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노조 탈퇴 종용 논란... 지부장 단식 돌입

[현장] "탈퇴 공작" 주장에 병원 측 "모두 사실 아냐"

등록 2019.09.03 12:15수정 2019.09.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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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길병원 노조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성욱


2일 낮 12시 30분,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

"노조 탈퇴 공작을 중단하라!"
"노동자의 힘으로 길병원을 바꿔보자!"
"우리가 버텨서 강수진을 지켜내자!"


흰색 가운이나 녹색 유니폼을 입은 60여 명의 간호사·의료기사들이 구호를 외쳤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 나왔다고 했다. 이들 손엔 "직원이 행복해야 환자가 행복하다", "돈보다 생명을", "바꾸자 길병원", "노동 존중 어디 가고 노조 탄압 끝이 없냐" 등이 적힌 피켓이 들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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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강수진 길병원 노조 지부장이 "길병원은 조합원 탈퇴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 ⓒ 김성욱


강수진 지부장 "제가 단식에 들어간 와중에도 병원에선 조합원들 상대로 면담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면담입니다. 양심이 없습니다. 엄중히 경고합니다. 저희 조합원들을 건드리지 마십시오!"

그의 뒤로 '조합원 탈퇴 공작 즉각 중단! 강수진 지부장 무기한 단식농성 4일차'란 현수막이 붙어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 이하 길병원 노조)의 피켓 시위 현장이다. 강수진 길병원 노조 지부장은 지난 8월 30일 길병원 측에 조합원 탈퇴 공작 중단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길병원과 길병원 간호부가 지난 2018년 7월 노조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조합원을 괴롭히며 탈퇴 공작을 자행해 왔다"라며 "민주노총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휴가를 줄 수 없다거나 업무를 주지 않겠다고 하는 등 노조를 와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조합원들 지켜야 했다... 길병원, 공식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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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단식 농성 4일 차인 강수진 길병원 노조 지부장을 만났다. ⓒ 김성욱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가 단식 4일 차인 강 지부장을 만났다. 본관 로비에 은박 매트를 깔고 차린 그의 농성장엔 조그만 나무 책상 하나와 이불 더미가 전부였다. 책상 위엔 노동법 해설서와 책 '미움 받을 용기'가 놓여있었다. "노조가 자랑스럽다", "미안합니다. 건강 챙기세요" 등 간호사들의 응원 메시지가 적힌 공책도 보였다.

- 단식 농성 4일차다.
"더 이상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우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는 정황을 알게 됐다. 주로 신입이나 저년차들을 면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 일상을 고려하면 근무시간에 몇십 분씩 불러내서 탈퇴 면담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시간이 없어서 밥도 못 먹는 게 병원 노동자들이니까. 오죽하면 일하는 것보다 면담이 더 힘들다고 하더라. 심지어 '노조에 가입했다는 걸 너희 어머니도 아시니' 이런 얘길 듣는다는 조합원들도 있었다. 가슴이 너무 먹먹했다. 조합원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 노조의 요구 사항은 뭔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다. 관련자 처벌도 해야 한다.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조직적이고 동시에 노조 탈퇴 공작이 일어나고 있다. 현재 병원과 단체 교섭이 진행 중이지만 이 상태로는 결코 정상적인 교섭을 할 수 없다. 길병원은 조속히 진상을 조사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한 직원들을 처벌해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현재 아직은 자율 교섭이 진행 중이다. 오는 5일 조정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줄곧 자율 타결을 원했고, 그렇게 밝혀왔다. 앞으로는 교섭하면서 뒤로는 노조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휴가를 줄 수 없다'거나 '업무를 주지 않겠다'고 하고 '파업하면 대기 발령시키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되나. 병원이 먼저 정식으로 사과하고 정상적인 교섭을 이어가길 바란다."

길병원 "민주노총 노조 탈퇴 공작? 사실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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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가천대 길병원. ⓒ 김성욱


반면 길병원은 노조가 주장한 '노조 탈퇴 공작' 의혹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병원에서 조직적으로 노조 탈퇴를 강요한 적이 없다"라며 "길병원은 노조 활동을 자유롭게 보장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노동청으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또 '탈퇴 면담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민주 노총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휴가를 줄 수 없다거나 업무를 주지 않겠다, 파업하면 대기 발령시키겠다, 어머니가 노조 가입을 알고 계시냐는 등의 말을 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강 지부장이 다른 곳도 아닌 병원에서 벌써 4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라면서도 "병원에 노조가 민주노총, 한국노총 두 개가 있다. 요즘 같은 시절에 병원에서 한쪽 노조에 가입하라거나 탈퇴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후폭풍이 많겠나. 병원이 노조 탈퇴 공작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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