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달라지지 않았지만 한국 국민 의식은 강해져"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15] 평화의 소녀상 조각한 김운성 작가

등록 2019.08.16 18:41수정 2019.08.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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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 조각한 김운성 작가 ⓒ 이영광

 
최근 평화의 소녀상이 수모를 겪고 있다. 지난 7월 초엔 안산에서 청년 네 명이 소녀상에 침 뱉고 조롱하는 일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번 달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고 있는 대형 미술 전시회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소녀상을 출품했지만, 일본 극우들의 테러 협박으로 전시 사흘 만에 중단되었다.

소녀상 조각한 작가는 현재 상황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역 근처 커피숍에서 김운성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작가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국내외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수모를 겪고 있어요. 그 소식 들을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은 데 어떠세요?
"마음이 편치 않죠. 수모가 꾸준히 진행되는데 침 뱉고 엉덩이 흔든 거도 있고 봉투 씌운 것도 있고 그런 행동을 왜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희는 버틸 수 있지만 할머님들은 그런 걸 보지 않으면 좋겠어요. 할머님들은 소녀상을 본인들의 어릴 적 모습으로 생각하시고 본인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소녀상이 상처받으면 본인들 공격한다는 생각이 들으실까 봐 걱정되어서 할머니에겐 그런 정보가 안 들어가고 우리가 보고 해결하면 좋은데 할머니들에게 그런 소식이 전해져서 마음이 아파요."

- 지금까지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을 꼽으라면 언제인가요.
"공격과 수모를 직접적으로 받은 게 있지만, 그보다 더 아픈 건 글렌데일시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이 이걸 설치하기도 전에 방해를 시작한 일이에요. 그걸 이겨내고 설치했는데 그 다음은 미국 법에 고소해서 법정 투쟁을 해요. 꽤 오래 법정 투쟁했고 3심까지 저희가 다 이겼는데 일본에서는 이걸 없애 달라고 그렌데일 시장에게 로비해요. 사죄하고 반성해야 할 자들이 끊임없이 자기 잘못에 대한 증거를 없애 달라고 계속 이런 짓을 하니까 할머님들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일본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어요. 도둑이 제 발 저린단 식으로 자기 잘못을 뒤엎으며 평화의 소녀상을 없애려는 자체를 한 국가가 하면 안 되잖아요."

-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고 있는 대형 미술 전시회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출품된 소녀상 전시가 일본 우익들의 테러 협박으로 사흘 만에 중단되었어요.
"미술 현장에서 전시를 중단시키는 건 거의 없어요. 미술품 전시를 열고 평가는 관람자가 하는 거예요. 정말 위험하면 경비 인력을 늘려야 해요. 그리고 더 위험하면 경찰관이 있으면 되거든요. 그러나 그런 건 하나도 없어요. 그냥 전화가 왔고 누가 위험하냐면 자기네 직원들이 위험하대요. 저희가 꾸준히 봐왔지만 그런 거 없었거든요. 갑자기 기자 회견 열어서 자기 직원이 위험하니 전시를 중단해야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테러 협박범을 추적해서 잡아라. 왜 전시를 중지시키냐? 그건 잘못됐다'라고 얘기하는 중에 협박범 한 명 잡았대요. 그렇게 잡으면 되죠. 그리고 다시 전시를 해야 할 거 아니에요? 아직도 안 여는 게 이상한 거죠."

- 왜 그렇게 한다고 보세요?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되는 표현과 부자유전에는 평화의 소녀상도 있지만 그거 말고 일왕 반대하는 내용도 있어요. 그리고 오키나와 미군기지 세우려는 걸 반대하는 내용도 전시가 되어 있어요. 또 하나 일본의 양심 있는 사람들이 일제시대 때 강제동원 노동자들에게 나쁜 짓을 했으니 사죄하는 추모 위령비를 세웠거든요. 그러나 그런 일이 없었다며 그걸 없애려고 해요.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법정 투쟁하고 있는데 그걸 다 가렸어요. 그런 걸 가린 전시도 있고요.

일본이 평화헌법을 없애서 군대를 가지려고 해요. 아베 정권이 늘 이야기하는 건  선제공격권이라고요. 자위대는 방어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걸 보통 국가로 만들면서 선제공격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런 내용이 전시돼 있는데 이걸 못 보게 하려는 거죠. 저희는 이런 내용을 일본 시민 사회에 보여주고 이런 작품 통해 토론하고 싶은데 일본 정부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예요."


