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한국인 나무라는 이영훈 교수

[반일 종족주의 ②] 독도가 환상의 섬?

등록 2019.08.27 15:55수정 2019.09.2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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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가 논란입니다. 몇 회에 걸쳐 이 책의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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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우리가 지킨다'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독도에서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해군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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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서 수호훈련 펼치는 해군 특전요원 25일 독도를 비롯한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전요원들이 해상기동헬기(UH-60)를 통해 독도에 내리고 있다. [해군 제공] ⓒ 연합뉴스

 
한일관계가 전 방위적으로 꿈틀대고 있다. 무역분쟁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이어 독도 영유권으로까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요일인 25일, 독도 방어 훈련을 포함한 '동해 영토수호 훈련'이 1박 2일 일정으로 개시됐다. 육·해·공군은 물론이고 해병대와 해경까지 참여하는 훈련이다. 언론과 인터뷰 한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훈련이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일본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5일자 <교토통신>은 일본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면서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다. 훈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 중지를 강력히 촉구한다'라는 항의 요지를 소개했다.

독도가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일본 정부는 항상 위와 같은 이의를 제기해 왔다. 그런데 그런 이의가 꼭 일본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의 여론과 상반되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도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박유하 세종대 교수 같은 이들은 독도 공유론을 내세우고 있다.

독도와 한국의 역사적 인연이 짧다고 주장하는 이유

저서 <화해를 위해서>에서 박유하 교수는 "일년의 반은 폭풍이 몰아치고 실제로는 그다지 큰 이용 가치가 없다는 독도를 좀더 가치 있게 만드는 길은 화려한 수식어를 남발하면서 그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이 아니라 독도를 통해 슬기롭게 화해하는 일이다"라면서 "독도에 자원이 있다면, 함께 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경상도와 시마네현의 어민들이 함께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제안한다.

이런 독도 공유론보다 한술 더 뜨는 주장이 뉴라이트(신우익)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과 김낙년·김용삼·주익종·정안기·이우연의 공저인 <반일 종족주의>에도 그런 주장들이 담겨 있다. 이영훈 이사장이 담당한 이 책 제13장 '독도, 반일 종족주의의 최고 상징'이 바로 그 부분이다.


<반일 종족주의> 제13장 서두에서 이영훈 이사장은 "조선시대에는 독도에 관한 인식이 없었습니다"라며 "독도는 대한민국 성립 이후, 그것도 지난 20년 사이에 급하게 반일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독도에 애착을 보이기 시작한 게 불과 20년 전이라는 상당히 생소한 주장을 펴는 것이다.

글 서두에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은 독도와 한국의 역사적 연고가 깊지 않음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박유하 교수의 책에서도 동일한 장치가 나타난다.

<화해를 위해서>의 '독도-다시 경계인의 사고를' 편의 첫 대목도 "독도가 한일 간에 문제화된 것은 1952년에 한국이 이른바 이승만 라인을 선포하면서 독도에 경비대를 보내 한국 땅임을 선언한 시점에서부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영훈 이사장과 박유하 교수 둘 다 독도 문제를 꺼낼 때마다 '독도와 한국의 역사적 인연은 짧다'는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이다.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 측은 역사적 접근법보다는 국제법적 접근법을 선호한다. 1800년대 중반에 동아시아로 유입된 서양 국제법을 근거로 '주인 없이 방치된 독도를 일본이 합법적으로 선점했다'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독도와 한국의 역사적 연고가 매우 깊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그런 접근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영훈 이사장과 박유하 교수 등이 독도에 관한 글의 서두에서 '독도와 한국의 역사적 연고가 짧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를 거론하면 할수록,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한국 뉴라이트의 연구 수준 

<반일 종족주의> 제13장에서 이영훈 이사장은 한국 측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방식을 택했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며 한국 국민들과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들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형식이다.

그는 <세종실록> '지리지' 편에 나오는 "우산과 무릉 두 섬은 (울진)현에서 정동쪽으로 바다 가운데 있다"는 문장에 대한 한국 측 해석을 비판한다. 이 문장 밑에는 "두 섬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날씨가 청명하면 바라볼 수 있다"는 주석(해설)이 딸려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두 섬(二島)’으로 언급하는 <세종실록> ‘지리지’. ⓒ 조선왕조

  
누구라도 '독도와 울릉도 두 섬이 바다에 함께 떠 있는 그림'을 연상할 수밖에 없는 위 실록 문장을 두고, 이영훈 이사장은 "무릉은 울릉의 별칭입니다"라고 한 뒤 "우산도는 실재하지 않는 환상의 섬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환상의 섬이 <세종실록> '지리지'에 기록됐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종실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는 독도가 환상의 섬인 근거를 제시한다. 독도는 땅도 없고 물도 없다는 게 근거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그는 "국제법에서는 그런 곳을 섬이라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세종실록> '지리지' 편찬자는 서양 국제법적 개념을 갖고 '두 섬'을 말한 게 아니라, 바다에 떠 있으므로 '두 섬'이라고 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영훈 이사장은 서양 국제법 개념을 원용해 '독도는 섬이 아니다'라고 한 뒤, <세종실록> '지리지'가 잘못된 기록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섬이 아닌 것을 섬으로 기록했으니 잘못된 기록이라는 것이다.

그는 조선시대 지도들의 문제점도 거론한다. 어떤 지도에서는 독도가 울릉도의 서쪽으로 나오고 어떤 지도에서는 남쪽으로 나오고 어떤 지도에서는 북동쪽으로 나온다면서, 이렇게 된 원인을 두고 "환상의 섬이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섬인데다가 지리 지식이나 측량 지식이 발달하지 않아 독도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것을 조선 정부가 독도를 몰랐다는 근거로 해석한다.

