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눈물 "전현직 장관들, 우릴 소돼지 취급"

[현장] 8년 만의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둘째날... 피해자들 "정부와 기업, 변명에 책임 떠넘기기"

등록 2019.08.28 23:12수정 2019.08.28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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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전날에 이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참위) 주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조순미씨가 참고인 진술을 하고 있다. ⓒ 강연주

 
"저는... 8년 만에 이뤄진 이 청문회에 너무 기뻤습니다. 피해자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습니다(울음). 이런 자리조차 못 가지고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전·현직 장관님들의 모습을 보고 왜 우리 피해자들을 소돼지 취급 하듯이 (하는지)..."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

8년 만에 열린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그 끝은 피해자의 오열이었다. 

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전날에 이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참위) 주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청문회에 참석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는 참고인 진술 도중 터져 나온 울음 탓에 말을 중간중간 끊어야 했다. 조씨는 살균제 사용으로 폐가 손상돼 천식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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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장완익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 이희훈

 
조씨는 참고인 진술에서 먼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비판했다.

"2019년 5월 10일 우리가 국회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느냐. 조명래 장관이 취임하신 후 저희 피해자들이 수개월 걸쳐서 만남을 요청드렸다. 그렇게 성사된 게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조 장관은 그 자리에서 단상에 올라가서 환경부 직원들과 사진 한 장 찍고 갔다. 우리가 그러려고 아픈 몸 이끌고 간 거냐."

이와 관련해 조명래 장관은 "그때 제가 보상과 관련한 일부 방안을 약속한 바 있다"며 "현재 이 방안을 시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나도 시민운동 한 사람으로서 피해자와의 만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지껏 말만 반복된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조 장관은 "조만간(하반기 중에) 피해자들과의 만남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날 오후 1시 50분부터 진행된 정부 분야 질의 시간에서 환경부의 책임소재를 묻는 질의에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께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답했다. 발언 직후 방청석에서는 "이게 피해자들을 놓고 할 말이냐"며 욕설이 섞인 거친 야유가 쏟아졌다. 윤 장관은 "상해를 입고 고통 받는 분들, 빠른 쾌유를 빌고, 위로를 드린다"고 덧붙였지만 방청객의 비난은 줄어들지 않았다.

조씨는 "윤성규 전 장관의 발언은 정말 황당했다. 피해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며 "이런 사람이 국민 세금으로 장관에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뿐만이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배·보상하겠느냐'는 물음에 박동석 옥시RB 대표이사의 말은 어제와 오늘이 달랐다"며 "어제는 대한민국 정부에서 인정한 구제 질환에 대해서는 먼저 배·보상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조금 전 말한 천식 피해에 대해서는 '노력은 하겠지만 전문가의 판단을 통해 회사 내부의 절차를 걸치겠다'는 단서가 붙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조씨의 지적에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책임이 있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보상책을 마련하고, 보다 빠른 대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사실 우리를 비롯해 SK케미칼, LG생활건강의 제품 출시는 (정부차원에서의)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표는 오전 청문회에서 "정부기관에서 관리 감독을 철저하게 했더라면 오늘날 같은 참사가 일어났겠나"라고 발언해 방청객들이 "그건 피해자가 할 말" "책임 떠넘기는 행위"라는 비난을 받았다. 조 장관도 "정부 책임만으로 민간기업 책임을 가볍게 여길 수 없다"며 박 대표의 말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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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는 전날에 이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 아래 사참위) 주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박동순 옥시 RB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강연주

 
여론을 파악한 듯 이후 박 대표는 청문회가 끝날 무렵 "제가 오전에 했던 발언은 우리 회사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부에 책임을 넘긴 건 아니라고 말씀드린다"며 "법과 제도가 그 당시에 정리가 돼서 관리 감독이 이뤄졌다면 이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한 말"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청문회는 오후 9시 40분께에 끝마쳤다. 청문회 종료 직전 조씨는 마지막 발언 기회를 달라고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께서 내 몸이 증거라고 하신 말씀 우리들도 동일합니다. 정부와 가해 기업은 피해 비율이 몇 퍼센트이고, 피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이런 걸 따지지 말아주세요. 환경부 장관님. 우리는 그나마 살아있었기에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겁니다. 사망하신 1400명 넘는 분들은 이곳에서의 말도 못 듣고 계십니다. 부디, 저희의 마음을 기릴 수 있도록 기념일을 지정해 잊지 않고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청문회를 마친 후 그는 <오마이뉴스>와 한 대화에서 "멀쩡히 사업하고 있던 내가 딱 10년 만에 삶이 뒤바뀌었다. 그동안 아산병원에서만 15가지 질환 진단을 받고 투병중에 있다"며 "그런데 정부와 기업은 이런 피해자를 눈앞에 두고 계속 변명으로 일관하며 책임까지도 미룬다. 그래서 참고인 진술 도중 감정을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청문회 #옥시 #환경부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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