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월급보다 적은 퇴직금, 이주노동자들이 받기 힘든 이유

퇴직금 출국 후 지급 제도로 590억 넘게 못 받아

등록 2019.08.13 17:42수정 2019.08.1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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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진행된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지급제도 실태조사 발표회에서 필리핀 이주노동자 공동체 카사마코 대표 존스 갈랑이 한 말이다. 성실근로자로 3개월 후에 재입국을 희망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재입국 후에 지급하겠다는 회사 대표의 말은 믿기진 않지만 그나마 양반이었다. "외국인은 퇴직금 없어"라고 하며 아예 지급할 생각이 없는 회사도 있다고 존스 갈랑은 전했다. 

이날 발표회는 고용허가제 15년, 출국 후 퇴직금 지급제도 5년을 맞아 712명으로부터 받은 설문 답변을 분석하여 보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사례 발표자들은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을 수령할 때 이주노동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실제 퇴직금과 상당한 차액이 발생해도 받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출국만기보험금은 영세업체가 1년 이상 근무한 이주노동자에게 퇴직금 등을 지급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이주노동자 전용보험이다. 이 보험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퇴직금 성격의 출국만기보험을 출국 후에 지급받는다. 출국 후 출국만기보험을 수령하려는 이주노동자들은 '출국예정사실 확인서', '거래외국환은행지정(혹은 변경) 신청서', '외국인근로자 전용보험금 신청서', '개인(신용)정보의 수집 이용 조회제공 동의서' 등 각종 신청 서류들을 출국 전에 준비해야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각종 서류를 준비해 출국에 앞서 공항 우리은행 창구에서 출국만기보험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를 이야기했다. 
"시중 은행에서 거래외국환은행 지정 등록이 안됐다는 것이었다. 신청인이 시중 은행에서 발행한 거래외국환은행 지정등록 확인서까지 갖고 있었는데, 등록이 안 된 이유가 있었다. 시중 은행 창구에서 신청자의 이름 철자를 잘못 등록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해당 은행에서 지정 등록을 해지한 후에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느라 다음날에야 출국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은행 측의 실수로 출국을 하루 미뤘는데도 출국만기보험 청구를 못했다는 것이다. 출국 예정일이 지났다는 이유였다."
한편 고용주 측의 악의적인 민원으로 출국만기보험 신청이 거부되는 경우도 많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출국 당일에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지급 보류 신청을 한 고용주가 있을 경우 출국만기보험 운영사인 삼성화재 측에서 고용주의 말만 듣고 지급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출국만기보험 자체를 납입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순천이주민지원센터 솔리나 수녀는 지적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선주들 중에는 어업 이주노동자의 이직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4개월에서 길게는 11개월까지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있다. 선주들은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안 당연히 출국만기보험도 납입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 변경이라도 할 경우 퇴직금 정산이 어려운 이유다." 

이주노동자 출국 후 퇴직금 수령제도 실태조사 발표회순천이주민지원센터 솔리나 수녀가 사례 발표하고 있다. ⓒ 고기복

 
한편, 출국만기보험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통상 임금의 8.3%를 매달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월 납입액은 실수령액이 아닌 당해연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퇴직금과 출국만기보험 차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1년을 일할 경우 한 달 평균 월급을 받게 돼 있는 퇴직금이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그보다 적은 퇴직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처럼 출국만기보험이 퇴직금 전액이 아니기 때문에 차액은 출국 전에 회사 측에서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도 고용주들은 차액 발생 자체를 부정하기도 하고, 성실근로자 재입국을 핑계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퇴직금 차액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발표회에서 드러났다. 

퇴직급여보장법과 근로기준법이 정한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가 아닌 '출국 후' 14일 이내로 돼 있는 이유는 2014년 7월, 새누리당 김성태, 김학원 의원 등의 발의로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개악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김성태 의원 등은 출국만기보험을 수령하고도 출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법안 발의 이유를 밝혔었다. 

퇴직이라는 사유 발생을 전제로 하지 않고, 출국을 전제로 한 퇴직금 지급은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 미등록자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국을 보류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소리는 시행 초기부터 있었다. 존스 갈랑은 퇴직금 미지급이 미등록 이주노동자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퇴직금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를 협박하고, 포기 각서를 요구하는 사장도 있다. 그렇게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자가 되는 경우를 봤다. 그들은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그런 선택을 했다." 
설문 조사를 분석했던 이주와인권연구서 이사강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상당수가 기본적 권리인 퇴직금을 제대로 수령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그 원인을 출국 후 수령하도록 하고 있는 출국만기보험에 돌렸다. 이 연구원은 복잡한 출국만기보험 신청 절차와 실수령액과의 차액 발생 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등록자를 줄이기 위한다는 핑계로 이주노동자 차별만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번 발표회 결과에 대해 오늘(13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보험금을 미수령한 경우 현지 고용허가제 센터, 송출기관, 대사관 등과 연계해 귀환 근로자의 연락처를 확보하여 미청구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올 6월말 현재 2만5930건, 총 590억이 넘게 미청구되었는데, 향후, 보험금을 신청하지 않고 출국할 경우 사전 등록된 해외 현지계좌로 자동 환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으며, 출국하기 전에 퇴직금 전액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업주교육 및 지도점검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련 단체들은 퇴직금 출국 후 지급 제도를 폐지해야 하며, 출국만기보험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미청구 출국만기보험 지급 노력을 촉구했다.

출국 후 퇴직금 지급 문제는 제도 시행 전부터 근로기준법 위반과 실효성 등에 의문이 제기돼 왔었다. 제도 시행 후에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이주노동자들의 애로 사항이 노출되었지만, 고용노동부는 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그에 대한 실태조사 또한 없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역시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적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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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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