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기적과도 같은 삶을 살았구나

서거 10주기 앞두고 찾은 전남 화순 ‘김대중기념공간’... 주요자료 가득

등록 2019.08.18 12:12수정 2019.08.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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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대중, 사진·영상전’이 열리고 있는 광주 김대중컨밴션센터 로비 ⓒ 조종안

 
"그가(김대중이) 대통령이 된 이후 나는 남북 화해를 위해 그와 함께 일하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전쟁 이래, 그의 햇볕정책만큼 평화를 위해 희망을 줬던 적은 없었다. 힐러리와 나는 우리의 좋은 친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할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많은 국민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민주주의 지도자가 아니라 친북인사 또는 용공 분자인 것처럼 잘못 보았다. (줄임) 그래서 대통령이 되기는 했지만, 국민의 지도자로 당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에서 그런 것처럼 나라 안에서도 국보급 지도자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노무현 대통령 저서 <운명이다>에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로비에서 열리고 있는 '아! 김대중, 사진·영상전'에 갔다가 읽고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관계는 전·현직 대통령보다 정치적 '사제지간'으로 보는 게 더 어울릴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도 생전에 '스승 같은 분'이라 밝힌 적이 있다. 

군사독재 시절(60~80년대). 네 번의 죽을 고비와 6년의 감옥 생활, 10년여의 망명 및 가택 연금을 당하면서도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였고, 1997년 12월 대선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으며,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혼신을 다했던 김대중 대통령(1924~2009). 그의 서거 10주기를 맞아 서울과 지방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가 열리고 있다.

DJ 관련 주요자료 가득한 '김대중기념공간'
 

전남 화순군 도곡면 온천2길에 자리한 김대중기념공간 ⓒ 조종안

 
전남 화순군 도곡면 온천2길에 자리한 '김대중기념공간'에 들렀다. 이곳은 김대중광주전남추모사업회 정진백 회장이 수십 년 전부터 수집해온 김대중 대통령 관련 자료들을 정리, 전시해놓은 문화공간이다. 2012년 5월 개소식을 가졌으며 해마다 '김대중 평화아카데미'를 비롯해 심포지엄, 각종 작품 전시회, 음악회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정 회장은 "일생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온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역사를 기념하고 고귀한 사상과 정신을 계승하고자 기념공간을 마련했다"라며 "김대중 정신을 아름답게 구현하고 지역의 사회,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며, 인접 시군 주민들과의 소통 및 화합을 도모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김대중 연보'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1924년 1월 전남 무안군(현 신안군)에서 태어나 2009년 8월 삶을 마감하기까지 꼼꼼하게 정리된 기록이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보는 듯하다. 납치, 연금, 망명, 사형선고, 15대 대통령 취임, 남북정상회담 개최, 노벨평화상 수상 등에서는 '기적과도 같은 삶을 살았구나!'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인문 사회과학 및 교양 도서가 가득한 열린도서관 ⓒ 조종안

   

다양한 영상 상영과 학술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회의실 ⓒ 조종안

 
김대중기념공간은 정 회장 보유자료(김대중 육필원고, 어록, 역사 기록화, 서예작품 등) 및 작가들 작품을 전시하는 평화갤러리(1층), 2만여 권의 장서(인문 사회과학 및 교양 도서)가 비치된 열린 도서관, 김대중 다큐멘터리(교육용, 연구용) 상영과 학술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다목적 회의실 및 시청각실(2층)로 구성되어 있다.

정 회장은 "평화갤러리에서는 상설기획전을 진행하고 있으며 열린 도서관은 이름에 나타나듯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학습 공간이다. 이곳은 김대중 대통령 애독서도 판매하는 등 소통하는 북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다목적 회의실 및 시청각실은 80여 개의 객석과 음양 시설, 프로젝터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다"라고 덧붙인다.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김대중 평전' 집필 중
 

그동안 추진해온 행사에 대해 설명하는 정진백 회장 ⓒ 조종안

 
정진백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사)행동하는양심광주전남협의회 회장을 겸하면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 추진해오고 있다. 김대중기념공간 1층 평화갤러리에서는 서기문 전남대학교 교수 특별 초대전 <동행-민주 평화 그리고 희망>(6월 15일~7월 31일)에 이어 이달에는 조현수 화가 초대전 <그리다 그리우다>(8월 8일~31일)이 열리고 있다.

