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10년만기제도' 농촌교육 망칩니다

[주장] 교사들 기피 지역에서 경력교사마저 쫓아내다니

등록 2019.09.08 20:19수정 2019.09.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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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울로 다시 들어갈까?"

올해 들어 아내가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내년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진 아내는 경기 북부의 주민으로 살아가는 삶을 그리 탐탁해 하지 않는다. 가장 큰 부분은 아이의 교육환경이다.

나 자신은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교육 활동을 펼쳐가는 교사라고 믿었는데, 아이 관련 문제에서는 철학을 지키기 쉽지 않다는 것을 학부모가 되어서야 깨달았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소신이 있지만,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고자 할 때 늘 고민스러운 것이 교육환경이다.

지역의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교사가 바라보는 교육환경은 학생들의 가정환경과 지역의 교육인프라다. 모두가 강남으로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이유는 강남에 위치한 학교의 교사가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라 중산층 이상의 가정환경을 가진 아이들이 몰려 있고 교육인프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사라는 집단은 서울 강남이든 강원도 산골마을이든 동일한 양성과 선발 과정을 거쳐 임용된 비교적 균질한 집단이다. 이에 어느 지역이든 교사의 질이 떨어져서 교육환경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어수선한 행동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이 다수인가 소수인가의 문제가 교육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교육의 질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교사이기도 하다. 기본능력의 문제이기보다는 어떠한 자세로 교육 활동에 임하느냐는 문제가 교육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신규교사 비율 증가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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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20일 실시한 연천교육지원청의 2019 신규교사 역량강화 직무연수 ⓒ 연천교육지원청

 
필자는 경기 북부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연천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교사이기에 지인들과의 대화에 교육 문제가 자주 이야기되곤 한다. '지역 교육환경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있을까'라는 지인들의 물음에 필자는 교사의 정주비율을 이야기하곤 한다. 교사들이 정주한다는 것은 자신의 아이도 지역에서 키우겠다는 것인데, 이는 교육환경이 좋거나 교사들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교육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은 집단인 교사들이 지역에서 자신의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것만큼 지역의 교육환경을 보장하는 지표는 없지 않을까? 경기 북부는 교사들의 정주비율이 무척 낮은 편이다. 교육환경의 열악함에 덧붙여 생활편의시설 부족으로 교사들이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연천은 교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대표적인 기피 지역이다. 교육 활동이 어렵고 정주여건 또한 도심에 비해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기피 지역에 대하여 승진가산점을 활용한 인사제도로 교사들을 유인해왔다. 

그러나 인사제도로 기피 지역 근무를 유인하는데 따른 폐해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인사제도로 근무를 유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승진가산점 제도가 일부 개정되었다. 그러자 교사들이 연천 같은 농촌 지역에 와서 근무해야 할 필요성이 없어지게 되었다.

근무하고자 하는 교사들이 부족해지면서 연천은 발령자 중 신규교사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등학교의 경우는 심각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군대로 예를 들면, 병장이나 상병은 거의 없고 이등병만 있는 군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뛰어난 성적으로 신병훈련소를 수료한 군인만 모아놓더라도 이등병만 있는 군대는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듯이 학교라는 조직 또한 마찬가지다.

신규교사만 발령받는 지역에 경력교사마저 쫓아내는 제도
 

연천지역 최근 5개년 중등교사 발령현황 ⓒ 이선진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2010년대 초부터 경기도교육청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럼에도 경기도교육청의 특별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기껏해야 지역트랙제라는 이름으로 연천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교사를 선발하는 임용제도를 초등학교에서만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매년 신규교사 비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더니, 2019학년도 신규교사 발령 비율이 초등 84%, 중등 88%를 기록하였다. 10명의 교사가 발령을 받았을 때 8~9명이 신규교사라는 이야기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열악한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교사들은 경기도교육청의 획일적인 10년 만기제도(한 지역에 10년까지만 머무를 수 있고 10년이 지나면 무조건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제도) 탓에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오지 않겠다고 기피해 신규교사만 발령받는 지역에서 기존에 있던 경력 교사마저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내년이면 타지역으로 떠나야 하는 한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그는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며 교사로서 살아가겠노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떠나야만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필자 또한 수년 내에 연천을 떠나야 한다. 제도 도입 후 10년이 임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는 교육 활동에 열정이 강하지만 경력은 부족한 교사도 있고, 열정은 다소 부족하지만 교육 활동에 노련한 교사들도 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만족하거나 부족한 교사들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경력의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게 된다.

그런데 연천의 경우에는 신규교사들은 넘쳐나는데 경력교사는 찾아보기 힘들어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경력교사들도 도시 중심의 정책인 10년 만기제도에 의해 지역을 떠나게 되었다.

'10년 만기제도' 획일적 적용에 따른 부작용

교사들의 원활한 인사이동을 위한 방안으로 만들어진 10년 만기제도에 대하여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획일적 적용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도입 초기부터 있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청은 마을교육공동체를 핵심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해서는 많은 교사들이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며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은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를 중심으로 마을과 협력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자고 앞에서는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마을과 협력하는 교사를 지역에서 내보내는 자아 분열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제도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서 신규교사들이 발령받게 되는 자리에라도 지역에 남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이 수차례 제기되었다. 최근에는 연천교육청에서도 관련 의견을 경기도교육청에 제시하였으나 경기도교육청은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

혁신 교육으로 한국사회의 교육 발전에 한 획을 그은 경기도교육청이 연천에서만큼은 농촌교육을 죽이는 무능한 교육청이 되지 않을까 답답하다. 모두가 근무를 선호하는 도시를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일지 모르지만, 연천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교육을 죽이는 정책이 된다는 것을 경기도교육청의 정책담당자들은 진정 모르는 것일까? 이에 나부터라도 목청 높여 외쳐야겠다.

"경기도교육청은 농촌교육을 말살시키는 획일적인 10년 만기제도를 폐지하라!"
#경기도교육청 #연천교육청 #지역만기 #농촌교육 #신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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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외곽의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등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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