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기르러 서울대 갔던 조국, '두꺼비'에서 장관 후보자로

[조국의 생각] 현실 참여하던 법학자, '검찰개혁' 실행자 될 수 있을까

등록 2019.08.13 08:25수정 2019.08.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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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3일 오전 9시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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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마련된 사무실 로비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그는 자신의 연구실을 "작고 견고한 성(城)"이라고 말했다. 또 스스로를 정치인이나 시민운동가, 철학자가 아니라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2년 전 자신의 성을 떠나 현실 정치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는 법무부라는, 7평짜리 연구실보다 훨씬 커다랗고, 어쩌면 더 굳건할 성 앞에 섰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다.

역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조국은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생각을 해왔을까. <오마이뉴스>는 그의 책 <진보집권플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와 언론 보도 등을 중심으로 조국의 생각을 정리했다.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자본주의 모순 비판... "경제적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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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5년 1월 13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학생이라고 가정하고 재임 기간 동안의 법률적 통치 행위에 대해 어떤 점수를 주겠나"라는 질문에 "이명박은 C마이너스, 박근혜는 D마이너스"라고 답했다. ⓒ 남소연

 
12일 오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대전'에 출전했다. 그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전복 집단에 몸을 담았던 사람이 법무부장관이 되는 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했다. 조 후보자가 1993년 울산대학교 법학과 전임강사 시절 옥고를 치른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 이야기였다.

조국 후보자는 이때 자신은 대한민국의 전복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계 극복을 꿈꿨다고 말한다. "자본주의 모순을 분명히 드러내고 독점재벌과 대결하는 운동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그의 평소 신념은 그를 남한사회주의과학원에 동참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1심은 조 후보자의 활동을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 활동으로 보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장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남한사회주의과학원이 사노맹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했을 뿐이라며 이적단체로 판단,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다.

자본주의 사회를 대하는 문제의식은 이후에도 변함없었다. 조 후보자는 2012년 <한겨레> 연재 코너에서 고 전태일씨의 동생 전순옥 당시 국회의원을 인터뷰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나라 중 한국만큼 독점자본의 무한독주를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요즘 재벌은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고 했다. 자신의 책에서도 "경제적 살인"이란 말을 써가며 많은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나 직업병 등으로 숨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위하여] '두꺼비'의 현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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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문재인-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발간기념 'The 위대한 검찰' 토크 콘서트에서 사회를 맡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김인회 교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선수 민변 회장(왼쪽부터)이 검찰개혁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고교 시절, 한 교사는 그에게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권유했다. 친구 중에도 "너는 딱 군인 체질"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었다. 하지만 혜광고 3학년 조국은 "가뜩이나 숨이 턱턱 막히는 사회와 학교분위기에 질렸던 탓에" 사관학교로 진학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사복을 입고, 편하게 머리를 기르고 싶었던 그는 1982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공법학과에 진학했다.

캠퍼스의 낭만보다 한국 현대사의 야만을 몸으로 겪던 시절이었다. 결국 조 후보자는 '비(非)고시파'의 길을 택했다. 학생운동에 점점 관심이 높아가던 대학교 2학년 때는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회보를 찾아 읽기도 했다.
 
"민청련의 상징은 두꺼비였다. 두꺼비는 알을 품으면 뱀을 찾아 나서 스스로 잡아먹히지만 그 알은 뱀을 자양분으로 부화해 마침내 뱀을 죽이고 수많은 두꺼비로 태어난다. 80년대 대학가에는 이러한 '두꺼비'가 되려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중략)... 이러한 과정에서 나도 작은 '두꺼비'로 변해가고 있었다."
-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중에서

'두꺼비' 조국은 현실에 뿌리내린 법학자로 거듭난다. 감옥을 다녀온 뒤에는 국보법을 더욱 고민하게 됐다. 이후 조국은 한국 사회에서 반공과 분단의 논리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빨갱이'라고 낙인찍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보법은 "친미, 반공, 분단, 자본의 논리를 일탈하는 사상과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며 완전한 폐지를 주장했다.

[살인검 휘두르는 검찰] 검찰개혁이라는 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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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맞댄 법무장관·민정수석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민정수석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11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설치법 제정 관련 당정청회의 개의를 기다리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조 후보자는 교수 시절부터 줄곧 검찰개혁을 외쳐왔다. 그는 지난해 1월 14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직접 권력기관 구조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1987년 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언급하며 "검사 개인은 진실을 밝히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검찰 전체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재직 때는 이명박 정부의 검찰이 휘두르는 칼을 '살인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권의 신뢰를 얻는 데 급급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검찰에게 미래는 없다. '검사(檢事)'들은 종종 스스로를 '검사(劍士)'에 비유한다. 이들은 수사권과 공소권이라는 쌍검을 휘두르며 범죄와 투쟁을 벌인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략)... 그 칼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칼이거나 권력의 의향에 따라 휘두르는 칼이라면, '활인검'이 아니라' 살인검'이라면, 검사의 손에 있을 필요가 없다."
-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 중에서

오랜 문제의식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의 길로 그를 이끌었다. 조 후보자는 청와대에서 권력기관 구조개혁을 주도하며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수사 지휘-통제에서 협력관계로 재설정해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는 등 검찰의 수사권을 분산하는 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

남은 것은 개혁의 실행이다. 관련 법안은 이미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탔다. 차기 법무부 장관은 여기에 반발하고 있는 검찰을 추스르고, 국회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조국 후보자는 이 모든 과제를 풀어내고, 스스로 "소명"이라고까지 한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 치열할 국회 인사청문회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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