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거짓말쟁이? <반일종족주의>의 '경악' 프롤로그

[주장] 통계왜곡·한국인 비하로 점철... 전 서울대 교수 이영훈, 학자적 양심 팔아먹었나

등록 2019.09.02 20:18수정 2019.09.0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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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반일 종족주의>의 프롤로그에 대한 비판이다. 프롤로그를 쓴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보다 높게 나오는 근래 한국의 범죄 수치'를 거론하며 한국인의 거짓말 습성을 문제삼았다. 하지만 이는 나처럼 해당 전문가가 아니어도 조금 수고를 하면 간단히 논파되는 '허언'이었다. 

한일간 범죄 통계를 잘못 비교하며 한국인의 국민성을 폄하하는 것은 비단 이영훈 교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이 참에 이 교수와 같은 방식으로 한국인을 멸시하는 유언비어들까지 짚어보고자 한다(아래 호칭 생략).

개인적 호불호와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영훈
 

1 <반일 종족주의>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국인의 거짓말 문화’를 지적하며 시작한다. ⓒ 장제우

        
이영훈은 최근 <한국경제> 칼럼에서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함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반일종족주의>의 첫 문장도 이처럼 단호하게 시작한다.

"한국의 거짓말 문화는 국제적으로 널리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인이 아니라, 실증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영훈이 부끄러워해야 할 발언이다. 연구자라면 허언을 줄이기 위해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훈련하는 게 있다. 그중 하나는 국제·세계·해외 등을 거론할 때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다. 그 단위가 워낙 커서 지엽적인 정보로, 얼핏 떠오르는 대로 말하다가는 틀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책의 시작부터 저처럼 과감하게 단정하려면 분명한 입증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평소 객관적 근거에 엄청난 자부심을 과시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반일종족주의>에는 당연히 그런 것 없다. 한국의 거짓말 문화라는 게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은지 애초에 알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 문화가 해외에 얼마나 알려져 있는지 조사가 어려움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도 난감하다.

이영훈, 조갑제 그리고 혐한 일본언론의 이심전심


이영훈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 중 하나로 일본과 한국의 거짓말 관련 '범죄 통계'를 제시한다(그가 언급한 다른 자료들과 그 해석에도 결함이 크지만 이 대목만 살펴봐도 심각한 오류가 무척 많다).

"(한국에선) 2014년에만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이 1400명입니다. 일본에 비해 172배라고 합니다. 인구 수를 감안한 1인당 위증죄는 일본의 430배나 됩니다. 허위 사실에 기초한 고소, 즉 무고 건수는 500배라고 합니다. 1인당으로 치면 일본의 1250배입니다(* 펜앤드마이크라는 인터넷 매체에 실린 칼럼에선 '사기'도 거론하는데 책에서는 빠졌다 - 기자 주)."

보다시피 이영훈은 <반일종족주의> 서두의 근거로서 한국과 일본의 위증죄 및 무고죄 기소 건수를 제시한다. 이런 식의 비교와 해석은 조갑제도 즐겨 하는 것이다. 조갑제는 <거짓말 천국 한국, 거짓 범죄도 일본의 수천 배>라는 제목의 칼럼(2013년, <뉴데일리>) 칼럼에서 "우리나라처럼 거짓말을 많이 하는 나라는 드물 것"이라고 탄식하며, "민족성을 탓하기도 하지만 최근의 거짓말 풍조는 좌익의 선동문화가 全사회적으로 스며든 것과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갑제는 "2000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인원은 1198명이고 일본은 5명으로 인구비를 감안하면 일본의 671배"이며 "한국에서 무고죄로 기소된 인원은 2965명이고 일본은 2명으로 인구비를 감안하면 일본의 4151배"라고 지적했다. 사기죄로 기소된 인원은 각각 5만386명과 8269명으로, 인구비를 감안하면 일본의 17배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본의 언론에서도 상기와 유사한 보도가 행해진다. 일본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저널>의 2016년 보도가 대표적이다.

한국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비즈니스저널>은 "한국인이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한다는 사실은, 한국인도 부정할 수 없다"라며 "예전부터 사회 전반에 거짓말과 사기 행위가 만연했지만,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사기 범죄가 더욱 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저널>의 기사는 "2000년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1198명, 무고죄는 2956명, 사기죄는 5만386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위증죄 3420명, 무고죄 6244명, 사기죄 29만1128명으로 급증"했고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66배 많은 수치이며 인구 규모를 감안하면 무려 165배가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기 피해액은 43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한국이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자 부패 대국이라는 증거"라는 게 <비즈니스저널>의 주장이다.

