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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비판한 일본 영화 '신문기자', 왜 BIFF에서 못 볼까

[현장]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조직 및 인적 쇄신 "여성 및 신인 감독 적극 발굴할 것"

19.09.05 14:48최종업데이트19.09.0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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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회 부국제' 이용관 이사장, 재도약의 해!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개최기자회견에서 이용관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85개국 303편의 작품 상영과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아시아필름마켓' 등 부대 행사들이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정민

 
올해로 24회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큰 폭의 조직 변화를 통해 새롭게 재도약하는 원년을 선언했다. 블랙리스트 피해 및 보수 정부 압박으로부터 벗어난 지난해 이후 쇄신 의지를 더욱 강화한 것.

4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부산영화제 측은 "25주년을 앞두고 올해 부산영화제가 글로벌 영화제로 도약하는 또 다른 경계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전하며 그간의 변화를 밝혔다. 
 
"OTT 업체 영화도 수용하겠다"
 

▲ '제24회 부국제' 전양준 집행위원장, 다시 시작!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개최기자회견에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개폐막작을 비롯한 상영작과 주요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85개국 303편의 작품 상영과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아시아필름마켓' 등 부대 행사들이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정민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 및 신인 감독의 대거 약진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은 총 85개국, 303편으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줄었지만 이 중 신인 감독의 비중이 40%에 달한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전체 작품 중 27% 정도가 여성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다"며 "좀 더 노력해서 세계 유수 영화제 수준인 35%까지 올리도록 하고, 사회적 소수자 등을 다룬 작품도 (초청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기성 상업영화 개봉작이 주를 이뤘던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변화가 크다. 올해 이 섹션에 초청된 16편 중 10편이 월드 프리미어 즉, 세계 최초 상영작이며 홍상수, 이병헌, 김윤석감독 등을 제외하면 모두 신인 작가 혹은 독립 저예산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감독의 작품들이다. 이에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주류 영화와 담을 쌓겠다는 게 아니라 프레임을 바꾸고자 하는 것"이라며 "다른 세계영화제는 자국 영화제의 자국 영화라고 해도 프리미어 상영을 원칙으로 한다. 이미 개봉한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더 킹: 헨리 5세> 등 넷플릭스 제작 영화가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2017년 칸영화제가 <옥자> 등 넷플릭스 제작 영화를 경쟁 부문에 초청하며 극장협회 측과 갈등을 빚은 이후 이런 OTT 서비스 업체의 작품을 영화제에 초청하는 게 맞는지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었다. 칸영화제는 해당 작품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 입장을 밝혔으나 베니스영화제는 <로마> 등을 적극 초청하며 대조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산영화제 역시 베니스와 같은 원칙을 세운 것이다.  

전 위원장은 "베니스 만큼 친 넷플릭스는 아니지만 작품이 좋으면 부산에서 상영할 것"이라며 "세계의 영화 산업 흐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좀처럼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배급되지 않는 스트리밍 업체의 영화들도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아시아필름마켓은 부산영화제에서 독립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 진행해 오던 부스 마련을 통한 비즈니스 미팅과 E-IP(저작권 및 지적재산권) 마켓을 진행함과 동시에 아시아 콘텐츠 어워드 등을 처음으로 준비하며 아시아 주요 국가들과 콘텐츠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 차승재 운영위원장은 "영화 제작자 출신으로서 부산의 필름 마켓이 다시 시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영화가 거래되는 마켓이 아는 영상 콘텐츠 교류로 전략을 짜고자 했다. 나아가 애니메이션, 웹 기반 콘텐츠 등까지 아우를 수 있게 열심히 할 것"이라 밝혔다.

"일본영화 수급 외교문제와 무관"
 

▲ '제24회 부국제' 전양준 집행위원장, 다시 시작! 4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개최기자회견에서 전양준 집행위원장이 개폐막작을 비롯한 상영작과 주요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85개국 303편의 작품 상영과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아시아필름마켓' 등 부대 행사들이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부산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 이정민

 
차승재 운영위원장은 외교적 문제, 즉 외부 요인으로 부산영화제 마켓이 영향받는 경우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및 한중 관계가 정치적으로 경색되면서 한국영화산업 역시 힘들어지는 일이 많았다"며 차 위원장은 "동남아시아, 아세안이라는 권역 공동체에 주목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와 정치적 갈등을 빚을 나라들이 아니기에 안정적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현장에선 최근 한일관계 경색으로 일본영화 수급이 어려웠던 게 아니냐는 질문도 나왔다. 일본 보수 정당인 자민당을 정면 비판한 <신문기자>(감독 후지이 미치히토)가 왜 초청이 안 됐는지 그간 영화계에서 궁금증이 일었던 상황. 해당 작품은 배우 심은경이 주연을 맡았고, 일본에서는 지난 7월 개봉해 꽤 흥행했다. 다만 아베 정부에 비판적이었으며 대표적 친한파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 초청된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일본영화 수급을 직접 담당한 전양준 위원장은 "일본에 5일간 머물며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게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모셔오는 것이었다"며 "한일관계 악화 전에 일본영화 초청을 90퍼센트 가량 마쳤기에 영화 수급과 외교 관계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이어 전 위원장은 "<신문기자>라는 작품을 꼭 초대하고 싶었다.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를 유지하고 배우들이 한국에 꼭 온다는 조건으로 협의했었다"며 "알고 보니 지난 8월 뉴욕의 한 영화 행사에서 영화를 틀어서 결과적으로는 협의가 틀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올해 부산영화제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기념한 10편의 베스트 영화전,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커뮤니티 비프 행사 등을 준비했다. 기존 행사들이 해운대와 영화의 전당에서 주로 치러졌다면 올해는 해운대 행사를 중지, 영화의 전당과 남포동, 광복동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영화의 전당을 시민들게 돌려드리는 게 우선이었다"며 "그렇다고 부산영화제의 상징과 같은 해운대 바다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우선 순위를 고려해 다시 활용법을 찾을 것"이라 전했다. 

24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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