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도 아들이라고요... 아내에게 건넨 위로의 말

[초보아빠 육아일기] 두 아들의 아빠가 된 육아빠

등록 2019.08.22 11:21수정 2019.08.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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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투정부리는 세 살 아기이지만 형이 되어 버린 엄마 판박이 첫째 아들. 올 여름 세상에 나와 이제야 목을 조금 가눌 줄 아는 아빠 판박이 둘째 아들. 사랑스러운 두 아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초보 육아빠입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기들과 쉴 틈 없이 바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고생하는 멋진 엄마, 아빠들을 항상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 기자말
 

신생아는 사랑이다. ⓒ 박현진

 
"여보, 우리 순심이 보고 있으면 아기 또 낳고 싶어. 애기들은 왜 이렇게 예쁜 거야."
"맞아. 너무 예쁘지. 순심이 없을 때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


5년 전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아기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싸우기까지 했던 우리 부부에게 이런 대화는 좀 어색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미안하게도 아기 문제로 싸우던 날 이미 순심이(첫째 태명)는 뱃속에서 다 듣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기가 더 사랑스러웠을지도 모르죠. 그렇게 아기가 모유를 먹고, 분유를 먹고 이유식을 먹다가 이제는 목살 구이와 보쌈 고기를 가장 좋아하게 될 때쯤 우리 가족에게 또 한 번의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같은 임신이지만 너무 다른 첫째와 둘째

"우리 떼떼, 이제 형아 되겠네!"
"아니야, 우리 떼떼, 오빠 될 거야~!"


저도 모르게 형아 되겠다고 말하자 아내가 즉시 정정해줍니다. 이제 16개월이 갓 넘은 아기에게 한 엄마 아빠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을까요? 첫째 아들 떼떼(아기의 애칭)의 표정이 밝지가 않습니다.

우리 부부는 조심스레 둘째를 갖로고 계획하였고, 하늘이 준 축복의 선물이 작년 여름 찾아왔습니다. 첫째가 대략 16개월이 되었을 즘이었고, 둘째가 태어나게 되면 딱 25개월 차이 나는 2살 터울 차이의 가족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첫째가 아들이다 보니 둘째가 딸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첫째 아기를 보면 장난스럽게 '떼떼 오빠~!'라고 부르곤 했지요.

참 신기하죠? 첫째 때는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태명을 짓고,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고, 태교 음악을 틀어주고 아기를 보러 병원에 가는 시간이 정말 하나하나 기억날 정도로 느긋하게 지나갔는데 둘째 아기의 임신 기간은 눈 뜨고 일어나면 병원 갈 날짜가 되는 거예요.

첫째 때는 다양한 검사 시기와 개월 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 지에 대해서도 열심히 기사와 블로그, 책을 보면서 공부했는데 둘째 때는 그럴 틈이 전혀 없이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둘째 아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첫째 때는 뱃속에 대고 열심히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주다가 목이 아프면 태교 음악이라도 열심히 틀어줬는데 지금은 첫째 아이와 놀고 씻기고 재우면서 전쟁을 치르다보면 그럴 틈도 없이 저도 같이 뻗어버리니까요.

같은 임신이었지만 정말 너무나 달랐어요. 우선, 아내가 훨씬 더 입덧을 심하게 했습니다. 밥 냄새, 고기 기름 냄새 같은 것을 맡으면 힘들어하고, 음식점을 들어가다가도 헛구역질을 하며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나가는 일이 다반사였죠.

게다가 훨씬 더 뱃속 아기의 변덕이 심한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해서 사가면 막상 못 먹겠다고 하는 거죠. 입덧이라는 것을 남자는 경험해볼 수가 없으니 잘은 모르지만 지나친 음주를 하고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느끼한 햄버거나 함박 스테이크 냄새를 맡는 기분쯤 될까요?

첫째를 임신 했을 때는 아내가 먹기 싫은 음식은 안 먹고 안 하면 돼서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허나, 고기를 잘 먹는 첫째 아들이 있어서 제가 없는 동안 열심히 아기 밥을 차려줘야 하니 아내가 더욱 더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보, 얘는 진짜 엄청 많이 움직여! 장난 아니야!"
"어떻게 움직이는데?"
"막 발로 차고, 꿀렁대면서 놀아!"


게다가, 태동도 심하게 차이가 난답니다. 첫째 아이는 뱃속에서 참 조신하게 있었나 봐요. 같은 엄마 뱃속이지만 어찌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발도 열심히 차는 지 아내가 깜짝 깜짝 놀라곤 했지요.

그럼 혹시, 떼떼가 진짜 오빠 되는 건가?

