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황망한 죽음이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

끝나지 않은 국가폭력의 그림자...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

등록 2019.08.17 11:29수정 2019.08.1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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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SNS 프로필 사진 배경에는 어머니와 함께 찍은 대여섯 살 무렵으로 보이는 어릴 적 사진이 남아 있다. 사진 속 부끄러운 듯 개구진 표정이 만나면 보이던 그의 표정 그대로다.

김대원.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이었던 이. 개중에 가장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다. 아프다고, 힘들다고 이야기 하지 않았다. "기억을 많이 지우려고 노력해서, 기억이 많이 지워진 것 같다"고 말했던 것처럼 가슴에 묵직한 돌덩어리야 없겠냐만, 둥그스름하게 잘 다듬어서 한구석에 두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다.

생지옥과 같았다던 용산의 불타는 망루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것이 죄가 되어, 뾰족하고 거친 돌덩이를 가슴에 품고 있던 그가 지난 6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견된 유서는 없었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그의 죽음에 가족들은 '용산참사' 사건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다. 참사를 겪고 생존해 옥살이를 한 이후 사람이 달라졌고 했다.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아 혼자 많이 힘들어 하는지도 가족 몇몇 외에는 몰랐다고 했다. 그의 황망한 죽음이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

"동네 자장면 값 다 올린다"는 자부심이 한순간에 꺾였다 

용산4구역에서만 13년간 중국 요릿집을 운영했다. 20대 중반에 시작해 2009년 당시 30대 후반 나이였으니, 그만큼 열심히 일했다. 사람들은 그를 이름대신 '공화춘'이라는 상호로 불렀다. "동네 자장면 값은 '공화춘'이 다 올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쳐서 일했다.

그런 그의 삶이 한순간에 꺾였다. 참사 이후 가장 바뀐 부분이 뭐냐는 2016년 인터뷰 질문에서 그는 "꺾였다"고 했다. "저는 아마 꺾인 것 같아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가 꺾인다 해야 하나? 예전에는 삶의 의지가 컸었는데…"라고 이야기 했을 때, 이미 그가 신호를 보냈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졌다. 그의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었다. 막개발로 내몰고 망루꼭대기로 토기몰이 하듯 몰았던 2009년 그 때처럼, 그는 죽음의 끝으로 내몰렸다.

우리의 억울함은 해원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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섶을 지고 불길로 뛰어든 경찰2009년 1월 용산 재개발지역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 가건물이 화재로 붕괴하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난 5월 말,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용산참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본 유가족이 문자를 보내왔다. 수사권한 없는 자체조사 방식의 재조사라 기대할 거 없다고 말해왔지만, 마지막일지 모르는 10년 만의 재조사 기회라는 초조함으로 결과에 대한 기대가 피해자들에게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억울한 피해자를 해원(解冤)"하는 것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출범의 의미 중 하나라고 법무부 장관이 말했지만, 우리의 억울함은 해원하지 못했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용산참사 조사결과에 대해, 2009년 당시 경찰의 무리한 진압과 검찰의 편파·부실 수사가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수사 권고는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철거민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관련 규정의 개선 권고에 머물렀다. 잘못은 있었지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앞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와 같이 검찰과거사위원회도 당시 긴박한 진압작전 개시의 필요성이 없었고 위험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안전을 도외시한 채 체포에만 집중한 무리한 진압이었다고 밝혔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또 무리하게 진압작전을 결정하고 졸속으로 작전을 변경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필요했는데도 당시 검찰은 경찰의 위법성에 대한 수사가 '의지가 없거나 부실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진압작전의 최종 결재권자인 김석기 서울지방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주요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경찰의 진압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경찰 지휘부나 경찰관들이 수사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은폐·축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진상규명의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는 현장 동영상 원본(6mm 테이프)과 무전내용을 사건 발생 직후 곧바로 압수수색 하지 않았고 경찰이 임의 제출한 CD만을 압수했다는 조사결과는 당시 검찰조사가 얼마나 편파적이었고 부실했는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경찰과 검찰 모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강제수사권이 없어 진압 지휘 책임자 김석기도 조사하지 못하는 권한의 한계가, 잘못은 있지만 책임은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되었다. 결국 2009년 당시도, 10년 후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와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도, 김석기는 단 한 차례도 조사받지 않았다.

누가 김대원을 죽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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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 의원, 강제진압 정당성 주장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2019년 1월 2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용산참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용산 남일당 철거민 진압 작전을 총괄했던 김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 남소연

 
10년 만에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의 사과를 받는다면 우리의 억울함이 풀릴 수 있을까? 설령 사과한다고 해도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물음에는 피해자들의 절망이 담겨 있다. 사과 권고가 내려진 몇 주 후 세상을 등진 김대원도 어쩌면 같은 질문을 남긴 것은 아닐까?

10년이 지나도록 과잉진압도 잘못된 개발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다.

오직 철거민들에게만 '참사'라 불리는 죽음의 책임을 온전히 뒤집어 쓴 채 살아가도록 떠민 경찰과 검찰과 건설자본과 국가가 그를 죽였다.

과잉진압과 편파수사가 드러났지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대한민국의 편파적 법이 그를 죽였다.

"지금이라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조사결과를 부정하며 독사의 혀를 날름거린 살인진압 책임자 김석기의 뻔뻔한 말과 태도가 그를 죽였다.

10년 만에 진행된 경찰과 검찰의 진상조사가 원통함을 풀어줄 것이라 믿었던 헛된 기대가, 10년이 지나도 규명되지 않고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으로 종결된 결과가 그를 죽였다.

생지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그를, 국가폭력이 다시 죽였다.

그의 죽음에,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피해자들의 물음에, 국가는 응답해야 한다. 경찰과 검찰 사과로, 여섯 명의 국민이 하루아침에 사망한 이명박 정권의 국가폭력 학살의 규명을 끝낼 수 없다. 국가폭력의 공범임이 드러난 경찰과 검찰뿐만 아니라, 국정원과 기무사, 청와대가 가담한 용산참사 국가폭력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국가폭력 진상조사 기구를 통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경찰과 검찰 조사위원회에서 밝혀내지 못한 의혹들과 진실에 대해 철저히 권한을 갖고 규명해야 한다. 10년을 절규해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화장한 김대원의 뼈를 산골 할 때 나비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었다. 그가 해원하며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하지 못한 답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이원호는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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