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하 표현 사용한 황교안·하태경 공개 사과하라"

[현장] 16일, 장애인단체, 인권위에 황교안 대표·하태경 의원 진정 제출

등록 2019.08.16 14:19수정 2019.08.1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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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이와 관련해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 강연주

 
"저는 농인입니다. 지난번 아이와 함께 TV를 보는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벙어리' 발언을 보게 됐습니다. 그 순간, 제 옆의 아이를 쳐다봤습니다. 제 아이는 저와 달라서 황교안 대표의 발언을 분명히 들었을 겁니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 벙어리라는 말을 명확히 모를 수 있지만... 전 순간 너무 놀랐고, 정말 너무 슬펐습니다."

청각장애인(농인) 송지은씨의 발언이다. 16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 '국회의원 장애인비하발언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에 참석한 송지은씨는 마이크 잡는 대신 손을 들어올렸다. 어두운 표정으로 수화를 이어가던 그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다.

"누군가에게는 (벙어리라는 말이) 다른 사람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말일 수 있지만, 그 말에 저희 장애인들은 크나큰 상처를 받습니다. 저는 제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하하는 수단으로 제 장애를 이용하지 않도록,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세상에 나와 외칩니다. 저에게, 저의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모든 장애인들에게 지금 당장 사과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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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이와 관련해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 강연주

 
발언을 마치자마자 송씨는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과 자유한국당은 공개 사과하라!!"고 적힌 피켓으로 얼굴을 가렸다. 송씨의 말이 끝나자 현장에서는 박수와 격려의 환호가 이어졌다.

이날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를 비롯한 6개 단체는 국회를 대상으로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장애인 비하 발언' 때문이다. 이들은 진정을 내기에 앞서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장애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 및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송씨가 언급한 사례는 지난 8월 7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며 '벙어리'라는 표현을 사용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규제에는 국무회의를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버렸다"는 발언이었다.

장애인인권단체 7곳은 해당 발언과 관련해 지난 8월 9일, 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당의 사과와 장애인 비하발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국당 측의 답변은 없었다. 도리어 일부 의원들은 장애인 비하 표현을 잇따라 사용했다.

"저희가 기자회견을 열고 난 지 이틀 후(8월 11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본인 페이스북에 똑같은 '벙어리'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갈수록 태산이었습니다. 이후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또한 그 표현을 사용하더니, 시각장애인을 비하하는 '외눈박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장애인의 인격을 무시했습니다. 사회적 지위와 인격까지 있는 분들이 정치인 아닙니까. 그들이 이런 말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통용하겠습니까?"

오병철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의 발언이다. 그가 말한 것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 8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과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글을 게시한 일이다. 황교안 대표의 '벙어리 발언' 이후 4일 만이다.

이어 두 의원의 발언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야당대표가 벙어리라고 비판하니 왜 벙어리가 되었는지 따져보지는 않는다"며 "관제언론은 벙어리를 장애인 비하라고 시비만 한다"고 반박했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만 쳐다보는 외눈박이 세상이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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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발언을 규탄하고 이와 관련해 인권위가 시정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구했다. ⓒ 강연주

 
오병철 센터장은 "벙어리는 언어장애인을 낮잡아 비하해 부르는 표현이고, 외눈박이는 한쪽 눈이 먼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이다"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이런(장애인 비하) 표현을 쓰지 말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할 정치인들이 법에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32조(괴롭힘 등의 금지)에는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있다. 장애인 비하 표현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러겠죠. 황교안이 장애인에게 때리길 했느냐, 물리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했느냐. '벙어리'란 말을 인용했을 뿐 아니냐. 하지만 이 벙어리라는 말 한마디, 이 세 글자가 가진 의미는 우리 장애인 당사자들에겐 그냥 지나칠 말도, 글자도 아닙니다. 우리의 삶과 영혼에 상처가 되는 말입니다."

현장에 참석한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폭력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일상에서 이런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치인들이 장애인의 삶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감히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젠 우리가 직접, 그들에게 이 표현의 심각성을 알려주려고 한다. 오늘 인권위에 진정을 내려는 이유다"고 말했다.

박 상임대표는 인권위도 지적했다. 그는 "인권위는 올해 2월 20일, 혐오의 사회를 극복하고 공존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혐오차별 대응 특별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며 "하지만 장애인 비하발언으로 혐오차별을 조장하는 심각한 상황에서는 단 한마디의 의견도 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권위는 장애인 차별에 가장 선두에 있어야 한다. 인권위가 우리사회의 혐오차별과 싸울 의지가 있음을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전 11시 50분께에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권위에 관련 진정을 제출했다. 진정 대상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그리고 문희상 국회의장이다. 박 상임대표는 "국회의장에게 무슨 책임이 있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국회의원들의 자질을 관리하는 책임자의 자리다"라며 "장애인 혐오를 강화시키는 국회의원들의 상화에 대해 문희상 국회의장도 이를 통감하고, 문제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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