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예술제 감독 "협박자 특정돼야 소녀상 전시할 수 있어"

협박 편지만 770건.. '아이치 트리엔날레' 쓰다 다이스케 예술 감독, 사실상 전시 재개 '포기'

등록 2019.08.18 15:28수정 2019.08.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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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의 아이치 트리엔날레 '평화의 소녀상' 전시 재개 관련 보도 갈무리. ⓒ NHK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예술 감독이 모든 협박자가 특정되어야 평화의 소녀상을 다시 전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도통신,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7일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은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행사에서 소녀상을 전시한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 기획전 재개의 조건으로 협박 편지를 보낸 모든 사람이 특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치현이 지금까지 경찰에 신고한 협박 편지가 총 770건으로 모든 사람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소녀상을 다시 전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지난 1일부터 '표현의 부자유전, 그 이후' 기획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우익 세력의 거센 항의와 테러 협박을 받아 결국 사흘 만에 전시 중단을 결정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국가보조금 내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예술에 대한 '검열' 논란이 벌어졌고, 여러 시민·예술단체들이 반발하고 다른 작가들도 작품 전시를 철회하며 소녀상 전시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주최 측은 16일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검증위원회를 열었고, 로버트 캠벨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토론과 표현이 설 자리를 잃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라며 "일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포퓰리즘과 분열의 한 가운데 서는 것은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작품의 원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자극적인 반응이 확산되고 있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는 전시를 협박으로 중단시킬 수 있다는 착각이 벌어지고 있다" 등의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쓰다 감독은 이 자리에서도 모든 협박자 체포, 전시장 경비 강화, 항의 전화 대응책 마련, 작가와 시민 간의 토론에 의한 합의 형성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장애물이 상당히 높다"라고 밝혔다.

다만 "(소녀상 전시 중단은) 검열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테러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일정한 결론이 나올 때까지 감독직을 계속 맡을 것"이라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일본 헌법학자 요코다이도 사토시 게이오대학 교수는 18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술 감독이 전시 중단 판단에 관련됐다는 것이 문제"라며 "예술 감독의 임무는 작품을 지키는 것"이라고 쓰다 감독을 비판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평화의 소녀상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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