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 장군, 3형제와 어머니도 독립운동"

[인터뷰]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 친족 찾기 결과 과정·의미 밝혀

등록 2019.08.23 14:28수정 2019.08.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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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희망연대는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벌였던 김명시 장군의 친척들이 참석한 가운데 21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김영만 고문이 김명시 장군과 남동생 김형윤 선생의 젊었을 때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 윤성효

 
"김명시 장군의 형제들이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에, 친족들은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쉬쉬하는 이중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한 집안의 불행이자 민족의 불행이다. 우리 민족사가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서는 반쪽 독립운동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이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金命時, 1907~1949) 장군의 친족 찾기 결과에 대해 23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 과정과 의미를 강조했다. 김 고문은 김명시 장군의 3형제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독립운동을 한 '매우 드문 집안'이라고 했다.

창원마산에서 태어난 김명시 장군은 오빠 김형선(金炯善, 1904~1950), 남동생 김형윤(金炯潤, 1910~?)과 함께 사회주의 독립운동을 벌였다. 별도로 언니와 여동생이 있었다.

김명시 장군은 중국 일대에서 항일무장투쟁을 벌였고, 대표적으로 하얼빈의 기차역과 경찰서, 일본영사관을 습격했으며 '당대 최고의 여투사'였다.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벌였던 오빠는 1932년 '반일 격문'을 인쇄해 배포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치안유지범과 출판법 위반으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남동생도 1930년대 비밀결사인 '마산적색교원회' 사건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받았다.

김명시 장군의 형제들은 사회주의 계열 활동을 했고, 오빠 김형선은 1946년 남로당 중앙감찰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3형제는 독립운동 행적이 뚜렷함에도 사회주의 계열이라 아직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명시 장군의 형제들은 창원마산에서 잊혀지다시피 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지난해 말 김명시 장군의 생가 터에 기념물이라도 세우자고 제안했고, 올해 1월 국가보훈처에 서훈을 신청했다.


그런데 김명시 장군의 친족이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이에 이 단체는 지난해 12월 신문에 "김명시 장군의 친족을 찾습니다"는 제목의 광고를 냈고, 이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친족들이 나타났다. 김명시 장군의 외사촌 동생인 김필두(81)씨가 올해 2월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방문해 이야기를 했고, 거제에 사는 친5촌(종질녀)이 올해 7월 전화로 관계를 알려왔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그동안 김명시 장군의 외가와 친가의 친인척에 대한 확인 과정을 벌였다. 김명시 장군은 결혼을 하지 않았기에 후손이 없지만, 친족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시작했던 일인데 성과가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찾아낸 친족이 무려 20여 명이나 되었다. 김명시 장군의 친4촌인 김형도(91), 종조카 김미라, 재종손자 김남룡씨 등을 찾게 되었고, 외4촌인 김재두(88), 김필두(81)씨 등이 나타났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지난 21일 김명시 장군의 생가 터인 마산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친족들을 공개했다. 김형도‧김재두씨 등은 김명시 장군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었지만 숨기며 살아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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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벌였던 김형선, 김형윤, 김명시 형제. ⓒ 윤성효

 
"김명시 장군 형제의 어머니도 독립운동 했다"

김영만 고문은 "김명시 장군의 친가와 외가 쪽 모두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친족들이 공개적으로 드러내 놓을 수 있도록 열린사회희망연대가 역할을 했던 것이다.

"김명시 장군의 친족이 왜 중요하느냐"는 물음에, 김 고문은 "관련 자료가 많이 없다. 특히 어릴 때와 해방 이후 행적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친족이라면 자료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고 했다.

이어 "그 때는 4촌이나 6촌도 거의 같이 살다시피 하며 가깝게 지냈다. 그래서 독립운동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했다"며 "자료나 사진, 혹시 편지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그래서 친족을 찾는 게 절박한 문제였다"고 했다.

이날 외사촌 김필두씨는 김명시, 김형선, 김형윤 형제의 젊었을 때 얼굴이 담긴 사진 2장을 갖고 나왔다. 특히 김씨는 오빠 김형선의 독사진에 대해 남동생인 김형윤으로 알고 있었는데, 친4촌 김형도씨는 그 얼굴이 김형선이라고 바로 잡기도 했다.

친족들은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이지만 숨기고 살았던 것이다. 김영만 고문은 "그동안 연좌제의 폐해를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폭넓게 오랫동안 심리적으로 가까운 친인척들한테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고 했다.

이어 "직계라면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상당히 연좌제의 폭을 넓었고, 사찰이 계속되어 왔으며, 최근까지도 그것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부담을 가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고문은 "친족 사이에 전해져 왔다는 이야기는, 독립운동을 한 편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했음에도 쉬쉬하는 이중적인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 고문은 "정작 친족들을 만나보니,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자료조차 없앴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료를 소중하게 오랫동안 간직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정반대였던 것"이라며 "자료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 손실을 입은 것 같아 착잡하다"고 했다.

친족들은 지금 창원마산과 거제 등지에 주로 살고 있다. 김 고문은 "친족 다 마산 시내에 살았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친족들이 얼마나 쉬쉬 했으면 같은 지역에 있으면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마산 토박이라면 독립운동한 집안은 대개 안다. 연구자들은 더 그렇다"며 "그런데 김명시 장군 친척들은 쉽게 알 수 없었다. 친족들이 멀리 살았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얼마나 쉬쉬했는지를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영만 고문은 김명시 장군의 어머니(金仁石)가 3‧1만세시위 당시 독립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머니가 삼일운동 때 앞장섰다가 일본 경찰에 맞아 고생했고 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러나 어머니 기록을 찾을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인데 지금으로는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3형제뿐만 아니라 어머니도 독립운동가다. 김영만 고문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 형제가 참여한 사례는 더러 있다. 그런데 3형제에다 어머니까지 독립운동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독립운동 서훈 가능성은 낮다. 김 고문은 "지난 1월 김명시 장군에 대한 서훈 신청 이후 국가보훈처 담당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며 "보훈처는 현행 법으로는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원봉 열사의 부인(박차정) 등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이 된 사례들이 있다"며 "그리고 보훈처는 오래 전 김명시 장군에 대해 발굴을 해놓았지만 서훈 심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고문은 "우리나라 독립운동사를 넓혀야 하고, 법 규정의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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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1일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광장에서 열린 '김명시 장군 친족 기자간담회에서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이 김명선 장군의 오빠인 김형선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의 사진을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김명시 #김형선 #김형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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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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