이 매체는 또 "한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많은 뇌물을 받고 있으며, 나라 전체가 거짓말 학습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매체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국민 대다수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고 대답했다"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한편, 이영훈 등의 주장에 부합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따로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사기범죄 세계 1위로 뽑혔다"는 언론 등의 지적이 그것이다. 한데 내막을 알고 나면,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후술하겠지만 이 WHO의 범죄 순위는 최초 출처가 가십 잡지 <맥심코리아>로 추정된다. 근거도 알 수 없고 원자료의 출처도 속인 날조 자료다. 그러나 이 범죄 순위는 '조갑제닷컴'의 한 기자나 일본의 블로거들이 가져다쓰는 정도를 넘어, 성향을 막론해 한국의 각 언론에 인용됐다. 심지어는 과학수사학 박사학위 소지자의 논문이나 경찰교육원의 외래교수가 저술한 책에도 인용됐다. WHO는 이런 자료를 작성한 적이 없음에도, 인용자들은 어떠한 검증도 없이 날조 자료를 써먹은 것이다.

이영훈식 '통계 악용'과 '혐한 인종주의'

범죄학 박사 최인섭은 <세계 주요도시의 범죄발생추세 비교분석> 논문에서 주요국의 (제한된) 전체 범죄와 유형별 범죄를 분석한다. 우선 알아둘 것은, 범죄 통계의 국가 간 비교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각국의 범죄통계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다를 뿐 아니라 범죄의 구성요건이 각 나라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국가 간 단순 비교는 한계가 있"으며(박준휘 외 2018), "UN의 국제 범죄통계에서도 살인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 수치를 비교하는 건 사실상 무의미"(노성훈 JTBC 인터뷰; 국가지표체계)하다는 것이다.

최인섭(2005)은 당 논문의 범죄 분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님을 밝히는 가운데 독일과 한국, 일본의 사기범죄 통계를 한국과 유사한 기준으로 재가공함으로써 그 장기추이를 비교한다. 인구 10만 명당 범죄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사기범죄의 발생률은 '독일이 두드러지게 높고' 한국, 일본 순이다. 2004년 기준 독일은 1141.2건이고 한국과 일본(2003년)은 각각 512건과 47.2건이다(* 범죄발생률은 사법기관에 보고되거나 입건된 사건을 기준으로 하며, 이는 기소되거나 유죄로 선고된 사건과 다르다 - 기자 주).

독일의 인구당 사기 발생 건수는 한국의 2배가 조금 넘고 일본에 비해서는 24배가량이다. 사기는 위증과 무고보다 현저히 많이 일어나므로, 결국 독일은 일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거짓말 범죄가 준동한다. 독일에 대비한다면 한국의 거짓말 관련 범죄는 꽤 양호한 수준이다.

내이션마스터(NationMaster)의 '사기범죄'(Frauds Crime) 정리를 보면, 각국의 사법 체계를 무시했을 때 천 명당 사기(Frauds) 건수에서 독일이 제일 높게 나온다. 다음으로 영국, 뉴질랜드, 스웨덴, 오스트리아, 핀란드, 캐나다, 한국, 노르웨이 순으로 사기범죄가 빈발한다.

최인섭(2005)이 신중하게 분석한 한·독·일의 사기 범죄 통계든, 내이션마스터의 단순 '사기범죄' 자료든, '거짓말을 잘하는 한국의 문화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증거로서의 범죄 통계는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독일의 사기범죄가 유난히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이션마스터의 자료긴 하지만, 한국의 사기 범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그렇게 빈발하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2 독일, 한국, 일본 순으로 사기 발생 건수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 통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한국에서는 사기범죄 발생으로 기록되는 사건이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자료: 최인섭(2005) ⓒ 장제우

 
경제학자 전강수는 <반일종족주의>가 그 전체에 걸쳐 부조적(浮彫的) 방법을 사용한다고 비판한다. 부조적 방법이란 자기 가설에 유리한 사례만 취해서 논의를 진행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반일종족주의>의 서문은 한국인을 비하하는 인종주의에 이 수법을 구사한다(나의 한 지인은 <반일 종족주의>의 논증 방식을 '밑장 빼기'라며 고급지게 표현하기도 했다. 나는 전부터 이것을 '누락의 오류'라고 여기며, 이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국제 비교시 숱한 나라를 모두 거론하기보다는 몇몇 국가를 선정해 분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때 관건은 몇몇 국가를 골라 비교한 분석과 다수의 국가를 종합적으로 비교한 분석이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영훈이나 일본의 <비즈니스저널> 등은 여러 범죄 가운데 위증, 무고, 사기를 집어내고는 한국과 일본을 비교한 뒤 자기 주장의 근거로 삼았다. 한데 한·독·일의 비교로부터 독일의 현저히 많은 사기 범죄를 계산에 넣으면, 또는 주요국의 천 명 당 사기범죄를 고려하면 '한국인의 거짓말 습성은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은 게 팩트'라는 이들의 주장이 그저 망상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이영훈 등의 방식으로 독일의 범죄 통계를 해석하면 (이는 물론 부적절한 행태이지만) 독일이야말로 거짓말 문화가 판을 치는 나라이며, 독일 국민은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독일인들이 그처럼 거짓말꾼이라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어야 함도 물론이다.

