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 국면에서 보여준 나쁜 정치

[미래정치칼럼⑭] 깔딱고개 넘은 선거법, 한국당은 왜 '국가전복' 외치며 막았나

등록 2019.09.04 20:38수정 2019.09.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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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개정안 의결 항의하는 한국당지난 8월 29일 오전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영표 정개특위 위원장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장제원 간사 등이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8월 29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90일간 계류된 후, 이르면 11월 27일을 전후로 국회 본회의에 안건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2018년 12월 15일에 여야 5당 원내대표 간 합의문으로 시작된 선거제 개혁안이 지난 4월 29일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후 4개월 만에 정개특위라는 고개 하나를 넘게 되었다.

정개특위 과정에서 재연된 자유한국당의 몽니와 억지

하지만 지난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이 연출했던 '동물국회'의 민낯처럼, 이번 정개특위 과정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끝까지 몽니와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국회법 절차 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은 안건이 지정된 이상 구체적인 법률안 검토를 해당 상임위에서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 즉 '선거법 개정안' 자체를 안건으로 상정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의 여부는 이미 논할 사항이 아니다. 복수의 '선거법 개정안'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본회의에 제출할 법률안을 협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몫은 1차로 정개특위 제1소위원회에 있다. 소위에 제출되었던 선거법 개정안은 총 4개인데 ▲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이 주요 내용인 심상정 안(여야 4당 합의안) ▲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를 270석으로 축소하는 정유섭 안(자유한국당 안) ▲ 지역구 253석 현행 유지하되, 비례대표 63석으로 하여 의원정수를 316석으로 늘리는 박주현 안(민주평화당) ▲ 석패율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운천 안이다.

이 네 가지 개정안을 두고 1소위는 지난 8월 22일부터 5번의 검토, 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김종민 정개특위 안건조정위원장은 다수 의원의 동의를 통해 4개의 안을 모두 전체회의에 이관하여 논의하자고 제안했고, 재석의원 11명 중 7명의 찬성으로 1소위를 통과하게 되었다.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은 전체회의 상정 자체를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그러던 중 자유한국당은 26일, 갑자기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했다. 이는 국회법 57조 2항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안건을 심사하기 위해선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에 따라 여야 동수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다'는 규정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다시 안건조정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그 결과 4개 개정안 중에서 '심상정 의원 안'을 전체회의의 단일 개정안으로 안건 조정할 것을 의결하게 되었다. 자유한국당은 자당이 제안해서 구성된 안건조정위의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다시 헌법재판소에 '안건조정위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몽니와 억지가 끝이 없는 셈이다.

결국 29일 정개특위 전체회의가 개최되었고, 홍영표 위원장은 기립표결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재석의원 19명 중에서 찬성 11표(민주당 8표, 정의당·바른미래당·무소속 각 1표)와 기권 8표(자유한국당 7표, 바른미래당 1표)로 선거제 개편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막말은 또 한 번 회의장을 장식했다.

황급히 회의장으로 들어선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한민국은 국민의 나라야, 어디서 당신들 마음대로 해"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최연혜 의원은 "국가전복 시도"라고 소리 질렀다. 급기야 자유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국회법 해설책'을 바닥에 집어 던지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국회 처리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이고, 초법적이며,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필자가 그렇게 판단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유한국당이 포함된 여야 5당의 원내대표의 합의문 1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에 역행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만을 주장해 왔다. 

둘째, 정개특위에 제출된 4개의 선거법 개정안(자유한국당 안 포함)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없이 초지일관 자당의 '비례대표 폐지, 지역구 축소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셋째, 패스트트랙 지정 후 마땅히 열려야 할 정개특위 회의에 불참하거나 연기, 회의 지연, 축조심사 등 고의적으로 정개특위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오죽했으면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사리'가 나올 정도라고 한탄했을까.

넷째,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의원 감금, 국회의장 방해, 기물 파손, 보좌관 폭언폭행 등 국회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4개월이 넘도록 경찰 조사조차 거부하고 있다. 법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이 불법에만 솔선수범이다.

다섯째, 법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 동료 의원에게 "소수정당이면 가만히나 있지" "무슨 초선(의원)이 진짜" 등 갑질과 막말을 일삼았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국회법 해설서를 집어 던졌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선거법 개정안의 진짜 의미

일련의 상황을 두고 '자유한국당은 처음부터 선거법을 바꾸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탄식까지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는 앞뒤도 맞지 않고, 팩트에 근거하지도 않고, 국회법마저 무시하는 일련의 행태를 일반적인 국민 눈높이에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선거법 개정안에는 어떤 '변화의 씨앗'이 담겨 있는 것일까?

