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 아수라장 된 경찰서 앞, 결국 끌려간 시민들

[영상] 홍콩국제공항과 침사추이 경찰서 앞 '송환법 반대' 시위

등록 2019.08.12 14:05수정 2019.08.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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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반대' 홍콩 시위 현장 ⓒ 정교진

 
"경찰이 다가오니 다들 도망쳐! 뒤로 후퇴해!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지마 위험해, 다들 잡히지 마!"

10일 홍콩 침사추이 경찰서 앞에서 만난 A씨는 자신이 '송환법 반대' 시위에 매번 참가한다며 텔레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위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몇 주 전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그중에는 임신한 여성도 함께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라며 "시민들을 지켜야 할 홍콩 경찰들은 이런 테러리스트들에 반응하지 않았다"라고 분노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대는 '홍콩 민주주의는 죽었다'라는 의미로 검은색 옷을 입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달 21일 홍콩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남성 100여 명이 시위 참가자와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백색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A씨는 시위대 가장 앞쪽에서 상황에 따라 지휘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주역 조슈아 윙과 동문으로 여러 차례 시위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미래의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 우리의 뜻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집회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멀리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인터뷰 중이던 그는 "관광객도 이 자리에 있으면 잡혀갈지도 모른다"면서 나에게도 "무조건 달리라"고 했다. 그렇게 경찰과 시위대간 추격전이 시작됐다.

조단역에서 거리를 좁혀오던 시위대 진압 경찰들은 반대쪽 큰 도로에도 배치되어 있었다. 시위대들은 경찰을 피하기 위해 골목 사이사이로 흩어지며 몸을 숨겼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놓치지 않았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는 시위대를 본 경찰 수십 명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퇴로를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히던 경찰을 피하지 못한 시위 참가자들은 곧 경찰에 체포되었다.

경찰을 피해 뛰던 A씨는 다급하게 한 술집에 들어가 단숨에 맥주를 들이켰고 경찰들은 그를 수상히 여기지 않고 지나갔다. 숨을 고르던 그는 향후 시위 일정 내용이 담긴 핸드폰을 보여주더니 "오늘 집회는 이렇게 해산하지만, 내일 우리들은 또 모여 '송환법 반대'를 외칠 것"이라면서 "우린 경찰의 폭력에 절대 굴복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1000여 명의 인파로 북적인 홍콩국제공항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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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밤 참사추이 경찰서 앞에서 진행된 '송환법 반대' 집회 모습. ⓒ 정교진


"Hong Kong freedom!"
"Hong Kong freedom!"


앞서 지난 9일 홍콩국제공항 주변은 늦은 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완전 철폐'를 요구하는 1000여 명의 인파로 북적였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된 인쇄물을 배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송환법 반대 이유를 알렸다.

홍콩에선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 100만 시위가 일어난 후 주말마다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로 주말 시위는 10주째를 맞았다. 이날 시위에는 유모차를 탄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정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완차이에서 시작해 애드미럴티까지 약 2시간가량 행진했다.

당초 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시위는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가 송환법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부터는 '진정한 보통선거 실시' 등을 요구하며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홍콩 시민들이 게릴라식으로 시위를 이어 가고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살포하는 등 과잉진압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또 홍콩 경찰 당국은 타이포와 윙타이신 지역 그리고 11일 있을 홍콩섬 동부 그리고 쌈써이포 지역의 시위는 허가하지 않는 등 시위를 원천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의 공식 철회 ▲시위대를 폭도 폭동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철회 ▲경찰의 유혈, 강경진압에 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직접 보통 선거를 비롯한 정치개혁 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 하루 동안 일어난 게릴라 시위에서도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시위 참가자들은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시위를 계속 벌일 것임을 알렸다. 홍콩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시위'는 돌아오는 주말인 17~18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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