그러나 이영훈 등은 부조적 수법의 '뇌피셜'로 한국인을 비하할 뿐 독일을 거론하지는 않는다. 한국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위한 땔감을 찾는 데 혈안이 돼 기초적인 통계 조사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제적으로'라든지 '세계 제일' 같은 표현을 동원하면서 다수 국가의 자료를 알아보지도 않고 있으니, 그 '밑장 빼기'의 용기는 가상하나 기본 자세부터 틀려먹었다.

'전 서울대 교수' 이영훈, 학자적 양심을 어디다 팔아먹었나?

앞서 범죄 통계의 국제 비교는 각국의 사법 시스템이 상이하므로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설명했다. 특히 사기 범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서울신문>의 기획기사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을 보면, 미국의 경우 전체 형사사건에서 사기 등 재산범죄 사건의 비중이 2012년 기준 8.4%인데, 이는 한국 32.8%의 1/4 수준이다. 한국과 달리 고소나 고발을 무조건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에서는 사기 등 분쟁의 90% 정도가 기소되기 전 다양한 중재 및 조정 제도로 해결된다. 한국에서는 사기라며 고소, 기소, 유죄가 될 일이 미국에서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고소·고발의 접수가 매우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서울신문>의 기사를 이어보면, 고소·고발의 2/3가 반려되거나 자진 철회된다. 접수 완료된 고소·고발 건수가 연간 1만5000건 이하에 불과하다. 일본의 수사당국은 형사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사안이나 미미한 사기, 횡령 등의 안건에 대해서는 접수나 수리를 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사기 등을 신고한 피해자 측이 기소가 가능한 증거를 찾아 수사당국을 납득시키지 않는다면 고소·고발이 수리되기 어렵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일본 수사당국의 관행으로 인해 민원인은 고소·고발에 앞서 각종 중재제도와 민사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양태로 굳어졌다. 상당수는 아예 법에 맡기는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법학자 가또 마사노부에 따르면, 일본인의 반수가 자기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끼더라도 대단한 것이 아닌 한, 비용 대 효용을 고려해 법원에 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정호(2016) 재인용]. 결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라면 사기 범죄로 기록될 일이 일본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의 문턱이 너무 높은 게 일본의 문제라면, 한국은 그 반대로 고소·고발이 지나치게 용이해 남발되는 문제가 있다. 그 절차가 매우 간소하고 고소인의 편의를 봐주는 제도들이 갖춰져 있다. 반면에 사인 간의 중재 제도나 민사 소송인을 위한 제도들은 미비하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연간 고소·고발 건수가 50배를 오르내린다. 인구 수를 고려하면 100배 이상이다. <서울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2015년 전체 고소·고발 51만 2679건 가운데 사기는 43.2%로 22만 1391건을 차지했는데, 기소율은 16.2%로 3만 5911건을 기록했다. 기소된 사기 사건 중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라면 민사나 중재로 갔을 사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의 사법체계에는 민사 대신 형사 고소를 유도하는 요소들이 많기에 고소·고발이 과도하게 빈발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에 따라 형사범죄가 아닐) 사기의 빈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무고나 위증의 빈도도 높아질 여지가 상당하다. 고소의 절차와 수리가 용이하다 보니 허위 고소, 무리한 고소가 덩달아 증가하는 것이다. 법정 다툼이 빈발하는 와중에 위증 역시 늘어날 소지가 커지게 된다.

일본과 한국은 이웃한 나라여서인지, 양국의 사법 여건이나 치안상황 등을 비교하는 기사나 자료들이 풍부하다. 두 나라의 상이한 사법환경이나 사회 제반여건에 따라 범죄의 성립과 통계들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어렵지 않게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영훈은 이렇게 찾기 쉬운 자료들을 왜 제쳐뒀을까. 어째서, 한국인은 국제적으로 유명할 만큼 거짓말을 잘하기에 사기 범죄 등이 일본보다 휠씬 많은 거라며 (범죄는 아니겠으나) 사기를 쳤을까? 몸소 자신의 억측을 증명하고자 그런 것일까?