이 해석에 대한 반론을 차단하고자, 그는 을사늑약 이듬해인 1906년 울릉군수가 중앙정부에 보낸 "본군 소속의 독도가 일본으로 편입되었습니다"라는 보고서를 공격한다. 이 보고서는 누가 봐도 대한제국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이영훈 이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중앙정부는 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일본에 외교권을 뺏긴 보호국이라서 그러했다는 변명은 곤란합니다. 제3국과 외교를 할 권리를 빼앗겼을 뿐이지, 자신의 국토와 인민에 대한 지배권은 살아 있는 독자의 국가였습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독도에 대한 인식이 없는 가운데 일본의 행위를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그는 말한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안전장치를 해놓은 것이다. 이런 장치를 해놓은 것은 그를 위해서는 다행한 일이다. 울릉군수 심흥택의 보고서에 대해 중앙정부가 반응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기록은 우리 국민 누구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곳에 있다. '외교부 독도' 홈페이지 안에 그 기록이 소개돼 있다. 이 홈페이지에는 심흥택의 보고서와 함께 중앙정부의 처리 결과도 함께 소개돼 있다. 대한제국 중앙정부는 이렇게 답신을 보냈다.

"보내온 보고는 읽어 알고, 독도가 (일본) 영토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혀 근거가 없으니, 섬의 형편과 일본인이 어떻게 행동하였는지를 다시 조사·보고할 것."

'외교부 독도' 홈페이지에 소개될 정도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이 같은 자료를 이영훈 이사장은 확인하지 않았거나 소개하지 않았다. 한국 뉴라이트의 연구윤리 수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시마네현에 편입될 당시 독도가 주인 없는 섬? 
 

울릉군수 보고서(왼쪽)와 정부의 답신(오른쪽). ⓒ 외교통상부 독도 홈페이지

  
이영훈 이사장은 일본이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하기 5년 전인 1900년에 대한제국이 독도 관할권을 다룬 칙령 제41호도 부정한다. 대한제국이 독도 관할권을 다뤘다는 사실은, 시마네현에 편입될 당시 독도가 주인 없는 무주지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도 이영훈 이사장은 독도가 주인 없는 상태에서 일본에 편입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칙령 제41호는 '울릉도가 울릉 전도(全島)와 죽도 및 석도(石島)를 관할한다'고 규정했다. 한국 측은 여기 언급된 석도를 독도로 보고 있다. 이영훈 이사장은 '석도는 독도가 아니었다'면서 이 칙령은 독도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 측은 석도와 독도는 동일한 표현이라고 말한다. 근거는 경상도 및 전라도 방언에서 '돌'과 '독'이 혼용됐다는 점이다. 옛날 한국인들은 우리말 지명을 한자로 표기할 때 뜻에 맞는 글자를 찾기도 하고 발음에 맞는 글자를 찾기도 했다. 돌섬 즉 독섬을 석도로도 표기하고 독섬 즉 독도(獨島)로도 표기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깨기 위해 이영훈 이사장은 "객관적으로 보아 독도는 돌섬이라기보다 바위섬입니다"라고 말한다. 바위섬이므로 돌섬 즉 독섬으로 불렸을 리 없다는 것이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사람들은 돌과 바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바위산을 보고 돌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영훈 교수는 이런 언어습관을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그는 '독섬을 한자로 표기하려면 그냥 석도로 표기하지, 뭐하러 독도로 표기하느냐?'고도 말한다. 이는 옛날 한국인들의 언어 습관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뜻에 맞는 한자를 선택하기도 하고 음에 맞는 한자를 선택하기도 했던 언어 습관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일례로, 고려시대 때 편찬된 <삼국유사>에서는 신라 소지(炤知)왕을 비처(毘處)마립간으로도 표기했다. 비출 '소'로 시작하는 소지와 도울 '비'로 시작하는 '비처'는, 한자만 놓고 보면 뜻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처'가 우리말 발음에 맞춰 선택한 한자라고 생각하면, 문제가 금방 풀린다.

역사학자 신채호는 <조선상고사>에서, 신라 사람들이 '비추다'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뜻에 맞는 한자인 '소'를 쓰기도 하고 음에 맞는 '비처'를 쓰기도 한 결과라고 풀이한다. '비처'는 순수한 한자가 아니라 이두문자였던 것이다. 이영훈 이사장은 이런 언어 습관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한자에 친숙한 선비들은 돌섬을 석도로 표기하고 일반 서민들은 독도로 표기했던 옛날 문화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도리어 한국인 나무라는 뉴라이트

대표적인 뉴라이트 지식인인 이영훈 이사장의 글이 이 정도라면, 독도는 한국 땅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논리가 얼마나 허술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 국민 대부분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국민들이 민족주의 감정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영훈 이사장은 도리어 한국인들을 나무란다. 그는 독도에 대한 한국인의 의식 수준을 거론하면서 "이런 저열한 정신세계로는 독도 문제에 대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뒤,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그가 내린 결론의 핵심은 '독도에 대해 침묵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일본과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열한 정신세계로 일본과 다툴 게 아니라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낫다는 게 그의 결론인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냉철하게 우산도와 석도의 실체를 살펴야 합니다. 도발적인 시설이나 관광도 철수해야 합니다. 그리고선 길게 침묵해야 합니다. 그사이 일본과의 분쟁은 낮은 수준에서 일종의 의례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최종 해결은 먼 훗날의 세대로 미루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러한 판단력과 자제력에서 한국은 선진사회로 진보해 갈 것입니다."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 #독도 #한일관계 #세종실록 지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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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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