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발생과 '핫플레이스' 탄생

한국 사회의 젠트리피케이션

등록 2019.08.30 17:48수정 2019.08.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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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과 힘의 이동 http://omn.kr/1kj9v>에서 이어집니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을 비롯한 현대의 도시는 합동재개발과 뉴타운개발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재개발사업을 통해 도심의 외형이 빠르게 변화되었다. 이러한 재개발은 철거 후 신축이라는 물리적 속성과 도심과 그 주변부로부터 도시 외곽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초창기 루스 글라스(Ruth Glass)가 정의했던 젠트리피케이션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대규모 재개발사업에서 도시재생 뉴딜 등 기존 쇠퇴지역의 원형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도시개발 정책이 빠르게 선회해 왔다. 이에 따라 소규모 단위로 낙후 지역의 물리적·사회적 환경 개선을 추진되면서 고전적 의미의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주소다.

선행된 연구에 따르면 (윤혜수, 2017 / 박태원 등 2016) 소규모 단위의 쇠퇴지역 재생이 가장 먼저 시작된 서울의 경우,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핫플레이스'의 탄생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에서 동네변화를 일으킨다.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물리적으로 한옥이나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골목에서 주로 발생했으며 주거지가 근린생활시설, 특히 음식점으로 용도 전환되는 특징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골목길, 단독·다세대주택이라는 물리적 환경은 상징적인 의미변화를 동시에 겪었는데 기존의 '낙후'와 '빈곤(서민)'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고 그 대신 젠트리피케이션 특유의 미학, 즉 '노스탤지어'나 '힙'하다는 의미가 덧칠해졌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물질이 풍부한 사람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 이후 임대료가 올라 살고 있던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가 다반수다. 홍대가 대표적이다. ⓒ wikipedia

 
주거지가 근린생활시설로의 전환되는 현상을 동반하는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은 한국 사회 전반을 관통하면서 지역의 주거-상업지구의 전환을 빠르게 이끌어왔다. 주택이 아닌 상업지구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도시개발의 역사가 선진국 도시에 비해 매우 짧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버제스의 (Ernest W. Burgess)의 동심원 지대이론에 따라 편성된 중산층 이상의 계급이 현재 주거하고 있는 지역을 떠나 기존의 근로자층의 주거지대로 진입할 동기가 충분치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주요 젠트리피케이션 사례
- 부산 감천문화마을
▲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낙후지역이었으나 산동네라는 독특한 장소성에 이끌려 예술가들이 마을 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색적인 관광 명소가 됨 벽화가 그려지고 조형물이 설치되었고 여러 예술 공방이 자리하게 됨
▲ 방문객이 급증하고 주택 공시지가가 상승하였으며 감천문화마을의 지역 규모에 비하여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과잉관광 문제도 발생하였음
▲ 그 결과 감천 동 주민 수는 감소하는 추세이며 기존 예술가 및 영세 상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나타남
 
- 전주 한옥마을
▲ 전주 한옥마을은 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거주지와 역사문화 유적 및 다양한 전통 공예 공방 등 관광 요소가 공존하는 지역이었음
▲ 한옥마을 관광정책 시행 후 전통 공예 공방은 먹거리 가게 등 상업시설로 점차 대체되었고 지가 상승에 의한 투기세력이 형성되어 임대료가 급등하였음
▲ 한옥마을 거주인구는 감소하고 관광객은 증가하는 추세를 지속하다가 지나친 상업화의 결과로 현재는 관광객도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음
 
- 광주 송정역시장
▲ 광주 송정역시장은 쇠퇴하던 재래시장이었는데 년 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행하여 송정역시장 조성 후 상권 성장 청년상인 점포 및 축제 등의 이벤트를 통하여 젊은 층과 관광객 유치에 성공
▲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왔으며 기존 상인과 청년상인 점포 간 매출 격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임
 
- 서울 홍대
▲ 서울 홍대는 1990년대부터 젊은 예술가들을 주축으로 형성된 문화 상권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및 패션 브랜드 대형 매장이 입점하였음
▲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으로 매출 실적 대비 수익률이 낮아짐에 따라 서울의 주요상권 곳 중 소규모 상가건물 공실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변모 (2018. 8 15. 국토교통부 국정감사 자료)
 
- 서울 서촌
▲ 서울 서촌은 주변에 경복궁 청와대 등이 위치하고 있어 재개발되지 못해 점차 낙후되다 최근 전통가옥이 밀집한 도심 속 이색관장지로 등극하였음
▲ 한옥에 대한 투자 수요가 북촌에서 서촌으로 이동하면서 한옥 신축 및 구조 변경이 증가하였고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상승
▲ 주택 및 생활밀착형 소매점이 음식점 카페 등으로 업종이 변화하면서 원주민 동네 가게들이 이주하고 있음
 
- 수원 화성 나혜석거리
▲ 최초의 한국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약 미터 정도의 문화거리로 이런 문화적인 정체성에 매력을 느낀 많은 사람들이 방문
▲ 최근 맛집과 카페들이 다수 입점함에 따라 공방과 예술 관련 숍의 수가 줄어 들었음
▲ 개발사업자들이 몰리면서 상가 분양가가 상승 이로 인해 전반적인 임대료가 오르고 공실률이 증가하는 등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

* 자료: 이정훈 외 <젠트리피케이션의 대안-지역자산의 공유재화>, 2019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고밀도로 발달한 도시인 서울의 경우 도시 개발이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는데, 전통적 주거 방식에 혁신을 부른 한국식 아파트는 1980년대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지어졌다. 건축물의 라이프사이클이 50년 이상 한 바퀴 회전하고 슬럼화에 근접한 뒤에 대부분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주택지에서 발생하기에는 아직은 이른 것이다.

그러나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던 한옥·단독·다세대 지구와 같은 주거단지와 상업지구의 경우는 이 기간 동안 서서히 쇠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젠트리파이어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면서 경제 활동을 영위하며 소규모 단위의 공간 복원과 재생을 이끌어내는 한국만의 특징을 만들어냈다.


(3부에서 계속)
#젠트리피케이션 #루스 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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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이자, 지구인으로서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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