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입장 대변하는 뉴라이트, 이영훈 교수의 조급함

[해설] 미·일 신보수는 자국 이익 추구하건만... 한국 뉴라이트는 왜?

등록 2019.08.19 07:20수정 2019.08.19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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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세 나라 정치가 상호 연동되다 보니 삼국 내에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미국의 네오콘과 유사한 그룹이 시차를 두고 한국과 일본에도 나타난 일이 그중 하나다. 네오콘에 상응하는 집단이 한국에서는 뉴라이트로, 일본에서는 신우익(신보수)으로 출현하게 된 것이다.

'뉴·네오·신'으로 불리는 점은 같지만, 그들 각각이 제 나라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같지 않다. 네오콘은 조지 부시(아들 부시) 행정부 때 정치적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약해졌지만, 아직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 하얀 콧수염을 달고 백악관에 근무하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건재가 그것을 보여준다.

일본 신우익의 처지는 훨씬 낫다. 이들은 여전히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2001~2006년)과 아베 신조 내각은 이들의 집결장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자기 나라를 군사대국화의 험로로 끌고 가고 있다.

반면, 한국 뉴라이트는 초라한 편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빛을 봤지만, 2016년 연말의 대격동을 겪은 후 움츠러들고 있다. 이들은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한 단적인 증표 중 하나로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전 서울대 교수)이 지난달 펴낸 <반일 종족주의>를 들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느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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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이승만TV에 출연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 이승만TV

 
이 책은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위안부·독도 등에 관한 이영훈 이사장의 종래 견해를 되풀이하거나 정리해놓은 서적이다. 그는 시대 변화에 민감해야 할 '학자'다. 촛불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종전 주장을 반복하는 책을 내놓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스승인 안병직 서울대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의 상징인 자신의 위상을 감안했다면, 촛불혁명 이후 보수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뉴'뉴라이트적인 책을 내놓았어아 했다. 세상이 바뀐 지 근 3년이 다 돼가므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책을 준비할 만한 시간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책을 내놓았으니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계기로 한·일 역사문제가 급박하게 전개되고,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한국 사회가 역사청산을 가속화하면서 그가 조급증을 느낀 것은 아닐까. '반일 민족주의'도 아니고 '반일 종족주의'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데서도 그런 정서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표지의 저자란에 '이영훈 외'라고 쓰인 <반일 종족주의>는 25편의 소논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영훈 교수의 글은 8편밖에 안 된다. 급박하게 변하는 상황에 서둘러 대응하려는 그의 성급함이 낳은 결과일 수도 있다. 기울어진 축구장 아래쪽에서 '슛'을 쏘아 올려야 하는 뉴라이트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네오콘 및 일본 신우익과 비교할 때, 뉴라이트의 운명이 더 어둡다는 점은 이들의 태생적 한계에서도 추론할 수 있다. 이들의 등장 배경을 네오콘 및 신우익의 등장 배경과 비교해보면, 뉴라이트가 점점 더 암울한 미래에 직면하게 되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신우익의 탄생
 

68운동의 한 장면. 사진은 독일의 68운동. ⓒ 위키백과

 
뉴라이트 대표자인 안병직 교수와 이영훈 이사장이 한때는 좌파 운동권이었던 것처럼, 미국 네오콘도 원래는 그랬다. 네오콘 대부인 라이오넬 트릴링도 본래 진보주의자였다. 다니엘 벨, 어빙 크리스톨, 어빙 하우 같은 1세대 네오콘들도 마찬가지다.

운동권 출신인 이들이 보수로 갈아탄 가장 큰 요인은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이자 사회변혁 운동인 68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68혁명 뒤에 진보가 보여준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이들이 보수파로 전향하는 데 기여했던 것이다.

정상호 한양대 교수의 논문 '미국의 네오콘과 한국의 뉴라이트에 대한 비교 연구: 정책이념·네트워크·정책의 형성 및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는 네오콘의 등장과 관련해 "결정적 요인은 미국 역사상 남북전쟁 이래로 가장 심각한 체제 도전으로 기록된 68혁명이었다"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학생 시위로 촉발된 미국의 68혁명은 1968~1969년 동안 사립대학의 70%, 국립대학의 43%에서 전례없는 심각한 학내 소요를 발생시켰다. 학내 문제와 베트남 반전 시위로 촉발된 미국의 68혁명은 흑인 민권운동과 신좌파운동과 결합되면서 1970년대 초에는 대안문화나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정치적 급진주의로 발전하였다."
- 한국정치학회가 2008년 발행한 <한국정치학회보> 제42집 제3호.