이영훈은 알고 싶지 않을 사실, '한국의 매우 적은 절도범죄'

한편, 위증과 무고, 사기를 골라내 거짓말 범죄를 논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위증, 무고, 사기는 거짓언행이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고 이것을 거짓말 범죄라고 부르는 것은 딱히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여기로만 논점을 좁히고, 더 나아가 거짓말 범죄의 국가간 우열까지 나누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꼭 위증과 무고, 사기가 아니더라도 다수의 범죄가 거짓말 또는 부정직성과 밀접하다. 비근한 예로 국제적으로 가장 흔한 범죄로 여겨지는 절도만 해도, 이는 분명 거짓말과 똑같이 부정직한 행위이거니와 절도의 전후 과정에서 번번이 거짓언행이 나올 것이므로, 많은 경우 절도에는 거짓말이 기본으로 내포돼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한국의 절도범죄 장기추이를 분석한 최인섭(2005)에 따르면, 역대로 한국의 절도범죄 발생률이 낮게 나온다. 2004년 기준 10만 명당 발생률에서 한국 322.1건, 일본 1752건(2003), 미국 3148건, 독일 3587건, 영국 3587.7건으로 한국의 절도범죄는 유난히 적게 일어난다.
  

한국의 절도 범죄 발생률은 주요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를 장기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수치도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자료: 최인섭(2005) ⓒ 장제우

 
근래의 한일을 중심으로 보면, 2017년 한국의 10만 명당 절도 발생률은 354.9건이다. 사기는 447.1건으로 두 범죄가 도합 802건이다. 2018년에는 절도 341.2건, 사기 521건으로 사기가 늘어나며 862.2건을 기록했다(경찰청 <경찰범죄통계> 각 연도). 일본은 2017년 절도 569.7건, 사기 32.3건으로 도합 602건이고, 2018년에는 절도 517.3건, 사기 33.6건으로 합계 550.9건이다(일본 법무성 <범죄백서> 각 연도).

절도와 사기의 합계 발생률에서 한국은 2017년 일본보다 1.3배 높았고, 2018년에는 1.6배 높았다. 위증과 무고의 경우 한국이 일본에 비해 빈번한 것이 사실이지만, 10만 명당 발생 건수를 보면 세 자릿수인 절도나 사기와 달리 위증과 무고는 한 자릿수에 그친다. 따라서 위증·무고·절도·사기의 한일간 합계 발생률의 차이는 절도·사기의 1.3배, 1.6배와 거의 같다.

한국 사기 범죄의 경우 '채무불이행'의 사유가 다수라는 점도 고려할 사항이다. 김지미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기의 경우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일부러 갚지 않을 의도가 있었느냐'가 핵심인데, 검찰은 통상 채무자가 단순히 상환능력이 있었는지에만 의존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한다. 돈이 없어 발생하는 채무불이행이 남을 기망하려 한 사기죄로 기소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의 사기죄는 거짓으로 남을 속이는 범주에 들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거짓으로 남을 속인 사건의 경우에도 나라에 따라 형사상 사기죄로 취급하는 게 관행일 수도 있고, 민사나 중재로 해결하는 게 보통일 수도 있다. 한국의 사법환경이 고소·고발에 까다로운 미국, 일본 쪽으로 변화하고 형사상 사기죄 중 상당수가 민사나 중재로 돌려진다면, 한일 간 범죄 발생률의 차이는 더욱 좁혀진다.

예컨대, 한국의 사기 발생 건수 중 그 절반이 사법환경의 변화에 의해 감소한다고 가정하면, 절도와 사기를 더한 발생 건수가 2017년에는 일본보다 적어지고 2018년에는 일본을 상회하되, 그 차이는 모두 근소하다.

이영훈 등은 위증과 무고, 사기를 거론하며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수십 배, 수천 배나 거짓말 범죄를 저지른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 간 사법시스템의 맥락도 무시하고, 입맛에 맞는 자료만 골라 현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혐한 인종주의자, 이영훈

지금까지 이영훈 등이 한국인을 비하하는 데 동원했던 범죄 통계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 살펴봤다. 그들이 통계를 다루는 방식도 심각한 문제지만, 실로 악질적인 대목은 범죄 통계로 '국민성'을 재단하는 행위 자체다. 설사 국가간 범죄 통계의 비교가 엄밀하다고 할지라도, 국민성을 논하는 근거로 이를 제시해서는 곤란하다.

