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기후위기 비상선포, '기후악당국가' 한국은 침묵"

환경시민종교단체, 정부에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포 촉구

등록 2019.09.04 17:19수정 2019.09.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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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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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환경·시민·종교단체가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한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침묵하고 있다며 정부에 기후 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상황을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4일 150여 개의 환경·시민·종교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 한국은 기후위기에 침묵하고 무책임하며 게으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23일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정부는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라"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스웨덴에서 시작한 학교 파업과 영국의 멸종 저항, 독일의 토지의 종말 등 기후 정의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라며 "이미 영국과 프랑스, 아일랜드 등 10여 개 국가와 뉴욕을 비롯한 900여 개의 지방정부가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폭염과 혹한, 태풍, 해수면 상승, 전염병 확산, 식량 부족 등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기후위기가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라며 "더 이상 흔히 쓰던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라는 안이한 단어로 담아낼 수 없는 현상이 현실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유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권고를 인용해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100년간 산업문명은 지구의 온도를 1도 상승시켰다. 이대로라면 인류 문명을 지탱해온 조건이 10년 안에 붕괴한다"라며 "일부 급진주의자의 주장이 아니라 전 세계 수백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IPCC가 내린 결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8월 IPCC는 인천에서 열린 제48차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지구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들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반을 줄이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해야만 1.5℃의 한계를 지킬 수 있다"라며 "세계 각국이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일지 그 계획을 내년 말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이면 이 지구와 인류의 운명이 어디로 갈지 사실상 결정된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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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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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정부와 국회, 언론을 향해 날 선 말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와 거대정당, 정부와 언론은 기후위기에 대해서 어쩌면 이토록 침묵하고 외면하고 있냐"라며 "2015년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서명한 파리협정문과 2018년 인천에서 채택된 1.5℃ 특별보고서는 도대체 어디다 내팽개쳤나"라고 쓴소리했다.

따라서 이들은 기후위기에 맞서는 요구사항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제 1.5℃를 지키기 위한 시한이 10년밖에 남지 않았고, 이를 위해 사회 각 부문의 과감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비상선언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기후정의에 입각한 대응계획을 세워야 한다"라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범국가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기후정상회담'에 참석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등교거부운동을 시작한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가 2주 동안 대서양을 가로질러 힘겨운 항해를 거쳐 (지난달 28일) 뉴욕에 도착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정상회담에 참석해 10대 환경운동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라"라고 말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의 김찬현 이사는 "기후위기에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기후과학자들이며, 과학적인 근거 자료를 토대로 그동안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면 상당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라며 "인류의 위기가 당장 눈앞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김현우 연구원도 "국제 사회가 기후위기를 인정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는데, 이산화탄소 배출이 높아 '기후악당국가'란 오명을 얻은 우리나라는 침묵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기후위기 특별법 등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6년 영국 기후행동추적(CAT)은 '세계 4대 기후 악당 국가'를 선정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속도가 빠르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나라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 등과 함께 기후악당국가로 지목됐다. 우리나라는 2019년 국가별 기후변화 대응지수(CCPI)에서도 100점 만점에 28.53점으로 조사대상 60개국 중 57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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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비상행동 소속 회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청년그룹 '기후결의'의 박진미 활동가는 "정부는 위기를 묵과하고,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라며 "국가 차원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성미산학교 오연재(17) 학생은 청소년들에게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오는 27일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 '스쿨 스트라이크(School strike)'를 준비 중에 있으며 이날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출발해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라며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하며 이런 행동에 나서는 청소년들에게 이젠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이들은 오는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앞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알리는 1인 시위와 토론회, 강연회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21일에는 서울과 충청, 전북, 경남, 제주 등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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