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라는 말로 가장 이득 얻는 건 정치인"

[현장] 27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 포럼 열려

등록 2019.08.28 18:06수정 2019.09.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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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아래 열린 2019 과총-학회 공동 포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양승현(주식회사 코난테크놀로지 공동창업자), 정은령(서울대 팩트체크센터장), 황용석(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류현숙(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권오성(한겨레신문 기자)씨 순으로 앉아있다. ⓒ 유지영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공적 대화 모델을 복원해 타인과의 대화를 활발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분노'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분노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내가 맞고 저쪽이 틀리다'라거나 '우리 편이냐 아니냐'라고 갈라지는 현상을 보면서 남을 받아들일 여유조차 잃어버리게 된 게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반면 뒤이어 발표를 진행한 차미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오세욱 선임연구원이 제시한 '분노'라는 키워드에 동의하면서도 이견을 보여줘도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더욱 굳히고 양극화를 가속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론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9 과총-학회 공동 포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에서 이와 같은 주장들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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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아래 열린 2019 과총-학회 공동 포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에서 오세욱 한국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이 '언론학 관점에서 조작적 허위정보: 종합적으로 구성되는 사실과 허위정보'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유지영

 
'가짜뉴스' 대응 방법 "기술과 사람이 협력해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식의 이른바 '가짜뉴스'는 실제 정보를 전한 '진짜 뉴스'들보다 더 널리 퍼졌다. 이 뉴스는 실제로 미국이 아닌 북마케도니아발 뉴스였다. BBC가 북마케도니아의 뉴스 근원지를 찾아가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가짜뉴스를 생산한 북마케도니아 청년들은 높은 실업률로 인해 고통 받다가 가짜뉴스를 생산해 이를 통해 소득을 얻고 있었다.

이 예시를 언급하면서 차 교수는 "1분에 300시간 정도의 유튜브 영상이 업로드 된다. 인간은 쏟아지는 정보를 모두 검증할 수 없고 인간이 검증할 수 없다면 알고리즘이나 AI의 힘을 빌려서 같이 검증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이에 동의하면서도 "완전히 자동화된 팩트체크가 이루어지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사람의 판단이 필요하다"며 "간단한 사실 주장의 경우에는 데이터만 있다면 자동으로 확인 가능하지만, 이 또한 사람의 감독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플랫폼과 언론, 기술(테크놀로지)이 모두 협력해야 할 시기"라면서 "허위 정보를 조금 더 빠르게 팩트체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차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프랑스 대선 당시 팩트체크 전문가 집단을 두고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했으며, 팩트체크가 안 된 기사에 대해서는 태그를 붙여 팩트체크가 되지 않은 기사라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 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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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아래 열린 2019 과총-학회 공동 포럼 '조작적 허위정보에 대한 언론학 및 컴퓨터 과학적 접근'에서 차미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가 '가짜뉴스를 다루는 전산학 기법 점검'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유지영

 
"'가짜뉴스'라는 단어부터 쓰지 말아야"

오 선임연구원은 '가짜뉴스'라는 단어 자체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오 선임연구원은 "처음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뉴스 형식을 빌려 제작된 페이크뉴스 사이트에서 나왔는데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기존 언론의 뉴스를 못 믿는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또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통해 가장 이득을 얻는 사람은 정치인"이라며 "자신들을 감시하는 언론들을 가짜뉴스라고 낙인찍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오 선임연구원은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일 언론에 특정한 메시지(보도)가 있다면 그 메시지가 사실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고 입증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기자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진실을 말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실에 근접한 여러 조각을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모아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짜뉴스에 언론의 주된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다. 차미영 교수는 로이터와 언론진흥재단이 진행한 연구를 언급하면서 한국 미디어가 38개국 중 신뢰도 최하위(22%)이며 유튜브를 비롯해 1인 뉴스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의존한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저널리즘 때문은 아니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저신뢰 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류현숙 한국행정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한국과 해외 사례를 비교했는데 특히 재난보도의 경우 해외는 한국처럼 정파적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자연재난이나 지진, 화재도 모두 정파적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가짜뉴스 #조작적 허위정보 #트럼프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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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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