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캐리 람, 송환법 공식 철회 선언했지만... 반응은 '싸늘'

시위대 "5대 요구 사항 모두 수용돼야... 싸움은 계속된다"

등록 2019.09.05 09:10수정 2019.09.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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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송환법 공식 철회 선언 TV 연설을 중계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갈무리. ⓒ SCMP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4일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의 공식 철회를 선언했다.

홍콩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무기한 보류로 한발 물러섰지만, 공식 철회를 요구하며 홍콩이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 집회를 벌인 끝에 시위대가 석 달 만에 얻어낸 승리다. 

이는 홍콩 자치 정부의 정책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중국 중앙 정부의 결단이다. 오는 10월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홍콩 사태의 장기화로 인한 정치적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갈등을 겪고 있는 데다가 홍콩 경제까지 어려워지면 중국 경제 전체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날 람 행정장관의 선언이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송환법 반대를 넘어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강력한 '반중 현상'으로 확산된 시위대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람 행정장관이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인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과잉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중에서 나머지 4개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 "썩은 살에 반창고 붙이는 격... 끝이 아닌 전환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민주파 시위대는 이날 입법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철회 선언만으로는 지난 석 달간 우리가 흘린 피와 눈물을 보상할 수 없다", "썩은 살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 등의 주장을 하며 람 행정장관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송환법 철회 선언은 끝이 아니라 전환점(turning point)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5대 요구 사항이 모두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움은 계속된다"라고 경고했다.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조슈아 웡도 트위터에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라며 "람 행정장관의 선언은 7명이 희생되고 1200여 명이 체포된 후에야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몇 주 동안 강화된 경찰의 잔혹성은 홍콩 사회 전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라며 '람 행정장관의 철회 선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콩과 중국 정부에 속지 말 것을 촉구한다"하며 "그들은 실제로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한 홍콩 시민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초대해 의견을 나누고 대화할 것"이라는 람 행정장관의 발표에 "시민들과 대화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집회 현장에 오는 것"이라며 "그들은 주말마다 거리에 있다"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신 "시위대 요구 더욱 커져... 추가 조치 내놔야"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영국 BBC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시위대의 요구는 더욱 커졌다"라며 "시위대는 홍콩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와 보편적 참정권 없이는 집회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네이선 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사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우리 삶의 방식을 지키며 경찰의 과도한 권력을 막기 위한 캠페인으로 진보했다"라며 "이를 기반으로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미국 CNN도 "람 행정장관은 이날 선언으로 중국 건국일 전까지 시위가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호주 맥쿼리대학의 중국 연구원 애덤 니를 인용해 "지난 석 달간 사태의 본질은 변화했고, 람 행정장관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등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리 람 #송환법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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