될 것이다.

덴마크 시인 홀스트의 시 중에 '밖에서 잃은 것은 안에서 찾을 수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밖에서는 섬의 진정한 가치와 소중함을 모르지만, 섬에 사는 우리가 먼저 섬이 지닌 소중한 생태자원과 문화, 역사 자원을 지역자산으로 만들면 섬은 '가고 싶은 곳'이 아닌 누구나 와서 '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우리 신안이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와서 살아가는 자부심 넘치는 곳이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4월 2일 섬마을 인생학교 개교식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박우량 신안군수와 오연호 대표를 비롯한 인생학교 관계자들. ⓒ 오마이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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