- 주최측은요? 그럼 처음부터 전시를 안 했어야죠.
"1년 전부터 준비해왔고 이런 정도는 전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와중에 가와무라라는 나고야 시장이 와서 전시를 보면서 이 전시회는 중지시켜야 한다고 얘기를 했고 바로 이어 중앙 정부의 스가 관방장관이 이런 전시에 예산 지원해 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정치인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일본 우익들이 SNS 통해 모이기 시작해서 중지된 거죠. 일본 사회에 표현의 자유가 있냐는 문제 제기가 표현과 부자유전인데 이걸 중지하며 일본엔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걸 자기들이 이야기한 거죠."

- 소녀상은 그냥 조각상일 뿐일 텐데 왜 일본 극우는 소녀상 설치를 막는 걸까요?
"예술품으로만 보면 되는데 일본에서는 아베 정권이 예술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반일의 상징으로 규정한 거예요. 평화의 소녀상 내용도 잘 모르며 반일의 상징이라고 하니까 말을 뒤집을 수 없는 거예요."

- 소녀상 조각할 때 반일의 의미를 담은 건가요(웃음)?
"평화의 소녀상에는 반일의 상징이 아니라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하는 뜻이 담겨있어요. 또 하나는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인들이 피해 여성들을 혹독하게 차별한 걸 반성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어요. 피해 여성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러나 우리도 욕했어요. 그걸 반성해야 한다는 두 가지가 있는 거예요. 반성이 평화의 첫걸음이 되는 거예요. 그런 내용을 평화의 소녀상에 넣은 거죠."

- 어떻게 만들게 됐어요?
"2011년 12월 14일이 할머님들 수요집회 1000회 되는 날이에요. 그걸 위해 정대협에 자주 드나드는 전주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세요. 그분이 할머님들 1000회 수요 집회를 기념하기 위해서 비석 세우자는 의견을 제시했나 봅니다. 저는 그걸 몰랐고 그 시간에 우연찮게 그 길을 걷게 됐어요.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더라고요. 무슨 소리인가 봤더니 일본 사죄하고 반성하라는 거예요. 이건 몇 년 전 어떤 할머니가 주장한 내용인데 아직 안 끝났나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미안하기도 하고 그동안 몰랐던 것에 대한 반성도 되고 왜 해결된 거로 생각했나란 미안함도 있어서 정신대 문제대책협의회를 제가 찾아가요.

그래서 '내가 미술하는 사람인데 해결 안 됐는지 몰랐다. 이 부분에 일조하면서 이게 잘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내 미안함을 덜어야겠다. 반성도 할 겸 미안함을 덜어야 하니 미안함 덜 수 있는 일을 주면 좋겠다. 뭐든 하겠다'고 했더니 거기서 그렇잖아도 비석 제작해 놓으려고 하는데 비석 디자인 해달라는 거예요. 비석 디자인하는 와중에 일본에서는 비석 세우지 말라는 거예요. 열 받았죠.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작품 전시를 중단한 거잖아요. 이것도 억압적인 건데 디자인이 아직 안 된 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건... 감히 어떻게 가해국이 피해자 국가에 할 수 있는지 열 받아서 정대협 다시 찾아갔어요. 그래서 '이 비석으로는 일본 제대로 혼내 주기는커녕 사과와 반성도 못 받을 거 같다. 제 전공이 조각이니 단 하루를 세워도 제대로 된 조각 세워봅시다'라고 이야기했어요."

- 소녀상은 어떻게 떠올리신 건가요?
"처음엔 할머니로 하려고 했어요. 왜냐면 할머님들 20년간 싸워왔잖아요. 할머님들이 일본 호통치고 혼내서 사과와 반성하는 디자인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저와 같이 작업하는 김서경 작가가 할머님들 어린 시절로 앉혀만 놓아도 저들이 부끄러워하고 반성하지 않겠냐고 해서 시작된 거예요."

- 되돌아보면 잘한 거 같나요?
"지금은 작가가 잘했다기보다는 소녀상은 20년간 할머니들이 싸워온 모습이고 할머님들 지켜준 거잖아요. 평화활동가나 연구자들이 없었다면 이게 안 나타났겠죠. 그 사람들 활동 결과물로 이게 나온 건데 그러다 보니 나름대로는 이분들 영향력 속에서 이게 만들어진 거라 잘 된 거죠. 그게 없었다면 문제도 안 되잖아요. 문제가 안 되면 해결도 안 되죠."

