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벼농사는 영농회사가 대신 한다?

일본 시가현의 추수를 보며

등록 2019.09.06 08:14수정 2019.09.06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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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일본 이곳 저곳에서 벼베기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추수는 콤바인이라는 기계가 도맡아서 합니다. 일본에서 시가현은 비교적 다른 곳보다 벼 베기가 이릅니다. 해발 고도(85미터 이상)가 높아서 일찍 내릴 수 있는 서리 피해를 막기 위해서 입니다.
 

일본 시가현 벼베기 모습입니다. 돈두렁까지 트럭으로 콤바인을 싣고와서 벼베기를 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일본 농촌도 한국 농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도시화, 산업화,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모두 도시 생활, 월급생활에 빠져 있습니다. 일본 쌀값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일부 유명 상표 상품은 비싼 값에 팔리지만 농민들 마음은 예전같지 않습니다.


쌀값뿐만 아닙니다. 이제 일본 농촌에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모두 기계가 사람을 대신한 지 오래됐습니다. 농촌에 남은 사람들도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 영농회사가 농사를 대신합니다. 농민들은 땅만 자기 땅이고 모두 돈을 내고 영농 회사에 맡깁니다. 영농회사는 대부분 최신식 기계를 도입해 해치웁니다. 영농회사 역시 늘 배가 부르지 않습니다. 농민들 말대로 벼 이양기, 콤바인 가격이 벤츠 자동차 값보다 비싸다고 아우성입니다.

마침 일본 시가현에서 벼베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젊은 기사가 콤바인을 제빠르게 운전하면서 논 3천 평 벼베기가 10분 정도로 끝납니다. 올 최신 기종으로 벼 다섯 줄을 한번에 벨 수 있다고 합니다.

논 주인 할아버지는 낫을 들고 콤바인이 마져 베지 못한 구석 벼를 베어서 콤바인 기계에 집어넣습니다. 비용은 얼마나 드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자신의 논이 약 8천 평인데 벼를 베고 나락을 건조해서 현미로 받는 데 한국 돈으로 150만 원을 비용으로 치른다고 합니다. 현미는 자신이나 가족들이 먹거나 팔아야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몫입니다.

일부 정부 영농자금을 받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아예 농사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쌀 농사를 짓는 논은 한 해 농사만 짓지 않아도 다시 농사짓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잡초가 번성하여 여간 없애기 어렵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장마를 중심으로 여름철 비가 집중적을 내립니다. 이 때 논들이 물을 가두어 자연 환경 보호에도 큰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일본 농촌 인구 감소는 일본 정치 판도도 바꿀 것이라고 합니다. 야마구치 출신인 아베 수상을 비롯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농촌 출신이 많습니다. 농촌 출신 지역구를 대대로 이어오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정치 의식을 지닌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일본의 내각책임제에서 내각의 대신 즉 장관들은 3선 이상 의원들이 맡습니다. 이런 이력으로 8선, 9선을 자랑하는 의원도 있습니다. 농촌 인구 감소는 배출하는 정치인 수를 줄이고, 영향력을 약하게 할 것입니다.

농사를 짓고, 쌀로 밥을 지어먹던 시대는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점점 쌀 소비량은 줄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끝은 어디일지 자못 궁금합니다. 
 

논 주인은 콤바인이 베지 못한 구석에 있는 벼를 베서 벼 베기 기계에 집어넣습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한국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벼베기 #논농사 #콤바인 #논 주인 #시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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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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