국제 범죄통계를 인용할 때 흔히 등장하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범죄 및 형사사법정책 간의 관련성을 연구하고자 주요범죄 통계를 수집하지(박준희 외. 2018), 이영훈 등과 같이 특정 나라 국민이 거짓말을 많이 하는 속성과 사기범죄 등이 연관돼 있다는 분석 따위는 하지 않는다. 실증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영훈 등이 내놓는 분석처럼 다대한 사기 범죄와 거짓말을 일삼는 국민성을 짝짓는 게 온당하다면, 우리는 온갖 인종주의적 혐오 발언도 긍정해야 한다. 독일의 유별난 사기 범죄는 '독일 국민이 남을 속여 등쳐먹으려는 속성'을 내재했기 때문이고, 흑인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원래 미개한 흑인의 인간성이 범죄에 특화됐기 때문'이라는 주장 등을 수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뿐인가? 성별 고용률이 대등한 북유럽에 비해 직장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선천적으로 열등한 데다 자립심도 부족해서 사회생활을 기피하는 것'이고, 임금 노동자의 비율이 매우 낮은 빈곤국의 국민들은 '천성이 나태해서 그렇게 사는 것'이라는 우생학적 혐오 발언도 납득해야 한다. 

참으로 우스운 것은 민족주의를 규탄하는 데 여념이 없는 이영훈 등이 오히려 엇나간 민족주의자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국민성'을 '거짓말'로 규정하는 '막말'은 편협한 민족주의자나 저열한 인종주의자의 입에서 나오는 법이다.

이영훈의 쌍둥이, 일본의 혐한 언론
  

4 2016년 당시 조선일보에 보도된 <비즈니스 저널>의 기사이다. ⓒ 장제우

 
이번에는 일본의 경제지 <비즈니스저널>의 혐한 '유언비어'를 짚어본다. 이영훈과 같으면서도 다르게 고약하다.

앞서 소개한 2016년 기사를 상기하면, <비즈니스저널>은 "한국인이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한다는 사실은, 한국인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범죄 통계를 제시했다. "2000년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은 1198명, 무고죄는 2956명, 사기죄는 5만386명이었지만 2013년에는 위증죄 3420명, 무고죄 6244명, 사기죄 29만1128명으로 급증"했고, "이는 일본과 비교하면 66배 많은 수치이며 인구를 감안하면 무려 165배 많다"는 것이다. "43조 원에 이른 사기 피해액은 한국이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자 부패 대국의 증거"라는 일침도 있다.

이 매체는 또 "한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많은 뇌물을 받는다"고 지적하며, 한국행정연구원의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 국민 대다수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고 대답했다"라는 조사를 언급했다.

자료를 확인해보면, 상기의 기사는 이영훈 등이 잘하는 부조적 수법의 날조이며 혐한 인종주의다. 이영훈과 차이가 있다면 일본의 언론에서 나온다는 점이겠다.

<비즈니스저널>은 한국의 위증, 무고, 사기 범죄의 수치를 거론할 때, 2000년에는 (조갑제의 칼럼에 나왔던 숫자와 동일한) '기소 건수'를 기준으로 했지만, 2013년에는 (범죄발생 건수와 비슷한) 정체불명의 숫자를 들고 왔다. 기본적으로 범죄발생 건수는 고소, 고발이 수리만 되어도 계산이 되며, 기소 건수와는 전혀 다르다. 기소 건수보다 발생 건수가 훨씬 많은 게 정상이다.

대검찰청의 <2014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위증과 증거인멸'의 기소는 1303명, '무고'는 1521명, '사기'는 6만5660명이다. 기사가 제시한 위증 3420명, 무고 6244명, 사기 29만 1128명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 즉, 이 매체는 서로 다른 기준의 2000년과 2013년의 수치를 대비시킴으로써 한국의 사기 범죄 등이 무지막지하게 늘기라도 했다는 듯 그야말로 '사기'를 친 것이다.

<비즈니스저널>은 한국의 사기 피해액이 43조 원에 달하므로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라고 비난했다. 일단 43조 원이라는 수치는 MBC의 2015년 12월과 2016년 2월의 보도에서 찾을 수 있다(다른 출처는 찾기 어렵다). MBC의 보도는 출처 없이 최근 3년간 사기 피해액이 43조 원이라고 언급했는데,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의하면 2012~2014년의 사기 피해액은 반올림해 35조 원이다. MBC 및 <비즈니스저널>의 숫자와 적잖은 차이가 있다(참고로 대검찰청의 사기 피해액은 수만여 건의 기소된 사건이 아니라, 20만 건 안팎의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한다).

3년 동안의 사기 피해액을 기준으로 한 국가를 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이라고 지목하려면 같은 기간의 세계 단위에서 비교를 해야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저널>은 그런 것 없이 다짜고짜 한국을 폄하한다. 혐한 인종주의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행태다.

