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조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주장] 조국 사태 둘러싼 사회적 반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9.09.02 16:38수정 2019.09.0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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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8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건물로 들어서며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8월 30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3%가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42.3%는 조 후보자 임명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찬반이 첨예하게 나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조 후보자의 임명을 찬성하는 이들의 말에 주목하게 됐다. 일부 대학에서 있었던 조국 규탄 시위에 대한 반응은 대강 이랬다.

"지금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뭐 했느냐"
"서울대 학생들은 조국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망한 청소노동자를 위하여 촛불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마스크는 왜 쓰고 있냐"
"너희들이 최루탄을 경험을 해봤겠냐"


하나하나 반박하기보다는 이러한 말들이 나오는 사회적 분위기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그렇다. 또다시 '20대 개새끼론'의 등장이다. 청년 세대의 어떤 행동들을 특정한 방식으로 규정하는 과정에서 20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의 총체를 일컫는 표현이다. 

또 다시 등장한 20대 개새끼론, 지겹지도 않습니까

나는 이런 모습들이 박근혜를 탄핵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왔던 시민들의 목소리를 '잘못 이해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망가진 민주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그것을 복구해야 함을 주장하기 위한 정치적인 행동이었지, 특정 정당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답을 내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선 시민들에게 어떠한 선택도 강요할 수 없다. '그럴 때 말고 이럴 때 촛불을 들어야지'라면서 훈수를 두는 것은 촛불집회의 정치적 의미를 독점하는 것이다. 

문화연구자 김선기는 논문 <'청년세대' 구성의 문화정치학>에서 '청년세대'를 향한 고정된 인식이 청년들의 삶을 얼마나 더 어렵게 하는지를 분석한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사회적인 문제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이때 청년세대의 정치적 성향은 기본적으로 진보적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그는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조 후보자를 반대하는' 20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지금 일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국 규탄 시위는 정치적인 집단행동이다. 그러나 청년세대가 자신들과 관련된 정치적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조국을 옹호하는 집단은 자신들의 입장과 다른 정치적 행동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결국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정부'가 임명하고자 하는 장관을 반대하기 때문에 이는 진보적이지 않고, 청년세대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이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이 진보적인지를 논하기 전에 왜 청년세대는 특정한 정치 세력을 지지해야 마땅하고, 그렇지 않으면 비판받아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청년세대를 하나의 균일한 집단으로 상정하고 지향점을 제시해줘야 하는 대상으로 만드는 한국사회의 분위기가 이번 사태에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는 그들을 동등한 민주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가르쳐야 하고 정치적인 의사를 표출하기에는 아직도 미숙한 존재로 대상화하는 것이다.

장관 임명을 비정치적으로 반대하는 방법?

정치적 행동을 정치적이라고, 순수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8월 29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서울대에서 있던 촛불집회에 관련해 "순수하게 집회에 참석한 학생이 많은지, 집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러 온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많은지 확인할 데이터가 없다"고 말했다. 

순수하게 집회에 참여하는 방법이 대체 뭘까? 자유한국당 관계자가 한 명도 없다면 그 집회는 '순수'해지는 걸까? 정의당 당원이나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집회에 있었다면 그건 순수한 집회인가, 불순한 집회인가?

문제는 집회를 주최하거나 참여한 대학생들도 '순수성' '정치적 중립' 등을 언급하면서 최대한 논란을 피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8월 26일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특정 정당과 정치 집단의 정치적 소비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8월 23일 '우리는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조 후보자의 의혹을 청문회에서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청문회 같은 정치적인 요소는 배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사실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데 '정치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탈정치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월호가 그랬고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반대 집회가 그랬다. 그 외에도 다양한 사회 운동들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비판받았다. 오히려 더 정치적일 필요가 있는 목소리들이 들리지 않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탈정치화에 대해 분석한 박홍원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탈정치화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한다. 정치적 갈등이나 의견 불일치는 정치적으로 다뤄야 하는데 정치를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해답을 찾을 순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장관 임명은 당연히 정치적인 사안인데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정치적이라고 비판하는 유시민 이사장이나, 임명을 반대하면서 정치적이기를 주저하는 대학가의 풍경들 모두 이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내는 방법은 아닌 셈이다. 

이 글은 조국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국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기록한 것이다. 조국 사태만큼이나 조국 사태에 대한 각계각층의 반응도 충분히 인상적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모두를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불공정과 불평등을 논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20대 개새끼론'과 '탈정치화'를 짚고 넘어가야 좀 더 나은 방식의 정치적 논쟁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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