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에 혼란 일으켜, 사퇴하고파" 녹취 공개

로이터, 재계인사 만남 자리 녹취 공개... 람 장관 측 "회의 참석 사실이지만 논평 않겠다"

등록 2019.09.03 13:56수정 2019.09.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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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각) 캐리 람 행정장관이 지난주 홍콩 재계 인사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한 발언으로 추정되는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해 공개했다. ⓒ 로이터 갈무리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을 추진했다가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사퇴하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각) 람 행정장관이 지난주 홍콩 재계 인사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한 발언으로 추정되는 24분 분량의 녹취를 입수해 공개했다.

람 행정장관은 "내가 홍콩의 지도자로서 엄청난 혼란(huge havoc)을 초래한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깊이 사과하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와 홍콩 정부에 분노한 수많은 평화적 시위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정치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송환법 추진은 중국 정부의 강요가 아닌 자신이 결정한 것이었다며 "홍콩의 여건에 비춰볼 때 매우 현명하지 못했고, 중국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을 헤아리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녹취에 담긴 람 행정장관의 발언이 그의 공개 발언과 상충된다(at odds)고 전했다. 람 행정장관은 즉각 사퇴와 송환법 완전 철폐 선언 등 시위대의 요구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한편 람 행정장관은 "헌법상으로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이라는) 두 주인을 섬겨야 하는 홍콩 행정장관의 정치적 입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밖에 나가지도 못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라며 "소셜미디어에 나의 행방이 퍼져 쇼핑몰이나 거리에 나가본 적이 없고 미용실에도 갈 수 없다"라고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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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워 집회를 성사시킨 뒤, 폭우 속에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중국, 국제적 체면 중요하게 여겨"... 무력 개입 가능성 부인 

다만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중국은 국제적 체면을 중요하게 여긴다"라며 "(군대를 투입할 경우) 자신들이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일축했다.

최근 홍콩 시위대의 폭력 사태가 계속되자 중국 정부는 홍콩에 인접한 선전에 인민 해방군 소속 무장 병력을 대거 배치했다. 람 행정장관은 "폭력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체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일이 잘 해결될 것이라는 장밋빛 그림을 그리는 것이 순진한 기대일 수 있지만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람 행정장관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라면서도 "람 행정장관이 지난주 재계 인사들과의 회의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로이터통신은 녹취에 나오는 인물이 람 행정장관이 맞다는 것을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로부터 확인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홍콩 정부는 지난 5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서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했으나,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 운동가를 억압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결국 홍콩 행정수반 캐리 람 행정장관이 반대 여론에 밀려 법안 추진을 무기한 보류한다고 선언했지만, 시민들은 법안의 완전 철폐 선언과 람 행정장관 사퇴, 보편적 참정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의 저항이 '반중 사태'로 확산되면서,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전날에는 230여 개 중·고등학교의 학생 1만여 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의료, 교통, 금융 등 21개 업종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캐리 람 #홍콩 #송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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