게다가 사기 범죄라는 것은 국가간 직접 비교가 불가해 세계 최악의 사기 피해액을 가려낼 수도 없거니와, 어느 정도 공신력이 검증된 자료를 검토해보면 한국의 사기 발생 건수가 주요국 가운데 그렇게 심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사기 범죄가 대수롭지 않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비즈니스저널>의 '날조' 행각은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할 때도 드러난다. 이 매체는 "한국 국민 대다수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행위가 '보편적'이라고 대답했다"는 조사를 제시하며 "한국은 세계 제일의 부패 대국이다"와 같은 한국 비하에 힘을 싣는 근거로 사용했다. 그러나 실제 보고서를 확인해보면, <비즈니스저널>은 보고서를 임의로 오려해 악용했다.

행정연구원은 2000년 이래로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보고서의 조사 중에는 "귀하는 우리 사회에서 민원인들이 업무처리 시 공무원들에게 금품/향응/편의 등을 제공하는 행위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이 있다. 이는 기업체와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2013~2015년 사이 '보편적'이라는 비율은 각각 65.5%, 53.8%, 55%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약간 보편적'과 '보편적' 그리고 '매우 보편적'을 합산한 것인데, '약간 보편적'이 35% 내외이고 '매우 보편적'은 4% 안팎이다.

관건은 인식과 실제 현실이 다르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설문 중에는 "귀하는 지난 1년간 공직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경험이 있습니까?"라는 항목이 있다. 2000~2001년에는 24.8%와 16.2%로 매우 높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개선돼 2013~2015년에는 2.3%, 2.5%, 1.9%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인 2017~2018년에는 0.8%와 0.2%로 조사되며 제도의 효과가 제법 나타나고 있다.

2017년 이후의 '금품 제공 행위의 보편화 정도'에 대한 인식조사를 보면 2017년 38.4%, 2018년 33.3%로 감소하며 현실의 개선이 인식의 개선으로도 반영되는 과정에 있다(참고로 행정연구원은 인식과 현실의 간극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권력형 부패 등에 대한 언론 보도나 주변의 경험담 같은 간접적인 부패 체험은 인식을 현실보다 과장되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공무원에 대한 금품 제공 등이 보편적'이라고 여기는 인식 조사와 그와 같은 행위의 실제 발생 여부에 대한 조사가 판이하게 다르다면, 전자의 인식 조사를 곧이곧대로 인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저널>은 하나의 보고서에서 조사결과를 임의로 잘라내고는, 금품수수 등의 비리가 한국에서 실제로도 보편적이라고 오인하게끔 서술했다. 이영훈을 떠올리게 하는, 통계의 부조적 악용을 통한 인종주의적 혐한의 발현이다.

유언비어는 이제 그만! 
 

5 ‘한국이 사기범죄 세계 1위’라는 헛소문의 근거로 쓰이는 자료이다. 2013년을 기해 인터넷 곳곳에 돌아다닌다. ‘WHO 글로벌 헬스 옵저버토리’라는 출처가 적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한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각종 범죄 순위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 장제우

 
마지막으로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범죄 유형별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사기범죄 세계 1위로 뽑혔다"라는 유언비어에 대해 짚어본다. 정말 웃지 못할 코미디다.

2013년 이래로 올해 7월까지, WHO를 근거 삼아 한국의 사기 범죄가 세계 1위라는 또는 OECD 1위라는 수십 개의 언론보도가 확인된다. 기자는 물론 법조인, 대학교수, 경영컨설턴트, 영어교육 전문가 등 온갖 사람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일본의 블로그에서도 이 내용을 볼 수 있고, 조갑제닷컴의 한 기자가 이를 캡쳐해 인용한 <뉴데일리>의 기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저런 순위를 발표한 적이 없으니 전부 '날조 기사'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 UNODC의 자료와 대조해 봐도 전혀 맞는 게 없다. 아무도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서로가 서로의 허위 기사를 출처 삼으며, 한국의 사기 범죄가 세계 최악이라고 논한 것이다.

날조의 시작은 가십 잡지 <맥심코리아>라는 몇몇 네티즌의 이야기가 있다. 언론도 전문가도 이를 검증하지 않았지만 나무위키, 루리웹 등의 몇몇 네티즌이 수상함을 감지하고 WHO의 범죄 순위가 '주작'(조작을 뜻함)임을 밝히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간베스트'의 한 회원이 가장 확실하게 허위 자료임을 파헤쳤다. 맞다. 그 '일베'다.

인터넷에 떠도는 캡쳐 사진을 보면, 'WHO 글로벌 헬스 옵저버토리'라는 출처 표기 하에 범죄 종류별 국가순위가 나와 있다. 그 가운데 한국은 사기 범죄 1위에 올라 있고 멕시코, 남아공, 인도, 아르헨티나가 뒤를 잇는다. WHO 사이트에서 'Global Health Observatory'(글로벌 헬스 옵저버토리)의 간행물과 온라인 데이터를 뒤져봐도, 이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다.

