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남북이 하나가 되길 바라는 마음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35] 나석중 디카시 '할아버지 가라사대'

등록 2019.08.19 15:38수정 2019.08.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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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석중 ⓒ 이상옥

사백 년 동안 남한산성 수문장인
할아버지 말씀이
남북통일이나 보고나서야 죽겠다
-나석중 디카시 '할아버지 가라사대'
 

SNS에 올라와 있는 이 디카시를 읽고 다시 한번 디카시의 갈 길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자시가 있는데 왜, 굳이 디카시로 또 표현해야 하는가를 이 작품은 말하고 있다. 나석중 시인은 디카시를 페이스북에 자주 올린다. 아마, 나시인은 남한산성에서 사백 년 수령의 거목을 보며 순간 시적 영감이 떠올라 이 작품을 써서 페이스북에 공유했을 것이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디카시를 보며 나는 '좋아요'를 누르고 답글로 "문자와 영상이 융합하여 한 덩어리의 시가 되는 디카시의 진수를 봅니다"라고 답글까지 달고, 또 이 글까지 쓰게 되었으니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이뤄어진 셈이다.

디카시는 삶의 현장에서 순간 느낀 시적 감흥을 스마트폰 내장 디카로 포착하고 짧은 문자로 언술해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 시로 SNS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것을 지향하는 바, 나석중의 디카시 '할아버지 가라사대'는 그 전형을 보여준다.

시인은 남한산성 수문장으로 사백 년을 지키고 섰는 나무가 링거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순간 "남북통일이나 보고나서야 죽겠다"는 나무의 말을 듣는다. 이 디카시는 수문장 같은 나무를 의인화해서 나무의 말을 할아버지 말씀이라고 하며 대언하는 것 뿐인데, 울림은 왜 이렇게 큰 것일까.

무엇보다 나무의 말의 배경이 되는 고목에 달려 있는 링거의 리얼리티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디카시에서 영상은 기호이다. 디카시는 문자기호와 영상기호가 하나의 텍스트로 표현되며, 문자기호 못지 않게 영상기호 또한 의미화에 기여한다. 실상, 이 디카시에서 영상기호로서 고목이 주는 메시지는 문자기호를 능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는 이 디카시는 남한산성이라는 문화적 상징을 거느리고 있어 큰 울림을 준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고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하게 된다. 남한산성 안의 식량이 떨어지고 겨울 추위 또한 매섭다. 조정 대신은 최명길의 주화파와 김상헌의 척화파로 나뉘어 격렬히 대립하고 인조는 중심을 잡지 못하다 결국 45일 만에 항복을 한다. 인조는 청태종을 향해 3번 절을 하고 9번 머리를 조아리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 조선의 굴욕이고 백성의 굴욕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까지 오버랩된다. 오늘도 남북이 분단된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당시 척화파가 청 나라를 '오랑캐'로 배척하고, 주화파는 강성일로에 있는 청나라와의 화친을 주장하며 국론이 분열되었던 상황과 다를 바가 있는가.

대한민국의 현실까지 오버랩

이 한 편의 디카시가 현실적 함의를 지니는 가운데 나석중 시인은 나무의 말을 빌려 "남북통일이나 보고야 죽겠다"는 결의를 다진 것이다. 종내에는 남북이 하나가 되어 다시는 굴욕을 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이 절절하다. 이게 어찌 나시인만의 염원이겠는가.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디카시 #나석중 #할아버지 가라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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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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