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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아닌 당진에 '그림책꽃밭' 연 김미자·권이병 부부

등록 2019.08.29 20:58수정 2019.08.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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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송악읍에 위치한 서점, 그림책꽃밭 ⓒ 한수미

 
송악읍 월곡리 마을안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다 보면 도심의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길을 잘못 들었나 생각이 들 무렵 반가운 표지판이 보인다. 초록 물결로 넘실거리는 논 사이에 자리한 '그림책꽃밭'이 발길을 이끈다.

에릭칼 <배고픈 애벌레>의 주인공 나비가 "그림책꽃밭 입장료 없어요! 그림책을 사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며 방문자들을 반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넓은 창 뒤로 펼쳐진 논이 한눈에 들어오고, 벽면엔 까치발을 들어도 손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그림책이 빼곡히 꽂혀 있다. 동심이 담긴 천진난만한 이야기들이 그림책 안에, 그리고 그림책꽃밭 가득 숨겨져 있다.
 

서점 한 편에 위치한 카페 ⓒ 한수미

 
"그림책은 위로의 존재"

그림책꽃밭의 김미자 대표는 강원도 영월 출신이지만 5살 무렵 서울로 터전을 옮겼다. 어렸을 때 집에 있는 책이라고는 노란색의 전화번호부뿐이었다는 그는 책을 마음껏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랐다.

그는 남편 권이병씨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자녀들을 낳아 키우면서 그림책을 처음 접했다. 아이들 때문에 읽게 된 그림책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김 대표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오히려 내가 아름다움을 느끼고 위로를 받았다"며 "이유도 모른 채 그림책을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주인공을 직접 인형으로 만든 모습 ⓒ 한수미

 
인생 책 <피터의 의자>

김 대표가 책장에서 꺼낸 에즈라 책 키츠의 <피터의 의자>는 그의 인생 그림책이다. 이 책은 동생이 태어나자 부모님의 사랑을 빼앗겼다는 상실감을 느낀 피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실감'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지만, 피터가 느끼는 감정이 그림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피터의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가출까지 감행한 피터가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할 때까지 그를 기다려 준다. 그 사이 피터는 스스로 깨닫고 성장한다.

김 대표는 피터와 피터의 엄마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역시 힘들다 못해 불행하다는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단다. 그 무렵 그림책으로 만난 피터를 통해 힘을 얻었다고. 김 대표는 "이 피터의 이야기를 읽으며 울었을 정도로 그림책은 어른에게도 위로를 준다"고 말했다.
 

충남 당진시 농촌에 자리한 서점 ⓒ 한수미

 
카페에서 도서관, 다시 서점

그림책에 매료된 김 대표는 시민단체인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들어갔다. 단체 활동을 하면서 좋은 그림책을 많이 만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구로에 그림책 카페를 차렸고, 그림책에 관심 있던 엄마들이 그 곳에 모여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림책 동아리인 그림책꽃밭은 2년에 한 기수 씩, 총 4기까지 운영됐다. 그러던 중 구로구청의 제안으로 작은 도서관을 수탁운영하게 됐고, 흥부네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게 됐다. 그만의 신념과 철학으로 그림책 도서관을 만들어놓고는 그는 돌연 당진으로 내려왔다.
 

그림책꽃밭의 김미자 권이병 대표 ⓒ 한수미

 
"시골 할머니로 살고 싶었어요"

"저희 엄마처럼 도시 할머니가 되기 싫었어요. 마트 갔다 와서 집에서 TV 보면서 잠이 드는 도시 할머니요. 차라리 내일 죽더라도 오늘 호미질 하는 시골 할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당진이다. 서해대교만 건너면 금방 자녀들이 서울에서 올 수 있으면서도 전원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당진이 딱 제격이었다. 

3년 전 지인의 도움을 받아 송악읍 월곡리에 둥지를 틀고, 지난 8월 드디어 그림책꽃밭을 문 열었다. 아이들이 사용할 공간이기에 최대한 인위적인 것들을 배제하고, 원목을 그대로 살렸다.
 

서점의 아기자기한 모습 ⓒ 한수미

 
때로는 바닥에서, 때로는 소파에서 원하는 만큼 그림책을 읽을 수 있도록 따뜻하고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책을 구입하는 서점으로 조성했지만, 사실 책을 읽는 공간이 훨씬 넓은 것은 오로지 그림책을 사랑하는 김미자 대표의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아도 밖에 나가 뛰어 놀아도 되고, 그림책 주인공 인형을 갖고 놀 수도 있다. 또한 스크린을 통해 그림책과 관련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책을 읽지도, 뛰어 놀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와도 좋을 정도로, 깨물면서 볼 수 있는 보드북도 마련돼 있다. 말 그대로 이곳은 온통 그림책이 피어나 꽃밭을 이뤘다.

"좋은 그림책을 모두 모아놓고 싶어요. 그리고 작가들을 불러 주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이곳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올 수 있어요. 그림책꽃밭에서 동심이 활짝 피어나길 바랍니다."
 

책 읽어주는 김미자 대표 ⓒ 한수미

 
[그림책꽃밭]

- 오전 11시~오후 6시(월·화 휴무)
- 송악읍 계치길 143-12(월곡리 235-2, 월곡리 마을회관 앞)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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