- 아베 정부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니 우리 국민이 한 번 더 신경 쓰도록 하는 것 같아요.
"그렇죠. 아베 정부는 의도하지 않았고 소녀상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 거예요. 그러나 소녀상 하나 없애니 두 개가 생기고 두 개 없애니 열 개가 생기고 그걸 없애니 80개가 된 거죠."

- 소녀상 어디 어디에 있나요?
"한국에 많고요. 다른 나라는 중국, 미국, 독일, 호주, 캐나다에 있어요. 외국인들은 일본군 성노예를 잘 몰랐어요. 그러다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며 알기 시작한 거예요. 글렌데일 시에 세우는 사람은 (글렌데일 시) 시장님이에요. 미국 사람인데 아르메니아계예요.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옛날 터키에서 300만 명이 죽어요. 강간도 있었구요. 그래서 시장님이 평화의 소녀상 세우며 아르메니아 이야기도 같이하고 싶었던 거예요. 세계 곳곳에 전쟁 안 한 나라가 없어요. 그러니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소녀상을 보며 늘어나는 거예요."

- 다큐 영화 <김복동>이 지난 8일 개봉했잖아요. 보셨어요?
"보긴 봤는데 뒷부분 반만 봤어요. 왜냐면 늦게 갔거든요. 다시 봐야 해요. 김복동 할머님께서 활동하시는 데 평화의 소녀상 데려가시는 게 많이 나오더라고요. 할머님이 평화의 소녀상을 당신처럼 생각하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보며 계속 생각 들었던 것은 할머님이 올 초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아직 이 문제가 끝나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할머님 말씀처럼 해결할 때까지 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14일이 위안부 기림일이에요. 그리고 1400회 수요집회가 열리는 날이죠. 소녀상이 수요집회 1000회 때 세워졌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났지만 일본은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데.
"할머님들이 20년간 수요집회 하면서도 달라지지 않았죠. 달라진 게 있다면 대한민국 사람들 의지가 강해진 것 같아요. 더 많이 알게 되고 행동하려는 사람이 많아졌고 평화의 소녀상이 외국에 다니면서 외국이 달라졌죠. 원래 일본이 세계적으로 어떤 이미지였냐면 잘 사는 나라, 예의 바른 나라, 민주주의 국가, 선진국이었는데 그게 다 무너지고 있어요. 일본은 전쟁 범죄 국가고 사죄도 안 하는 나라,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 언론도 약한 나라란 게 밝혀지는 거예요. 일본 자체가 수축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일본 사람들도 여기에 대해서 반감이 있는 거죠. 빨리 (일본) 정부가 반성하고 사죄하면 되잖아요. 일본 전체가 (아베 총리처럼) 그러는 게 아니거든요."

-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이어지고 있잖아요. 이 문제는 과거사 문제와 연결되는 데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일본이 더 경제 보복한 만큼 당하는 거 같아요. 대마도에 한국 관광객이 없는 거예요. 대마도가 타격받죠. 1년에 25만 명 정도 가는 데 그 사람들이 10만 원씩만 써도 얼마예요? 엄청난 돈이죠. 일본은 자기네가 물건 안 판다잖아요. 그럼 우린 안 사면 되죠. 일본이 생각한 게 뭐냐면 예전에 한국을 노예국가로 만들었다고 우리가 말 잘 들을 줄 알고 했는데 대한민국 국민이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촛불집회로 새로운 정권을 만들고 그런 자세를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감히 싸움 걸면 누가 이겨요?"

- 일본 화장품 회사인 DHC에서 막말했는데.
"딥클로징이라는 화장품 회사더라고요. 한국 사람이 많이 쓰는 화장품인 거 같아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했는데 문법도 안 맞아요. 거기도 한국에서 판매 다한 거 같아요. 힘이 닿는 데까지 (불매운동 해서) 그런 기업 계속 얘기해서 한국에 발 못 붙이도록 해야 할 거 같아요."

- 한국인 중에서도 위안부 폄하하기도 하는데.
"그 사람들은 내가 친일파라고 자기를 고발하는 거예요. 그들이 얘기하는 건 아베 총리와 논리가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요즘 평화의 소녀상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데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유능한 거 같아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때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그걸 너무 사랑해주고 감동적으로 봐주어서 그런 부분에 대해 너무 감사해요.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국민이 끝까지 같이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요."
#김운성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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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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