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작업 있었다" 대법원 결론은 '이재용 파기환송'

말 세마리와 영재센터 지원도 뇌물 인정... 박근혜는 절차 문제로 파기

등록 2019.08.29 14:49수정 2019.09.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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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9월 1일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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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있었다"며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항소심 선고 후 1년 6개월여만의 결론이다. 

지난해 2월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씨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 가운데 상당수를 무죄로 판단했다. 특히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제공한 말 세 마리가 뇌물이 아니며, '경영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최씨가 세운 한국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2800만 원을 지원했다는 제3자 뇌물죄 혐의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피고인 이재용' 다시 법정으로 

그 결과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 액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고, 1년여 동안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 부회장은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다(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 하지만 이 판단은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재판부의 결론과 정반대였다.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러한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 잘못됐다는 다수의견을 냈고, 유죄 인정 범위를 다시 판단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은 다시 법정에 '피고인 이재용'으로 서게 됐다. 항소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말과 영재센터 부분까지 대법원이 유죄로 봤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건넨 뇌물액수도 높아졌다. 그만큼 이 부회장의 횡령 규모도 커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0억 원 이상 횡령할 경우 5년 이상 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해지기 때문에 그는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수감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도 사실상 정리됐다. 그의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은 삼성 뇌물을 89억 2227만 원으로 판단했지만, 뇌물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항소심 재판에서 말 보험금이 단순뇌물에서 빠졌다. 이 판결도 파기됐지만, 대법원은 '한몸 사건' 최순실씨 재판에서 항소심이 판단한 뇌물액수 86억 8081만 원이 맞다고 봤다. 

박근혜는 절차, 최순실은 강요죄 등 이유로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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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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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는 절차 문제가 컸다. 공직선거법 18조 1항 3호, 같은 조 3항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는 다른 혐의와 분리해 선고해야 한다. 뇌물죄 유죄에 따른 형량은 얼마이고, 다른 혐의 유죄의 형량은 얼마라고 나눠서 주문을 낭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은 물론 1심 재판부도 분리선고를 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때문에 사건 전반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경제공동체'인 최씨쪽 판결에서 주요 쟁점을 정리했기 때문에 '말 세 마리도 뇌물, 영재센터 지원금도 제3자 뇌물'이라는 전체 결론은 확정된 것과 다름없다. 

다른 기업들에도 돈을 요구했다는 혐의 역시 유죄 판단이 나왔다. 최순실씨는 롯데로부터 면세점 사업 특혜를 대가로 받은 70억 원(K스포츠재단이 나중에 반환)과 SK에 89억 원을 요구(실제로 돈이 오고가진 않았음)했던 혐의도 무죄라고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수석이 공모해 ▲ 전경련과 대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 현대자동차에 납품계약 체결을 ▲ KT에 특정 인사의 채용 및 보직변경과 광고대행사 선정을 ▲ 포스코와 그랜드코리아레저 등에 스포츠단 창단, 용역계약 체결 등을 요구한 것은 모두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도 봤다. 

대부분 유죄 판단이 나왔던 강요죄에선 반전이 있었다. 검찰은 최씨 등의 대기업 지원 요구 등에 강요죄도 적용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유죄로 판단했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고인들의 범죄사실 가운데 일부는 강요죄의 요건인 협박, 즉 '해악의 고지'가 없다며 원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봤다. 하지만 법리적으로 볼 때 유죄 부분 전체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최씨 사건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종합해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최순실씨 사건 모두 다시 서울고법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삼성의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 말 세 마리의 뇌물 여부 등은 대법원이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큰 틀에서의 결론은 매듭지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말 세 마리와 정유라씨 승마훈련비, 영재센터 지원금 등 최소 86억 이상의 뇌물을 줬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노정희, 김상환 대법관의 일치된 결론이다. 

말 문제, 최순실-박근혜 공범 여부 두고 반대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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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이 열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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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고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조희대, 안철상, 이동원 대법관의 생각은 달랐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을 단순뇌물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기 어렵고, 말 세 마리가 전부 뇌물이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제3자 뇌물죄 성립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해당하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박상옥 대법관은 삼성 뇌물이 결국 최순실씨에게 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뇌물죄가 아니라 제3자 뇌물죄로 유무죄를 따져봐야 한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한편 박정화, 민유숙, 김선수 재판관은 '강요죄 무죄' 부분을 두고 다수 의견에 반대를 표시했다. 세 대법관은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를 볼 때 당시 국정운영 방식과 사회 분위기, 평균적인 사회인의 인식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이 구체적이고 특정한 요구를 하는 것 자체가 충분히 협박이 될 수 있다며 다수 의견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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