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누군가에게 목숨줄"... 광화문역 다시 태어나다

[현장]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식...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시민 위한 것”

등록 2019.09.03 17:15수정 2019.09.0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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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을 마치고 새로 개설된 엘리베이터 2호기를 탑승해 지하철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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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을 열고 새로 개설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 이희훈

 
"엘리베이터는 누군가에게는 빨리 가는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줄, 생명줄입니다."(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9월 3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새로운 이정표가 찍혔다. 광화문역 지하 2층 대합실과 승강장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완공되면서 교통약자가 지상과 승강장 사이를 아무 도움 없이 혼자 이동할 수 있는 '1동선' 역으로 거듭났다.
 
"장애인 투쟁으로 만든 엘리베이터라는 걸 잊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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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을 열고 개설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오후 2시 광화문역 8번 출구 지하 2층 대합실에서 열린 엘리베이터 시승식 주인공도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지난 2014년 10월부터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바라는 시민모임'(아래 '광엘모')을 만들어 투쟁해온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를 비롯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 수십 명이 모여 엘리베이터 완공을 축하했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만 타는 게 아닙니다. 어르신들과 비장애인 이용 비율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건 장애인은 이것 말고는 이동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는 이날 "이 엘리베이터는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서 만들었지만 그 이전에 장애인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것, 목 놓아 함께 싸웠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축하 영상을 통해 "오래 기다려줘서 감사하다"고 장애인들에게 인사한 뒤, "지난 2014년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운동을 계기로 2015년 12월 3일 서울시 교통약자 이동권 선언을 발표했고 오늘 드디어 엘리베이터를 완공했다"면서 "혼자 지하철을 하루종일 다녀봤는데 이동권이 많이 제약돼 장애인에겐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알았다, 이동권 선언을 100% 완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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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을 마치고 새로 개설된 엘리베이터 2호기를 탑승해 지하철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001년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망 사고 이후 광화문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상징 가운데 하나다. 장애인들은 광화문을 중심으로 '장애인 버스 타기', '장애인 리프트 이용하기' 투쟁을 통해, 저상버스 도입과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
 
서울시는 이동권 선언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서울지역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했고,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착공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 지난 2017년까지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와중에 지난해 1월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던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장애인들이 다시 투쟁에 나선 결과, 광화문역 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1월 공사를 시작해 10개월 만에 완공했고, 신길역 엘리베이터도 오는 12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동권은 특정계층 아닌 모든 시민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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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을 열고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축하하는 기념식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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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 진유경 활동가가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역사에서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완공 환영식'에서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광화문역 투쟁을 주도했던 김광이 광엘모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광화문역 휠체어 리프트가 위태하게 움직여 장애인들은 위험을 감지하면서도 목숨을 내놓고 다녀야 했다"면서 "항상 돈이 없다, 시설을 고칠 수 없다는 반대에 부딪혔지만 이대로 리프트에 대롱대롱 매달려 살라는 거냐고 투쟁했고, 앞으로 서울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완공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유모차를 끌고 온 진유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5년째 '유아차(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이동하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이동권 보장은 특정계층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온몸을 사슬로 감은 채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벌였던 박경석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도 이날 "지난 2001년 투쟁 이후 18년이나 걸렸지만 이제라도 완성되니 좋다"며 동료 활동가들과 기쁨을 나눴다.
 
박 대표는 "이 사회는 장애인을 배제하고 설계됐는데, 지하철역 설계할 때 엘리베이터가 빠진 게 대표적"이라면서 "이제 세상을 디자인하고 설계할 때는 우리를 배제하지 말고 처음부터 포함시켜라, 그 시작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라고 강조했다.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장애인이동권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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