마지막 문장에 언급된 '대안문화나 생활양식'이 운동권 일부를 실망시켰다. 이들이 바로 미래의 네오콘들이다. 위 논문은 "하버드대 역사학과의 맥거 교수가 네오콘의 발흥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주목하였던 것은 바로 이 지점"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특히 이들 (미래의) 보수주의자들을 분노시킨 것은 당시 대학과 자유주의적 지식인 사회의 지배적 풍조로 대두되었던 반(反)문화였다. 마약, 성 혁명, 로큰롤, 동성애로 상징되는 당시의 히피 문화는 기성 체제에 대한 근본적 변혁이라기보다는 개인적 해방의 추구라는 성격이 강했지만,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60년대의 급진적 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바로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68혁명의 본질로 주장하였던 '문화와 정치의 거대한 융합' 즉 정치적 급진주의와 문화적 다원주의를 미국의 중심적 가치체계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인식하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조직화가 네오콘의 등장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신보수가 본격 등장하게 된 계기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불리는 1990년대 상황이다. 일본 경제가 침체된 1991~2002년 기간에, 이들은 일본의 자존심을 되찾고 과거의 영광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전면에 나섰다. 평화문제연구소가 2007년 발행한 <통일 한국> 제279권에 실린 이준규의 '일본 신민족주의와 신보수주의: 아베 정권과 일본 신보수의 면면'에 이런 해석이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의 경제적 불경기와 2000년대 신자유주의적 개혁의 과정을 거치면서 붕괴되어버린 일본 전후(戰後) 시스템과 그로 인해 초래된 사회적 불안감이 일본의 자부심, 민족과 전통의 중시, 애국심 등을 주창하는 '신보수+신민족주의적' 정치세력의 사회적 기반이 되고 있다."

네오콘은 68혁명 이후 진보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이 최대 원인이 돼서 등장했고, 일본 신우익은 1990년대 경기침체에 맞서 국가적 자존심을 찾겠다는 의욕이 최대 원인이 돼서 등장했다.

한편, 한국 뉴라이트 출현의 최대 요인은 소련 및 동구 공산권 붕괴와 북한 경제위기로 지적되고 있다. 그 같은 공산권 현상을 보면서 이들이 좌파를 청산하고 우파 '완장'을 차게 됐던 것이다.

박태균 서울대 교수의 논문 '뉴라이트의 등장과 역사인식 논쟁'에 그 점이 설명돼 있다. 이 논문은 2006년에 <시대정신> 재창간호에 실린 안병직 교수의 '재창간사: 뉴라이트 운동을 전개하며'와 관련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 글에서 안병직 교수는 뉴라이트적 역사인식의 핵심적인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북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나라는 북한과 같이 자주노선을 추구하게 되면 자멸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국제협력 노선을 추구하게 되면 자유와 번영의 길로 들어설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결과론적 인식으로 1990년대 이후 동구와 소련의 공산정권 붕괴 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몰락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우파나 보수 진영으로 이동하게 되었던 기본적인 배경이 되기도 한다."
- 새얼문화재단이 2007년 발행한 <황해문화> 제56호.


공산권의 붕괴나 경제 위기를 보면서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한 것은 실리적 선택일 수도 있다. 이에 관한 가치 판단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뉴라이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이로 인해 부채질되는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심이 그들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 및 역사청산' 이라는 시대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상 전향의 계기가 됐던 공산권 및 북한에 대한 인식이 이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일본과 달리 유독 한국의 뉴라이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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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 책표지. ⓒ 미래사


네오콘과 일본 신보수는 자국의 번영을 추구한다. 그들의 논리가 그것과 충돌할 이유는 별로 없다. 잘못된 부국강병론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런 지향으로 인해 그들은 적어도 자기 나라 안에서는 최소한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한국 뉴라이트는 대북 적대감 때문에 한반도 평화 국면에 동참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동맹에 과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일관계와 식민지배 문제에서까지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국면뿐 아니라 지금의 대일관계에서도 국민 대중과 호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국 보수가 촛불혁명 이후에도 계속 생존하려면 '뉴라이트'에서 한걸음 나아가 '뉴'뉴라이트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옛날 이야기'를 책에 담아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네오콘이나 일본 신보수에 비해 한국 뉴라이트의 미래가 더 어둡다는 전망을 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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