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안전하다'는 서울대 싱크탱크, 자료 출처가...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일본 자료 토대로 교육청 탈핵교재 반박... "자료 허위라면 일본 책임"

등록 2019.09.03 20:11수정 2019.09.0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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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가 발간한 전자책 ⓒ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

 
우리나라 원자력 학계의 '싱크탱크(Think Tank)'를 자처한 서울대학교 원자력정책센터(이하 센터)에서 일본 정부의 자료를 근거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전자책을 제작·배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서 원자력계가 국민 안전보단 원전 산업의 부흥만 내세운 셈이다.

지난해 9월 센터는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를 되짚어 보다'란 제목의 전자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 전북교육청이 제작한 보조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를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경제>에 따르면 센터는 전북교육청의 보조교재가 '괴담' 수준이어서 청소년에게 원자력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센터측은 "해당 전자책은 정식 인쇄물로 발간하지 않았으며 온라인을 통해서 배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본측 자료 근거로 "안전하다" 

센터는 우선 '후쿠시마의 오염 수준에 대한 오해'란 소제목에서 일본 정부의 자료를 인용해 '후쿠시마산 농산물이 안전하다'라고 설명한다. 일본 후쿠시마현청에서 만든 '후쿠시마 부흥 스테이션' 누리집에 올라온 자료에 "출하 전에 검사하여 모니터링해 본 결과 유통되고 있는 농림수산물의 안정성이 확인됐다"라고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되는 쌀을 포함한 모든 농수산물은 일본의 식품 방사능 기준을 통과하고, 야생채취 식물과 민물고기도 거의 대부분 기준치 미만"이라며 "일본 사람들은 오랫동안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농수산물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썼다.

도쿄가 서울보다 방사선량이 낮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센터는 후쿠시마현에서 제작한 '후쿠시마 부흥 과정' 책자를 참고했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Q: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도쿄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면적 정도가 고농도로 오염되었고 수백 년 지속된다?
 A: 초기 피난 지시 지역은 후쿠시마 인근 1150㎢으로 일본 국토의 0.3%이고, 이곳도 시간이 지나고 제염됨에 따라 귀환 가능지역으로 전환. 현재 371㎢ 정도가 귀환 제한 지역임

방사성 세슘 제염관리 기준치를 초과하는 지역도 후쿠시마 인근에 국한되고 소개지역과 유사. 고농도 위험지역이고 수백 년간 오염이 지속된다는 도쿄는 현재 서울보다 방사선량이 낮으며 후쿠시마시는 서울과 유사.

오염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나 비교 없이 자의적 잣대로 사실을 왜곡 과장. 고농도 오염지역은 정부가 지시한 주민 피난 지역 또는 식품위생법상 토양 내 세슘 농도 기준치 초과 지역임. 따라서, 우리나라 만한 면적이 고농도 오염지역이라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른 지나친 과장. 거짓.

이외에도 센터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오해'를 통해 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다는 주장과 원자력이 비경제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주장도 '거짓'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 자료에도 '농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 검출'
 

후쿠시마현 이타테 마을에 있는 임시저장소(TSS)에서 2017년 10월 한 노동자가 제염작업으로 걷어 낸 흙 등 핵폐기물을 하역하고 있다. ⓒ 그린피스

 
그럼 센터의 주장은 맞는 걸까?

일본 정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본산 농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적이 있다. 센터가 인용한 '후쿠시마 부흥 스테이션'에서 공개한 자료다. 지난 2012년 1035건(전체 3.9%), 2013년 419(전체 1.5%), 2014년 113건(전체 0.4%), 2015년 8건(0.08%), 2016년 6건(0.03%)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센터는 후쿠시마산 쌀이 일본의 식품 방사능 기준치를 통과했다고 했으나 '후쿠시마 부흥 스테이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현미에서 기준치(100베크릴 Bq/kg)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9건을 검사했는데 2건에서 인공 방사성 물질 세슘이 발견된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쌀의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를 조사한 공익재단법인 '후쿠시마의 은혜'가 누리집에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쌀 900만 건을 조사한 결과 25베크렐 미만이 전체 99%를 차지했다. 25베크렐은 일본의 방사능 기준치보다는 낮으나 저선량이어도 장기간 피폭하면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쌀에선 세슘이 검출된 적이 없다. 

일본 후생성에서 발표한 '일본산 농수축산물 방사성물질 검사 결과'에선 일본산 멧돼지에서 기준치 52배를 초과한 5200베크렐(Bq/kg)의 세슘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지난 2018년 3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도쿄 인근인 야마나시현에서 채취한 야생버섯에서 7년째 방사성 물질이 발견돼 출하 규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10월 후쿠시마 지역 신문인 <후쿠시마 민보>도 식품위생법에서 정한 기준치를 넘어 방사능에 오염된 버섯 15kg이 인터넷으로 판매된 사건을 보도했다. 

센터는 도쿄가 서울보다 방사선량이 낮다며 전북교육청이 발간한 보조교재가 '거짓'을 나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도쿄를 비롯해 일본의 다양한 지역에서 소위 '방사능 핫스팟'이 발견되고 있다. 방사능 핫스팟은 바람이나 비의 영향으로 특정 지역의 방사선량이 높게 측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에선 1960년대 중국의 핵실험과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당시 일본 내에서 방사능 핫스팟이 발견돼 사회적인 문제가 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JTBC 뉴스룸>은 내년 도쿄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카누 경기장 옆 공원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0.24μ㏜) 2배에 가까운 0.443마이크로시버트(μ㏜)가 측정됐다며 '방사능 핫스팟'이라고 보도했다.

"센터야말로 거짓 홍보" vs. "자료가 허위라면 일본정부 책임"

전북교육청의 보조교재 집필에 참여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탈핵교재는 청소년들에게 핵발전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문제점을 국내외 자료를 근거로 쉽게 풀어낸 책"이라며 "(반대로) 센터가 만든 책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자료를 인용해 탈핵 교재가 '거짓이라고 한다. 한쪽 주장만 맹신하고 이를 근거로 진실과 거짓을 따지는 센터의 책이야말로 거짓을 홍보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환경운동연합 안재훈 대안사회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과 원전보단 안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원전 산업이 주춤하자 원자력계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원자력계의 이기심이 우리나라 정부가 아닌 일본 정부를 옹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진짜 '괴담'을 퍼트리고 있는 건 원자력계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단지 국제적으로 식품 내 일정 수준의 방사능 관리기준을 정하여 적용하고 있어 그 한 예가 후쿠시마 농산물인 것을 확인한 것이다"라며 "만약 일본 정부가 이에 관한 사실을 허위로 발표하고 자료를 은폐했다면 전적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이다"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서 제기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후쿠시마 농수산물 안전성에 대해 센터측의 입장을 물어보자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리는 공식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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