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홍콩시위 주최측 "송환법 폐지 선언 이미 늦었다"

보니 렁 '민간인권전선' 부의장.... "그저 잠시 기뻐할 일, 4개 요구사항 남았다"

등록 2019.09.05 15:15수정 2019.09.0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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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8일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Carrie Lam)이 홍콩 중앙정부 청사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애 대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너무 늦었다. 캐리 람의 (송환법 폐지) 연설은 답변 시한을 한참 넘긴 후에야 나온 것이다. 2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은 이미 두 달 전부터 해당 사안을 강하게 요구해 온 바 있다."

송환법 공식 폐지를 선언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연설에 대한 홍콩 대집회 주최측(민간인권전선)의 답이다. 앞서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 오후 6시 TV방송을 통해 '홍콩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보니 렁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은 4일과 5일에 걸쳐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송환법 폐지는 그저 잠시 기뻐할 일"이라며 "매일같은 경찰의 폭력성도, 우리가 줄곧 주장해 온 남은 4가지의 요구사항도 해결된 게 없다"고 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100만 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에 이어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이끈 단체다. 아래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송환법 폐지' 발표 후 보니 렁 부의장과 인터뷰 한 내용이다.

"다섯가지의 핵심 요구사항 가운데, 어느 것도 양보할 수 없다" (5 KEY DEMANDS, NO MORE LESS)

-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공식 폐지를 선언했다. 
"너무 늦었다. 공식적인 답변 기한을 한참 넘긴 후에 나왔다. 우리가 공식적으로 요구했던 두 달 전에 답변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두 달 사이에 홍콩 시민들은 정부에 더 분노했다. 더 많은 연령층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거리에 나온 이들은, 자신의 안전과 삶, 미래를 담보로 나온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다는 건 정부에 반대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간절한 거다. 지금의 홍콩에는 희망이 없다.

170만 명, 2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인 집회 현장에서 함께 외치는 구호가 있다. '5 KEY DEMANDS, NO MORE LESS'. 다섯가지의 핵심 요구사항 중, 어느 것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송환법 폐지'도 잠시 기뻐할 일일 뿐이다. 물론 우리는 이 결과를 얻기까지 매우 긴 시간을 싸워 왔지만 아직 남은 4가지는 해결된 게 없다. 우리가 줄곧 주장해 온 5가지의 요구사항은 수백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공통으로 원하고, 갈망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홍콩 정국의 안정을 위해 이 5가지 사항에 대해 모두 답변해야 한다."

(앞서 홍콩 시위대는 ▲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이렇게 5가지 사항을 요구해 왔다.)
  
- 이번에도 시위대가 주장해 온 '독립조사위 구성' 요구는 거부됐다.
"독립조사위 설치는 필수적이다. 홍콩을 다시 정상적인 법치주의 국가로 돌려놓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다. 이것은 경찰과 정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집회에 참여해 온 시민들은 매순간 경찰의 폭력에 직면했다. 경찰이 행사한 폭력은 늘 불필요하고, 불균형적이었다. 피해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장하지 않은 시위대나 보행자, 대중교통 탑승객들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반 시민들까지도 무분별하게 폭행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폭력을 행사한 경찰, 그 누구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캐리 람 정부와 중국 평의회로부터 전적인 지지와 보호를 받고 있다. 홍콩 경찰을 절대 권력으로 자리매김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독립조사위 구성 요구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법행위에 대한 객관적 조사를 시작으로 법과 원칙이 유지되는 사회, 경찰이 법에 따라 행동하는 사회로 돌려놓을 수 있다. 사실 이는 우리의 5가지 요구사항 중 가장 간단한 사안이다. 정부의 명확한 입장 하나로 며칠 안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해 어떤 해결점도 얻지 못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 연설에서 독립조사위 구성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현존하는 감찰조사 기구인) 홍콩 독립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외부 전문가 2명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전문가 5명이 (조사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PCC의 결과에 정부가 완전히 따를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콩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시위대를 비롯한 홍콩 시민들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법안 철회 후에도,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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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의 강경진압 경고에도 불구하고 8월 18일 오후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이희훈

 
- 최근 홍콩 시위가 한층 격화됐다. 이번 송환법 폐지로 변환점을 맞게 될까.
"시위의 폭력성 여부는 전적으로 캐리 람의 대응에 달려있다. 우리(민간인권전선)는 평화시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시위의 진행 방향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상대가 폭력을 행사할 경우 더 과격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이후에도 정부가 지금 해왔던 것처럼 홍콩 시민의 평화적인 항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거나 탄압한다면 시위대 또한 폭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우리는 시위가 이런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기서 캐리 람이 분명하게 나서야 한다. 경찰에 '법에 따라 행동하라'고 해야 한다. 경찰이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해도 법에 따를 것을 계속해서 강조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분노해 있는 시민들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향후 시위는 어떻게 전개될까.
"법안 철회 후에도 시위는 계속된다. 우리는 남은 4가지 사항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어떤 것도 양보할 수 없다. 이미 작고 큰 시위 일정이 계속 예정돼 있다. 네티즌들을 비롯해 시민사회 전체가 우리의 요구를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다. 

정부가 우리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혹은 정부가 요구사항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시민들은 시위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나 또한 집회의 끝이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다. 정부의 행동이 앞서지 않는 이상 홍콩 사람들은 정의를 위해 계속 싸울 거다. 공권력에 희생당한 자들을 대신해서도 싸울 것이고, 홍콩의 미래를 위해서도 계속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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