한국을 '김치국'으로 지칭하는 그 일베 회원은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출처를 질의했지만 누구도 정확한 출처를 대지 못했다고 전언했다. 이 회원은 WHO의 범죄순위를 인용해 책을 쓴 저자에게도 메일을 보냈다. 책의 제목은 우습게도 <한국인의 거짓말>이다.

2016년 11월에 이 책을 발간했던 출판사의 편집부는 '직접 답변하겠다는 저자를 말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답신을 보내왔다. 일베 회원이 공개한 메일에서 당 출판사는 질의를 받은 이후 뒤늦게 글로벌 헬스 옵저버토리의 자료를 확인했고 그제서야 범죄와는 무관한 것임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한국인의 거짓말>을 발행한 출판사는 홍보용 카드뉴스에 이렇게 적었다. "OECD 사기범죄율 1위, 거짓말의 공화국, (2013년 WHO 조사)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우리들의 맨 얼굴이다." 한국인의 거짓말 행태를 꼬집겠다는 책이 검증도 없이 거짓 자료를 가져다가 우려먹은 셈이다. 그리고는 '일베'의 한 회원에게 꼬리가 잡혔으니,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이야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출판사에서 참고했다고 밝힌 출처는 과학수사학 박사인 김정호의 논문 <우리나라 위조범죄의 특징과 대응방안>(2016)이다. 김정호는 조갑제닷컴의 한 기자가 작성한 <뉴데일리>의 기사 <韓國(한국)은 사기(詐欺) 범죄 '세계 1위' 국가>에서 WHO의 (있지도 않은) 범죄 순위를 인용했다고 각주에 첨부했다.

한국의 사기 범죄가 세계 1위라는 출처불명의 엉터리 자료를 두고, 논문을 쓰는 박사를 비롯해 온갖 사람들이 서로서로 허위 자료를 써먹었으니, '정말로 한국은 세계 최악의 사기공화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6 김정호의 논문 중 문제의 지점이다. 박사학위 소지자의 논문에서조차 조잡한 허위 자료가 걸러지지 않았다. ⓒ 장제우

  
참고로, 국내 형사범죄 가운데 사기 발생건수 비율이 1위라는 이야기는 맞는 말이다.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이제 잘 아시겠지만, 한국은 사법 환경상 사기 범죄의 발생건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여타 국가들에서는 통상 절도가 비율 1위를 차지하는데, 최인섭(2005)에서 보았듯이 한국은 남달리 절도의 발생 건수가 적다 보니, 발생 건수가 많은 사기의 비율이 1위까지 올라가게 된다.

(형사범죄 중에서) 사기 범죄율이 1위라는 국내의 공식 통계를 '한국은 사기범죄 세계 1위'라는 유언비어와 연결시키거나, 일본 <비즈니스저널>의 혐한 날조 기사와 엮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보 같은 일이다. 사기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것이 허위 자료에 근거한 사기성 기사라면 또는 '혐한 인종주의'에 이용되는 것이라면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마치며: 이영훈과 임시정부 <독립신문>의 편집국장 차리석 
 

7 이영훈은 독립운동가 동암 차리석 선생이 외증조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차리석 선생의 아들로부터 지적을 받자 외외증조부라고 말을 고쳤다. 동암 차리석은 상해 임시정부의 기관지인 <독립신문>의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항일투쟁에 힘썼던 독립운동가이다. 동암의 후손임을 자랑스러워한다는 이영훈은 과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와 동일한 ‘한국인 비하’ 발언을 한다. ⓒ 장제우

 
지난 8월 13일 치 <동아일보> 기사에는 '100년 전의 이영훈'(?)이 등장한다.

"평균적인 한국인들이 거짓말쟁이라는 것은 악명 높은 사실이다."

이것은 이영훈의 말이 아니다. 3.1운동이 일어났던 1919년, 조선총독부의 기관지 <서울프레스>(Seoul Press)의 기사 중 한 토막을 <동아일보>가 전한 것이다.

최우석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이 고증한 바에 따르면, 조선총독부는 3.1운동 및 일제 탄압의 양상을 해외에 전하려는 한국의 여러 운동을 '과장'과 '거짓말'로 몰아가려는 목적 하에 기관지를 동원했다. 그 일환으로 <서울프레스>는 '한국인은 (거짓) 소문을 전파하는 데 능숙하다'고 매도하는 기사를 냈다.