이쯤 되니 우리 부부는 내심 기대하기 시작했어요. 어? 첫째랑 완전 다르다고? 그럼 아무래도 딸인가? 입덧도 다르게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다르고 움직이는 것도 다르잖아. 열심히 움직이는 거 보니 아무래도 말괄량이 딸이겠네. 우리 부부의 대화는 늘 이런 식이었지요.

임신 초기에 뱃속 아기의 태명을 어떻게 지을지 아내와 열심히 대화를 했어요. 첫째 아이는 태명이 '순심이'였는데요. 태명이 만들어진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와 아내 둘 다 임창정의 광팬입니다.

그 당시 임창정의 새 앨범이 나왔는데 그 중 독특한 노래 제목이 하나 있었어요. 그게 바로 '순심이'였지요. 노래 가사가 저희 부부를 사로잡았습니다. '뒷태도 예뻐, 옆태도 예뻐, 앞태도 예쁜 순심이.' 게다가 이름처럼 순한 마음씨를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데, 둘째 태명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지었어요. 바로 첫째 아들 떼떼가 잘 불러줄 수 있을 법한 이름을 짓기로 한 것이지요. 사실, 아이의 애칭이 떼떼인 이유가 옹알이를 할 때 아주 자주 내는 소리가 '떼떼'였거든요. 그래서 왠지 ㄸ발음을 잘하는 것 같아서 떼떼와 아주 비슷한 '뚜뚜'라고 이름을 지어줬어요. 첫째가 뱃속을 가리키며 '뚜뚜'라고 말하는 상상을 하며 이름을 지어줬답니다.

그렇게 임신 5개월이 되고, 우리 세 가족은 시간을 맞춰 뚜뚜를 보러 병원에 갔어요. 지난 병원 진료 때 왠지 남동생인지 여동생인지 넌지시 알려주실 것 같았는데 아기가 온 몸으로 프라이버시 보호를 외치는 바람에 확인하지 못했거든요. 설레는 맘으로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벌써 훌쩍 커버린 아들과 꽃잔디밭에서 ⓒ 박현진

 
자랑스러운 두 아들의 아빠가 되다!

"우리 뚜뚜 건강하게 잘 크고 있네요."

선생님은 아기의 건강부터 섬세하게 체크해주셨어요. 신체 부위 하나하나 어떻게 크는 지 알려주시고, 여기 저기 신체 측정도 해주셨지요. 아기의 심장도 무척 빠르게 잘 뛰고 있었는데요. 사실 그 때 제 심장은 더 빠르게 쿵쾅쿵쾅 뛰고 있었습니다.

"첫째가 좋겠네. 동생이랑 재밌게 잘 놀겠다."

우리 부부는 처음에 그 말을 알아 듣지 못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초음파를 보니 굳이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이건 뭐 누가 봐도 아주 건강한 남자 아기의 하체였으니까요. 하하하. 우리 부부와 첫째는 모두 진료실 안에서 서로 다른 종류의 큰 웃음을 지었습니다.

동생이 딸이면 엄마, 아빠가 너무 동생만 예뻐할까 걱정했던 걸까요? 아니면 든든하게 엄마 아빠를 지켜주려면 남동생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일까요? 어쨌든 첫째가 싱글벙글 웃는 걸 보니 남동생이 생겨서 좋긴 좋은가 봅니다.

진료를 마치고 차 안에 탔는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출발하려고 아내의 모습을 잠깐 보았는데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물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뭐랄까요? 건강하게 아기가 자라고 있다니 너무나 좋지만 딸을 낳아 10년, 20년이 지나도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 했는데 그러지 못하는 마음일까요? 저는 가만히 아내의 등을 토닥여주었습니다.

임신한 아내가 속상해하고 슬퍼하면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게 최고입니다. 사실, 저도 은근히 여동생을 바랐던지라 함께 슬퍼했지요.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말에 다시 힘이 났습니다. 동성 형제가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좋다는 이야기들이었죠.

"좀 만 키워봐라. 둘이 알아서 잘 논다!"
"2층 침대 사줘서 둘이 한 방 쓰면 되잖아! 얼마나 편해!"


그리고 제가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여보! 애들 크면 내가 다 데리고 다닐게! 걱정마!"

아이들 크면 아빠가 둘 다 데리고 같이 공차고, 목욕하고 자전거타면 엄마 푹 쉬면 얼마나 좋나요? 정말 생각하면 할수록 속상함보다는 기대감이 커져 갔습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초음파 사진을 보는 데 어찌나 예쁜지 모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엄마, 아빠를 닮은 게 아니고 형과 가장 닮아 보였습니다. 이렇게 초보 육아빠는 자랑스러운 두 아들의 아빠가 되었답니다!
 

형과 똑닮은 둘째 아이의 초음파사진 ⓒ 박현진

  

아들과 엄마의 만삭사진 ⓒ 박현진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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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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