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민낯 드러난 '조국 기자간담회'

[주장] 11시간 간담회가 남긴 것은 '무한반복 질문'

등록 2019.09.03 11:12수정 2019.09.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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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자, 그동안 쏟아진 의혹에 대해 답하겠다면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9월 2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기자간담회는 다음날 새벽 2시 16분까지 1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인사청문회 대상인 공직후보자가 무려 11시간 가까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생중계를 통해 기자간담회를 지켜본 시민들의 관심은 시간이 흐를 수록 조 후보자보다 기자들에게 쏠렸습니다. 생중계를 보는 다수 시민들의 여론은 '한국 언론사 기자들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로 요약됐습니다.

"밤 10시, 남성 기자 2명이 딸 오피스텔 문을 두드렸다" 
  
조국 후보자는 '공직후보자에 관한 언론의 검증은 필요하지만, 유난히 허위보도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대표적인 허위사실로 '여배우의 스폰서'와 '딸이 포르셰를 타고 다닌다'는 보도를 꼽았습니다.

조 후보자는 "부분적으로 허위가 있다 하더라도 공직자 공인에 대해서는 언론이 비판할 수 있고 검증해야 된다"라며 "언론의 취재 과정에서 완벽한 자료를 취합할 수 없기 때문에 언론 기사 안에 부분으로 허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명백한 허위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그런 비판을 하고 공격을 하는 것은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도를 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딸과 관련된 언론의 취재와 보도 때문에 힘들다면서 "밤 10시 심야에 혼자 사는 딸 오피스텔 앞에 남성 기자 둘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라고 한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딸이 안에서 벌벌 떨고 있다'며 "언론이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야밤에는 딸의 집에 가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기자들이 조국 후보자의 집이 아닌, 딸의 오피스텔에 그것도 밤에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기자들의 과잉 취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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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관련 답변도중 울먹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수만 건의 '의혹' 기사 그리고 기자들의 '무한 반복' 질문

이날 기자간담회장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몰렸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조 후보자 딸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인턴, 장학금, 사모펀드 이슈 등에 집중됐습니다.

11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기자간담회를 보는 시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짜증이 났습니다. 그 이유는 기자들의 질문이 무한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조국 딸의 논문 제1저자 선정 과정과 인턴, 장학금에 관해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조 후보자는 '10번 이상 같은 대답을 했다'라며 같은 질문임을 강조했지만, 기자들은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다시 했습니다.

조 후보자가 기자들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기자들이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고 보여집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보면 앞에 조 후보자의 답변을 듣기는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자신의 질문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마치 남이 써준 얘기를 읽는 듯한 모습도 엿보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한국 기자들의 고질병으로 '질문을 해야 할 때 제대로 질문을 못하는 것'을 꼽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박근혜 퇴임 전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나 G20 서울정상회의 폐막식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폐막 연설 직후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아 중국 기자가 질문을 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수만 건이 넘는 조국 후보자 의혹에 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민들이 날카롭다고 느낄만한 질문이 없었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의 수준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명만 있었다'는 조국 기자간담회, 과연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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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오후 국회에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경향신문>은 3일 1면에 <"없었다" "몰랐다"… 조국의 '해명회'>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조선일보>는 <한밤까지 50차례 "나는 몰랐다">라는 제목으로 조 후보자가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자간담회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언론의 반응과는 결이 달라 보입니다. 오히려 기자간담회를 통해 더는 의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들이 댓글로 나오기도 했습니다.

만약 기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의혹을 제대로 검증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조 후보자도 같은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기자간담회로 조국 후보자는 '면죄부'를 받았다고 봅니다. 인사청문회를 하지 않은 이유가 국회에 있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제기된 의혹이 제대로 파헤쳐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지켜 보는 내내, 검찰 개혁뿐만 아니라 언론에도 개혁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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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진보나 좌파보다는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며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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