2019년 현재, 이영훈은 부조적으로 자료를 악용해 "한국인이 거짓말을 잘함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일"이라며 100년 전 총독부의 기관지를 현세로 불러온다. 그는 어쩌면 시대를 잘못 태어난 인물이다. 그가 유용하게 쓰일 자리는 이 시대가 아니라 '일제 강점기'일지도 모른다. 이영훈은 <반일종족주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이 나라의 국민이 거짓말을 일삼고, 이 나라의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게 된 것은 이 나라의 거짓말하는 학문에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자아비판'이라 할 만하다. 이영훈은 그 자신이 거짓말하는 학문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지만, 스스로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사실 '민족'이란 말에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다. 한국의 '헬조선' 면모를 맹렬히 비판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을 찾아 현대의 국제 통계를 공부하는 이로서, 혹시 틀릴까봐 한 마디 말도 늘 조심스러운 이로서 이영훈 같은 부류는 심히 불쾌하다.

이영훈과 같이 '학자 부심'은 부릴 대로 부리면서도 거짓된 자료 인용으로 '아무말'이나 던지는 이는, 그것도 인종주의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이는 정말이지 '극혐'이다. 법이나 오물 투척이 아닌, 우리 사회의 건강한 논의를 통해 이영훈 등이 사회적으로 퇴출되기를 희망한다.

[참고문헌]

- 강정석·고재권. 2015.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 김정호. 2016. "우리나라 위조범죄의 특징과 대응방안".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 제52호. pp. 37~79. 대검찰청.
- 대검찰청. 2013. "2012 범죄분석".
- 대검찰청. 2014. "2013 범죄분석".
- 대검찰청. 2015. "2014 범죄분석".
- 박준희 외. 2018. "한국의 범죄현상과 형사정책". 한국형사정책연구원.
- 서원석. 2014.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 오세영. 2018.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 장지원. 2013. "정부부문 부패실태에 관한 연구". 한국행정연구원.
- 최인섭. 2005. "세계 주요도시의 범죄발생추세 비교분석". 한국형사정책연구원.
- WHO. 2012. World Health Statistics 2012.
- WHO. 2013. World Health Statistics 2013.

- 이두걸·서유미. 2016/02/22.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고소장만 내면 수사해줘… 쉬운 절차가 '고소 공화국' 불렀다. 서울신문.
- 이석우. 2016/02/22.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日, 고소·고발해도 심사 거쳐 3분의2는 반려>. 서울신문.
- 김양진. 2016/02/23.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합의 노리고 고소하는 한국… 80~90%는 중재로 푸는 미국>. 서울신문.
- 김필재. 2016/03/25. <韓國은 사기(詐欺) 범죄 '세계 1위' 국가>. 뉴데일리.
- 송수연. 2016/02/19. <[고소·고발에 지친 대한민국] "돈 갚아" "게임 아이템 내놔"… 100명당 1건꼴 툭하면 고소>. 서울신문.
- 이동준. 2016/06/17. <日언론 "거짓말 만연한 한국, 숨쉬는 것처럼 한다">. 세계일보.
- 이영훈. 2018/05/23. <[이영훈 칼럼] 거짓말하는 사회>. 펜앤드마이크.
- 이영훈. 2019/06/28. <다시 살아난 물질주의 악습…거짓·불신이 정신문화 갉아먹어>. 한국경제신문.
- 양지혜. 2016/06/15. <日경제지 "한국은 숨쉬는 것처럼 거짓말하는 나라…세계 제일의 사기 대국". 조선일보.
- 전강수. 2019/08/14. <'친일파' 비판이 억울? 자업자득이다>. 오마이뉴스.
- 조갑제. 2013/02/12. <거짓말 천국 한국, 거짓 범죄도 일본의 수천배>. 뉴데일리.
- 조종엽. 2019/08/13. <"평균적 한국인은 거짓말쟁이"… 일제의 3·1운동 매도>. 동아일보.
- JTBC. 2016/06/16. <[팩트체크] "한국인은 숨 쉬듯 거짓말"…정말 그럴까?>.
- MBC. 2015/12*16. <[앵커의 눈]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 사기 피해 대처법>.
- MBC. 2016/02/17. <[이브닝 이슈] 저금리 시대, "단기간 고수익" 사기범죄 기승>.

http://hakusyo1.moj.go.jp/jp/nendo_nfm.html
https://namu.wiki/w/%EC%82%AC%EA%B8%B0
https://www.ilbe.com
http://www.index.go.kr(국가지표체계)
https://www.nationmaster.com
https://www.police.go.kr
https://www.who.int

http://www.yes24.com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장제우씨는 조세, 복지, 격차, 주거 등을 주로 공부하며 현재 균형사회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일종족주의 #이영훈 #혐한인종주의 #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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