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불법시설 철거 현장 찾은 이재명 "내 멱살 잡아도 좋지만..."

양주 계곡.하천 일대 업주들 애로사항 청취... '계곡을 도민들에게!’

등록 2019.08.23 21:00수정 2019.08.23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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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양주시 고비골의 하천·계곡 불법행위 자진 철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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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는 23일 오후 양주시 고비골과 여울목에서 하천·계곡 불법행위 대응 관련 현장을 둘러본 후 양주시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주변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은 양주시 고비골의 불법시설물 자진 철거 현장. ⓒ 경기도

 
우르르~ 쿵쾅! 드르륵드르륵~, 쾅!

대형 굴착기가 음식점과 하천을 연결한 콘크리트 계단에 구멍을 내자, 철근으로 단단히 얽힌 시멘트 덩어리들이 잘게 부서져 떨어졌다. 포크레인도 굉음을 내며 하천에 놓여 있던 평상, 천막 지지대 등 불법 시설물들을 거침없이 들어낸 뒤, 상인들이 만들어놓은 물막이 보를 무너뜨려 바닥을 평평하게 다졌다. 하천 옹벽에 붙어 있던 음식점 메뉴 플래카드가 빛바랜 모습으로 힘없이 흘러내렸다.

하천 불법 시설물 철거 작업을 지켜보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막상 (철거 현장을) 보니까, (상인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이재명 지사가 '계곡 및 하천 불법행위 근절을 통해 내년까지 깨끗한 경기도 계곡을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23일 경기 양주시 계곡․하천 일대 불법 영업소 철거 현장을 방문했다.

양주시 석현천 고비골과 여울목 일대 영업소 2곳의 철거 현장을 돌아본 이재명 지사는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석현천, 장군천, 돌고개천, 갈원천 일대 업주 및 주민 40여 명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전체 관광객 줄이는 부작용 발생"

이재명 지사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업주들을 돌아본 뒤, "미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지사는 "막상 (철거) 현장에서 보니까,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죄송하기도 하다"면서 경기도가 계곡․하천 불법행위 근절에 발 벗고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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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양주시 고비골과 여울목에서 하천·계곡 불법행위 대응 관련 현장을 둘러본 후 양주시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주변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특정 지역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고 영업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보면 전체 관광객을 줄이는 부작용이 생긴다, (사람들이) 계곡 방문을 피하게 된다"면서 "우리가 합의한 규칙은 지켜야 한다, 적용되는 당사자는 당장 불편하겠지만 공동체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지사는 또 "왜 이런 곳(작은 하천 등)까지 (단속을) 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어딘가 예외를 두면 끊임없이 확대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게 됐다"고 양해를 구한 뒤, "법이나 사회질서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함께 찾아가자"고 말했다. 이 지사는 이어 "섭섭한 말씀 해도 된다, 내 멱살을 잡아도 된다"면서 업주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했다.

실제 영업을 중단하게 된 일부 업주들은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등 간담회는 대체로 차분하게 진행됐다.

업주들은 '방문객들이 계곡에 드나들 수 있는 계단 등 추가 시설이 필요하다', '하천부지 사용을 늘려 점용허가를 통해 세금을 내고 합법적으로 장사할 수 있게 해 달라' 등의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는 "방문객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시설은 공공이 설치해야 한다"며 계곡에 입장할 수 있는 계단 등 시설물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 지사는 이날 업주들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합법적으로 가능한지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을 현장에서 지시했다.

5월부터 3차례 집중단속 및 3차 원상복구 명령... 1년 내 정비 완료 방침

이날 양주시 계곡․하천 일대 불법 영업소 철거 작업은 지난 19일 경기도와 양주시(시장 이성호), 업주들 간 '현장간담회'에서 이달 말까지 하천구역 내 영업 행위를 중지하고 자진 철거를 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성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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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오후 양주시 고비골과 여울목에서 하천·계곡 불법행위 대응 관련 현장을 둘러본 후 양주시 석현리 마을회관에서 주변 상인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경기도

  
앞서 경기도와 양주시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간 총 3차례에 걸쳐 '행락철 유원지 집중 단속'을 벌였다. 도와 시는 석현천 등 7개 하천 내에서 총 54개 업소가 물막이 보, 계단, 천막 지지용 기둥 등(평상 2,031개 제외) 불법구조물 163개를 설치한 채 불법 영업을 벌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총 3차례에 걸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도와 시는 앞으로도 ▲불법 영업 중이거나 자진 철거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자 ▲ 평상‧천막‧구조물 등 철거가 미흡한 행위자 ▲ 1차 고발 이후 철거가 미흡한 행위자 등에 대한 '수시단속'을 지속해서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단속에 적발된 행위자에 대한 행정조치 및 추가고발을 통해 도내 계곡 및 하천 일대 불법행위를 근절해 나가기로 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경기도 내 하천을 불법점유하고 영업하는 행위가 내년 여름에는 한 곳도 없도록 해야 한다"며 '하천 불법점유 영업 행위'에 대한 엄중 대처를 특별 지시했다. '단속'에 그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정비'를 1년 안에 완료함으로써, 내년까지 불법행위 없는 '깨끗한 경기도 계곡'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하천법'은 계곡 불법 무단 점용 등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 2년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행 '식품위생법'은 미신고 불법 음식점을 운영할 경우, 징역 3년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이재명 지사의 현장 방문 및 업주와의 간담회는 이 지사 유튜브 등 SNS에 '경기도는 벌써 내년 여름 준비! 계곡을 도민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생중계됐다.
#이재명경기도지사 #계곡불법영업 #양주시계곡하천불법시설 #계곡음식점평상 #계곡불법시설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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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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