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피고 밤에 지는 꽃, 속사정 알아보니...

[김창엽의 아하! 과학 21] 초식동물로부터 살아 남으려는 생존전략

등록 2019.09.03 16:43수정 2019.09.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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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시간 꽃이 핀 야생의 데이지. 꽃과 주변 잎들이 확연하게 구분된다. ⓒ 쥐렌 켐프(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꽃들 가운데 낮에 피고 밤에 지는 종류가 적지 않다. 민들레, 나팔꽃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왜 낮에 피고 밤에 지는 걸까? 여러 가지 추측은 가능하지만, 꽃마다 그 이유가 소상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는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데이지꽃이 낮에 피고 밤에 지는 사연이 최근 밝혀져 눈길을 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텔렌보쉬 대학교 연구팀은 일부 데이지의 경우 포식자로부터 살아남으려고 낮에 피고 밤에 지는 진화경로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데이지는 국화과에 속한 꽃들을 뭉뚱그려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 영어로 'She is a daisy'라고 하면 '그녀는 미인이다'라는 뜻으로 통할 만큼 아름다운 꽃으로 인식되곤 하는데, 데이지 가운데는 낮에 피고 밤에 지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대부분 '갈등'을 피하기 어려운 운명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 번식 즉 수분을 위해서는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들을 유혹할 수 있도록 최대한 화려해야 한다. 반면 꽃은 잎사귀와 비교해 대개 영양이 풍부한 까닭에 각종 초식동물의 우선적인 목표물이 될 수도 있다.

일부 데이지꽃이 이러한 '이해충돌' 상황에서 취한 진화전략은 밤에나마 포식자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즉 밤 시간 꽃잎을 오므림으로써 꽃잎과 보통 잎사귀와 구별을 어렵게 했다.

실험 결과 실제로 데이지꽃을 즐겨 먹는 거북이들은 오므린 꽃잎과 일반 잎사귀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데이지꽃의 아랫부분은 녹색이어서 꽃이 오므라들면 밝고 화려한 꽃 색은 온데간데없고, 꽃봉오리는 녹색으로만 보인다.
  

꽃잎이 오므라들었을 때 데이지. 얼핏 보면 잎과 꽃 부분이 색깔만으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 쥐렌 켐프(남아공 스텔렌보쉬 대학)

 
연구팀을 이끈 주렌 켐프 박사는 "거북이 외에 말이나 염소, 카멜레온과 같은 동물들의 눈에도 데지 꽃이 지면 잎사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데이지꽃의 이런 생존 전략은 꽃을 통해 독성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다른 식물에 비해 나름의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꽃들은 화려한 색깔을 뽐냄과 동시에 초식동물에게 위협적인 독성물질을 뿜어낸다. 독성물질 덕분에 꽃은 초식동물로부터 보호되지만, 이런 종류의 꽃들은 벌이나 나비 같은 수분 매개 곤충에게도 좋지 않아 완벽한 생존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낮에 피고 밤에 지는 꽃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피는 꽃보다 사람들에게는 더 서정적이고 생동감 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꽃으로써는 이게 그 나름 치열한 삶의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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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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