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을 통해 죽음을 명상하다

[서평] ‘죽음을 명상하다’

등록 2019.09.03 08:11수정 2019.09.03 08:11
0
원고료주기
밤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세상 어디에도 어둠으로 찾아오는 밤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나 맞을 수밖에 없는 밤이지만 낯선 곳에서 맞는 밤은 낮보다 무섭습니다. 낯선 곳에서 맞는 밤은 낯익은 곳에서 맞는 밤보다 무섭습니다.

낯선 곳에서 맞는 밤이 낯익은 곳에서 맞는 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모르는 게 더 많기 때문입니다.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고, 불안하니 두렵고, 두려우니 무서운 것입니다. 어쩌면 죽음과 밤은 닮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거부감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고, 원초적으로 피하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밤이 그러하듯 죽음 또한 어느 누구도 거부하거나 피할 수 없습니다.

밤과 죽음이 다른 것이 있다면, 죽음은 지구의 공전과 자전주기를 알면 언제 찾아 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밤보다 죽음이 훨씬 더 꺼려지는 공포나 두려움으로 드리우는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죽음을 명상하다>
 

<죽음을 명상하다>(지은이 조안 할리팩스 / 옮긴이 이성동·김정숙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8월 27일 / 값 15,500원) ⓒ 민족사

<죽음을 명상하다>(지은이 조안 할리팩스, 옮긴이 이성동·김정숙, 펴낸곳 민족사)는 죽음에 대한 이론이 아닙니다. 40년 가까이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한 저자가 눈과 귀로 더듬은 죽음, 가슴과 머리로 품은 죽음을 어렴풋하게나마 조망하게 해주는 손전등 불빛 같은 내용입니다.

저자는 콜롬비아대학과 마이애미 의과대학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선승이자 인류학자입니다. 1994년, '죽음과 함께하는 삶(Being with Dying) 프로젝트'를 창설하여 임종을 앞둔 사람들의 명상적 치료를 위해 수백 명의 의료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매일 맞이하여도 밤은 어둡고 불편합니다. 40년 동안 죽어가는 사람들과 함께 하여도 죽음 또한 미지의 세계일 뿐입니다. 저자가 죽음을 사연으로 남겨야 하는 사람들을 지켜본 40년은 구구절절한 우여곡절입니다.

암으로, 에이즈로,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이들이 갖고 있는 사연은 내 사연이 될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사연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연들이 갖는 공통분모는 죽음입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그저 지켜만 본 것은 아닙니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그들이 하는 답에서 공통점을 찾아갑니다.

저자가 그런 죽음을 지켜보며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것, 가만히 지켜보기, 연민에 가득 찬 행동'이 죽어가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고 있는 사람, 의료진들의 고통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통찰력으로 견인해 낸 것이 이 책의 주제이며 내용인 죽음에 대한 명상입니다.
 
제가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동안 배운 것은 죽음으로 가는 길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나름대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도 죽음과 씨름하는 어려움 가운데 공통의 뿌리, 즉 두려움이라는 뿌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고, 개별적 자아와 모든 소유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며 ,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 <죽음을 명상하다>, 236족
 
갑자기 맞는 어둠은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캄캄하기만 합니다. 캄캄한 만큼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만큼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같은 어둠도 미리 익혀 놓으면 동공이 커지며 주변을 분별할 수 있을 만큼은 보입니다. 작은 손전등이 밤을 낮으로 바꾸지는 못하지만 어둠이 가져오는 두려움은 거둬줍니다.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을 맞게 되면 어떤 상황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시뮬레이션 하듯 미리 진지하게 명상해 보면 죽음과 양단을 이루고 있는 삶을 보는 가치와 눈이 달라질 겁니다. 지금 여기서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게 결국은 하루하루를 잘 죽어가는 삶이라는 걸 절감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간다는 것은 곧 죽어가게 되는 것임을 직시하게 되면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죽음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 됨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죽음을,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 할 때 필요한 지혜를 간접적으로나마 구구절절하게 경험하며 터득하게 해 줄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죽음을 명상하다>(지은이 조안 할리팩스 / 옮긴이 이성동·김정숙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8월 27일 / 값 15,500원)

죽음을 명상하다 - 삶과 죽음에 관한 마인드풀니스와 컴패션

조안 할리팩스 (지은이), 이성동, 김정숙 (옮긴이),
민족사, 20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AD

AD

인기기사

  1. 1 "옳은 말 하고 싶을 때 많지만... 문재인 정부 비난 않겠다"
  2. 2 '수다맨' 강성범 "서초동 촛불, 불이익 받을까 망설였지만..."
  3. 3 조국의 최후 기자회견, 검찰 향해 '헌법 1조 2항' 메시지
  4. 4 조국 전격 사의 표명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5. 5 "재활용 분류까지... 서초동 촛불 끝나고 정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