국회에 계류 중인, 소위 '연동형비례대표제'로 불리우는 선거법 개정안은 사실 '보편적인 혼합형비례제'라기보다는 지극히 한국적 특수성이 감안된 선거제도다. 무엇보다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을 50%만 연동시키고, 나머지 50%는 기존의 병립형 배분 방식을 따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구 의석과 비례의석의 비율이 3:1 수준으로, 비슷한 제도를 가진 독일(1:1), 뉴질랜드(1.4:1)에 비해서 현저히 낮은 편이다. 또한 석패율제의 도입은 지역구에 기반을 둔 기성정당의 중진의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개혁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준연동형비례제' 혹은 '한국형비례제'라고 불리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한계성에도 불구하고 연동형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정치 개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네 가지 측면에서 그 개혁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정당득표와 의석점유율의 비례성이 높아짐으로써 유권자의 투표 등가성, 즉 투표심리의 정치적 반응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것은 정치 효능감을 높여주는데, 유권자의 적극적인 투표행위를 견인함으로써 사표 심리를 제어하고, 투표율을 증진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정치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유권자의 정치적 다양성이 표출되는 공식적인 통로가 형성되어 여성, 청년, 환경, 소수자 등 다양한 정치세력화를 촉진할 것이다.

둘째,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될 경우 어떠한 정당도 과반의석을 점유하긴 힘들 것이며, 대신 3, 4, 5정당의 의석수가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의회 내 유효정당 수의 증가는 의미 있는 소수정당의 정치적 효용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즉 양대 정당을 조정, 견제할 수 있는 중도정당의 출현, 원내교섭단체 정당의 증가,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을 견인할 것이다. 이는 극단적인 양당정치를 완화하고, 합의제에 기초한 구조화된 다당제로의 촉진을 이끌어낼 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유연한 의회정치가 가능해지리라 본다.

셋째, 비례의석 수가 기존에 비해 1.5배 증가하고, 권역별 비례의석이 배분되며, 공천과정의 절차적 합리성이 보장될 것이다. 한편 이번 개편안은 독일, 뉴질랜드의 경우처럼 초과의석의 발생을 막는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다. 국회의원 의석 수 증원에 대한 국민 다수의 저항감을 고려할 때,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는 선거제도 설계는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설득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넷째, 선거법 개정안에는 만 18세로 투표권을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담겨 있다. 지난 10여 년 가까이 국회에서 공회전만 거듭하던 투표권 하향 논의가 현실화 단계에 놓인 것이다. 현재 OECD 국가 중 만 18세 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청년·청소년에게 더 많은 참정권과 정치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당이 제시하는 우려인 정치 혼란, 교실 정치 갈등과 같은 문제는 선진국 어디에서도 보고된 바 없다. OECD 중 가장 노회한 국회를 가진 한국정치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2019년 2월 홍대입구 번화가에서 선거법개정 청년청소년행동 활동가가 만18세 투표권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오태양


이제 무지개 국회를 향한 깔딱고개를 넘었다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는 세 번째 중대한 정치 개혁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다. 1992년 지방자치제의 실시로 자치분권은 이미 우리 삶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또한 2004년의 1인 2표제(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도입은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등 소수정당의 정치세력화를 이끌어낸 것은 물론, 선거 시기에 따라 여야 모두에게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연동형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촛불혁명 이후 한층 높아진 시민의 정치적 요구, 즉 '더 많은 민주주의(국민주권), 더 높은 민주주의(경제민주화), 더 깊은 민주주의(숙의민주주의)'라는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소중한 그릇이 될 것이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국민의 대표성과 정치적 비례성을 함께 증진시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개악이라는 비판은 어쩌면 정치적 이해득실과 당리당략에 치우쳐 정쟁의 수단으로서 선거제도를 바라보는 정치편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제도개혁의 정치적 수혜자는 특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선거제도의 변화는 정당체제와 권력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정치주체와 세력관계의 적응과 변화를 견인하기 때문이다.

이제 깔딱고개를 넘었다. 국회 법사위에서 90일의 기간을 모두 채운다 해도 결국 선거법 개정안은 11월 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정한 국회와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둘 때 안심하거나 방심할 수 없는 일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좌초되지 않으려면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도록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선거법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충분히 알려야 한다.  

촛불혁명 이후 첫 선거인 20대 총선은 무지개 국회를 구성해 봄 직하다. 그동안 존재하되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한국사회의 작은 목소리들이 있었다. 이 목소리가 '국회캐슬'을 훌쩍 뛰어넘어 형형색색 우리의 법과 제도 속에 살아 있는 목소리로 스며들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선거법 개정안이 소중한 진짜 이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오태양씨는 미래당(우리미래)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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