정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 서거 10주년이 되는 올해 이희호 여사마저 떠나보내는 큰 슬픔을 맞고 있다"라며 "이곳을 찾는 분들이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해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는 인물들과 잠시나마 동행하면서 작은 위로와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라고 말한다.
 

관람객들이 평화갤러리 전시회를 돌아보고 있다 ⓒ 조종안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중 활짝 웃는 남북 지도자(김대중·김정일), 아내이자 민주화 동지였던 이희호 여사와 동행, 만델라와 김대중 대통령, 한국과 미국의 참다운 지식인 리영희와 촘스키의 대화, 노동자의 날(5월 1일)을 만든 미국 헤이마켓 열사들과 전태일 열사의 가상적 여행, 중국 혁명 지도자 쑨원(孫文)과 김구 선생의 대화 등이 눈길을 끈다.

오래 전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생애와 정신, 공적 관련 자료를 수집해온 정 회장은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김대중 평전'을 집필 중이다.

한 시대 증언하는 책자 펴내 
 

정 회장이 40년 넘게 모은 스크랩 북 ⓒ 조종안

 
정 회장은 전남 함평 출신이다. 그는 1971년 대통령선거 때 야당 후보였던 김대중 유세에 빠져들기 시작, 이후 '김대중맨'이 됐다. 신군부 군홧발에 무자비하게 짓밟혔던 '서울의 봄(1980)' 때는 전북 정읍까지 쫓아가 김대중 유세를 들었다. 책상 깊숙이 보관하고 있는 스크랩북의 색 바랜 옛날 신문들도 그때부터 모으기 시작하였다.

열혈 청년 정진백은 1981년 도서출판 '남풍'을 설립한다. 이후 5·18민중항쟁, 북한 바로알기운동 관련 사회과학 서적을 펴낸다. <우리는 결코 둘일 수 없다>, 김남주 옥중시집 <조국은 하나다>, <레닌과 아시아 민족해방운동>, 제1회 5·18민중항쟁 학술대회 간행물인 <역사와 현장> 등이 그것이다. 제목에서조차 남북 분단과 암울했던 군사독재의 아픔이 느껴진다.

1991년 서울에서 월간 <사회평론>을 창간하였고, 김대중의 대통령선거 출마를 놓고 찬반 여론이 엇갈렸던 1995년 4월에는 영남 패권주의에 맞서 김대중 대통령의 정계 복귀를 정당화하는 정기 간행물 <사회문화리뷰>(월간지)를 창간, 김대중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1997년 12월까지 30호를 발행하고 자진 폐업한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10월 전남대학교에서 김근태 전 의원 등을 초청하여 추모 강연을 열었다. 이듬해(2010) 서거 1주기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초상 작업과 함께 서울 한국미술관에서 이희호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김대중 대통령 어록전을 3주간 열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 나라에 촛불이 밝혀졌던 2016년 12월에는 이장희, 정영일, 김준형 등과 함께 <위대한 한국민, 전진하는 역사-박근혜 최순실 세력 퇴진 시국선언문>을 펴내기도 하였다. 아래는 당시 정 회장의 회고.

"개인적으로 출판 인생 40년이 돼간다. 출판업자의 본능이랄까. 기록으로 남을 만한 출판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런데 2016년 늦가을 학생,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그 선언문들을 모으면 한 시대를 증언하는 좋은 교훈서가 되겠다는 생각에 여러분과 상의 끝에 발간하게 됐다." 

◇ 정진백 회장의 주요 저·편저
<김대중 대화록>, <김대중 어록>, <위대한 한국인 전진하는 역사>, <성자의 삶-청화 큰 스님 일대기>, <대중아 물이 거꾸로 흐른다-불교 사상서>. <분단 시선집>, <다산학 논총>, <조운문학전집>, <조국은 하나다-김남주 옥중시집>, <진리의 길-청화 큰 스님 어록>, <호남학의 세계>, <정의로운 역사, 멋스러운 문화> 등.
#김대중 기념공간 #정진백 #김대중 추모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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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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