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금손'으로 재탄생한 폐가

이야기가 있는 잡화점, 당진 '진달래 상회'... "문화 마을로 발돋움하길"

등록 2019.08.22 14:28수정 2019.08.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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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상회 대표 윤미경 화가 ⓒ 박경미

 
윤미경 서양화가의 손끝을 거치면 마법처럼 다시 태어나는 물건들. 낡은 화분을 뒤집어 세워 그 위에 레이스 천을 올린 뒤, 토끼 조형물을 놓으니 예쁜 장식품이 된다. 또 하얀 그릇 위에 조개와 곱게 말린 드라이플라워를 장식하면 멋진 인테리어 작품이 된다. 

지난 6월 그의 손이 면천면의 한 폐가에 닿았다. 낡은 집은 윤 화가의 손을 타고 분홍빛을 머금은 '진달래 상회'가 됐다. 상회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또 다른 삶을 시작한 윤미경 화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48세에 내려온 당진

서울 출신인 윤미경 화가는 서울의 한 회사에서 경리과장으로 일했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온 그는 직장을 정리하고 당진에 내려왔다. 화성, 안양, 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살았던 그는 당진에 정착해 노후를 보내고자 했다.

당시 나이 48세, 아직은 마냥 쉬기엔 젊은 나이였다. 윤 화가는 "평생 직장생활을 하다가, 이제는 쉬고 싶어서 당진에 오게 됐다"며 "그러나 쉬기에는 아깝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 화가는 당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꽃집, 선물가게, 홍차가게 등을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번뜩 카페가 떠올랐다. 그렇게 윤 화가는 지난 2009년 당진시장 끝자락에 카페 '아미띠에'를 개업했다.

지난 2009년 12월 대덕동에 문을 연 아미띠에는 맛과 품질로 인정받은 일리커피를 판매하며 손님들에게 따듯한 커피와 차 한 잔으로 삶의 여유를 선물했다. 특히 윤 화가의 손길이 직접 닿은 카페는 독특하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했다.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씩 그림을 그렸던 그는 지난 2000년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아미띠에에도 예술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에 아기자기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각종 미술품부터 사진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면서 아미띠에는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진달래상회 전경 모습 ⓒ 박경미

 
상회로 변신한 대포집

7년간 운영해오던 아미띠에를 정리했지만, 아미띠에를 통해 지역민들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문화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약 3년간의 휴식기를 보낸 뒤 그는 다시 꿈을 이루고자 지난 8일 면천면 성상리에 진달래 상회를 문을 열었다.

윤 화가는 지난 5월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던 것을 계기로 면천과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 면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그는 그렇게 이곳을 오가며 동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그렇게 면천을 오가다 어느 날 빈 집을 발견했다. 

"바로 옆에 자리한 책방 <오래된 미래>가 60여 년 전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이 집은 그보다 더 오래됐다고 하더라고요. 비어있던 이 집에는 얼마 전까지 할머니가 살고 있었어요. 이곳에서 할머니는 '희망집'이라는 이름으로 막걸리를 파는 대포집을 운영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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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미
 
'나'빼고 다 파는 상회

동네주민들의 사랑방이었을 희망집은 윤 화가의 손길 아래 진달래 상회로 변해갔다. 한 달 내내 직접 공간을 꾸몄다는 그는 최대한 집의 구조를 유지하고자 했다. 지붕의 서까래를 그대로 유지하고, 직접 바니쉬를 칠해 감성을 살렸다. 연탄방으로 쓰였던 방은 자그마한 주방으로 탈바꿈했고, 할머니의 방은 저닛 공간이 됐다.

완성된 공간에는 윤 화가가 오랫동안 모아왔던 물건들이 자리 잡았다. 그의 소장품부터 작가들에게 의뢰한 작품, 도매상가에서 구입해온 제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그는 "진달래 상회는 '나'빼고 다 판다"며 "머리핀, 도마, 가방, 접시, 장식품, 쿠션 커버 등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곳은 '이야기'가 있는 상회다. 72세의 할머니가 바느질로 만든 패브릭 가방,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린이가 이름 지은 사자 인형, 40년 된 엔틱 가구… 윤 화가의 추억이 담겼고,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들은 진달래 상회를 찾는 손님들을 포근히 반긴다.

그는 "진달래 상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따듯한 이야기가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의 거리, 문화마을

진달래 상회에서 골정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책방 <오래된 미래>와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서점과 미술관 모두 면천지역에 새로운 문화예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윤 화가는 "진달래 상회부터 책방과 미술관으로 이어진 길이 문화의 거리가 되길 바란다"며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진달래 상회가 문화예술의 장으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이 거리가 문화의 거리가 되고, 마을 전체가 문화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 윤 화가는 진달래 상회를 통해 다양한 꿈들을 구상하고 있다. 상회에 전시된 작품의 작가를 초청해 사람들과 서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주제를 정해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등, 그의 상상의 나래가 마음껏 펼쳐질 진달래 상회는 오늘도 새로운 손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윤미경 서양화가는
- 서울 출생
- (사)한국미술협회 당진지부 및 당진설치미술협회 회원
- 현 화성그리미 회장
- 전 필리핀 평화의집 후원회장

〉〉진달래상회는
■운영시간 :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월요일 휴무)
■위치 : 면천면 동문1길 6 (구 면천초 맞은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도 실렸습니다.
#당진 #면천 #진달래상회 #잡화점 #당진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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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당진시대 박경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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