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주택사업' 기사... 한국경제는 왜?

[주장] 논리적 비약으로 채워진 경제전문 일간지의 기사

등록 2019.08.21 11:51수정 2019.08.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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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한국경제 기사 ⓒ 한국경제 갈무리

  
3월 8일 사회주택 및 주택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정책을 비판한 기사가 한국경제에 실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세 80%로 취약계층 위한다는 '사회주택'... 달동네로 떠밀린 '깡통 사회주택'만 속출> <사회주택 먼저 도입한 유럽 각국, 취약계층 주거 보조금으로 선회>라는 두 꼭지였다.

첫째 기사는 '달동네' '깡통주택' 등 사실관계를 확인할 길 없는 단어를 쓴 선정적 제목도 문제지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회적 경제주체를 지원하는 것이 기본 취지인 서울시의 정책을 두고 왜 우량사업자가 아닌 사회적 경제주체를 지원하느냐는 이상한 논리로 채워졌다. 둘째 기사는 유럽의 사회주택 지원제도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유럽에서는 사회주택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제목을 달았다. 그 기사의 내용을 찬찬히 보면 오히려 유럽에서는 사회주택 입주자에게 보조금을 준다는 내용에 가깝다.

두 기사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기자는 8월 20일에 <밑 빠진 독 지원하더니... 서울시 사회주택기업 '연쇄 부도'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였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논리적 비약과 억측으로 채운 소설에 가깝다. 기사에 언급된 사업자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도 당연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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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0일 한국경제 기사 ⓒ 한국경제 갈무리

 
기사 서두는 "사회주택기업들이 무더기로 부실화되고 있다"로 시작한다. 상식적으로 기사에 '무더기'라는 단어를 쓰려면 서울시의 사회주택기업이 얼마나 되고 그 중 얼마가 경영상태가 부실한지 사실을 적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가 언급한 근거 중 납득할 만한 것은 한 업체가 법인 회생 신청을 검토했다는 정도이다.

기사가 부실 업체라며 제시한 근거는 법인 회생 신청 검토, 부채비율, 융자상환유예 등 세 가지이다. 법인 회생 신청을 한 업체의 경우 정확한 경영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두 근거의 경우 서울시에서 지원한 사회주택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당연할 수밖에 없다.

먼저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한국경제 기사는 한 업체에 대해 "자본금이 1억1300만 원에 불과하지만 부채는 15억 3200만 원에 달한다"라고 적으며 부실하다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이는 기사 작성자가 기본적인 회계 원리와 사회주택사업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거나 무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회계 원리의 기본은 자산은 자본과 부채의 합과 같다는 것이다. 즉 자본과 마찬가지로 부채도 경제활동을 위한 자산에 해당한다. 현재와 같이 고도의 자본주의 체제를 이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부채가 많다고 무조건 부실하다고 볼 수 없다.

사회주택사업의 부채는 크게 공공융자금, 입주자의 보증금으로 구성된다. 공공융자금의 비중이 높을수록 입주자의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회주택사업자가 다세대주택을 전세로 빌려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월세를 책정하여 청년 등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다시 공급한다. 공공성을 강화한 주택임대관리업이다. 이때 주택의 원소유자에게 지급하는 전세금을 공공융자와 입주자의 보증금을 통해서 마련한다.

사회주택사업자 입장에서 전세금은 채권이며 공공융자와 입주자의 보증금은 채무이다. 즉 사회주택사업자의 채무인 공공융자와 입주자의 보증금은 채권으로 상계된다. 기사에서 지적한 업체의 부채 15억 원 대부분은 주택의 원소유자에게서 돌려받을 채권으로 상계되어 순수한 부채는 거의 남지 않는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월세를 책정하기 때문에 큰 이익을 남길 수 없는 사업이지만 공공융자기관의 입장에서는 주택의 파손이나 공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리스크가 적어서 융자금 회수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사업에 해당한다.


공공융자금의 상환유예도 단순하게 부실의 지표로 삼을 수 없다. 업체마다 경영상태가 다르겠지만 한 업체가 상환유예를 신청한 사례를 살펴보면, 원금분납 도중 1회를 다음 분납시기로 유예 신청한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새로운 사회주택사업을 시행하면서 일시적으로 자부담금 지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자는 밀린 적이 없으며 이후에는 모든 원금을 차질없이 상환하고 있다. 즉 상환유예를 했다고 해서 융자금을 상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울시의 사회주택사업은 사회적 경제주체의 지원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상환유예 승인 건수는 서울시가 사회주택사업자의 경영상태를 고려하여 공공지원을 적절히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정부에서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등에 3300억 원 규모의 만기 연장을 결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서울시의 사회주택사업은 사회주택사업자와 서울시가 협력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취지 중 하나이다. 한국경제가 저격한 한 업체의 경우 시중 임대료의 80%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청년들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서울시가 사회주택의 지원조건으로 정한 기준보다 더 낮춘 것이다. 칭찬은 못 할망정 이러한 기사로 마음의 상처를 입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강세진 이사가 쓴 글입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회주택 #서울시사회투자기금 #비영리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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