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 사과 요구한 국회의원, 왜 문자로 욕 먹어야 할까

[조국 사태, 난 이렇게 본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 정확하게 살펴야

등록 2019.09.10 18:48수정 2019.09.1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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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잘못된 체제에서 온전한 삶은 없다."

독일 철학자 아도르노의 말이다. 이 문구가 모든 경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의 교육, 부동산 등의 몇몇 문제에 있어서 이 만큼 상황을 적절히 설명하는 말도 없다고 생각한다.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체제의 문제점을 모두 비판하지만 자녀의 입시 문제가 되면, 그 체제를 떠나지 않는 이상, 서열 체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회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사람은 없다.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어버린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비판하지만 집값 상승을 통한 재산 증식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하다 보니 학원을 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상황으로 이해되고, 부동산 재테크는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이처럼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개인의 입장에서 사회의 제도와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되면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누적되어 계속 악화된다.

보수 기득권자들은 당당하게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진보개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몰래 사교육을 시킨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진짜 있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기득권자는 체제의 불평등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반면, 후자는 비록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체제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조국을 둘러싼 극과 극의 의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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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나는 적어도 조국 교수(9일 대통령은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그냥 교수라고 명명하도록 하겠다)가 자신의 기득권을 아무런 불편함 없이 맘껏 누린 부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지금까지 했던 말과 아주 다른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실망했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지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조국 교수 관련 SNS 글을 보다 보면 - 별로 들을 가치도 없는 - 조국 교수를 극도로 난도질하는 의견과, 그 반대로 조국 교수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하는 의견만 있는 것 같아 솔직히 마음이 불편하다. 어느 한쪽 의견의 글에 거친 반대 의견이 올라오면 한두 번 공방이 이뤄지다가 '여기서 나가라'라는 글이 올라온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 땅의 흙수저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했던 한 국회의원의 의견에도 동감한다. 그런 내 생각이 현실감각이 결여된 것으로 취급 당하는 걸 보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 국회의원이 검사출신이라는 이유로 그의 저의 또한 의심받고 있지만, 그의 말이 조국 지지자로부터  1000여개가 넘는 항의 문자를 받을 만큼 비난받을 행위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조국 교수를 당장이라도 어딘가에 매달고 싶어하는 보수기득권 세력의 광기에 가까운 행동은 결코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조국 교수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학생회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 학생회가 정작 부정한 방법으로 KT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으로 판단되는 국회의원 자녀의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저의가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박사학위도 없는 그가 교수가 되었느니 등등의 정말 말도 안되는 주장을 마구잡이로 주먹 휘두르듯 일단 내지르는 행태를 보면서 황우석 사태 때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저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맹목적으로 달려들던 보수기득권 세력들이야 누가 후보이던 상관없이 격렬히 달려들 사람들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촛불을 들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조국 교수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장관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사회적 문제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며 그가 얻었던 정당성과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조국 교수가 자신이 비판했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강조했던, 잘못된 것이 무엇이고, 사회가 가야 할 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주장이, 10억 원을 얻게 된다면 감옥이라도 기꺼이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조국 교수를 지지하는 그룹에서 많이 나오는 의견은 개인사와 그의 개혁 역량은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와 가족을 둘러싼 문제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가정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함께 무엇보다 시대적 사명의 완수를 위해 그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는 능력 있는 장관을 선택하는 것이지 성인 추대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동의하기 힘든 점은,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그런 잣대로 장관 후보를 뽑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국 장관이 보인 것과 똑같은 행적을 보인 보수기득권 장관 후보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는 뭐라고 할 것인가?

조국에 대한 분노는 기득권 집단에 대한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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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출석한 조국 후보자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 남소연


지금 나타나고 있는 조국 교수에 대한 분노는 조국 교수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에 있는, 권력과 부를 기반으로 법의 경계선에서 그들이 가진 부와 권력의 세습을 추구하는 기득권 집단에 대한 분노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득권을 당연하게 여기던 사람들을 보면서 좌절하다가, 그래도 조국 교수 같은 기득권층도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던 사람들이, '조국 교수마저'라고 절망감을 느낀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잘못된 체제에서 온전한 삶을 살기는 어려우며 조국 교수 또한 온전한 삶을 사는 것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잘못된 체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지난한 노력이 필요한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조국 교수의 모습에서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는 일부 개혁진보 지지자를 그냥 간과해서는 여론을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흙수저 집단'을 통해 자기의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세력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혁진보 입장에 있지만 여전히 조국 교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이들의 마음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요구가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사회'를 개혁하는데 필요한 힘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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