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발목 잡는 고용허가제, 폐지가 답이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①] 안전보건 영역에서 배제되는 이주노동자 실태와 문제점

등록 2019.09.09 17:18수정 2019.09.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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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언론을 통해 산재 사망 등 대형참사 소식을 전해 듣는다. 희생자 명단에서 이주노동자를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지난 7월 31일 발생한 목동 신월 빗물 저류시설 수몰 사고에서 희생된 노동자 중 한 명은 미얀마 청년 쇠 린 마웅이었다. 7월 22일 새벽 강원 삼척시에서 밭일하러 가던 승합차 전복으로 4명 사망·12명 중경상을 입은 사고 피해자의 일부는 태국 국적의 이주노동자(사망 2, 부상 3)였다. 8월 14일 속초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공사용 승강기가 추락해 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는데 사고의 피해자 중 2명은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노동자였다. 그들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와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지 않고 몰래 몸을 숨겨야 했다.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미등록 상태에 있어 단속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런 현실에 대해 이주노동자를 '을 중의 을'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위험의 이주노동자화'라고 빗대기도 한다.

이주노동자 산재통계의 현실

2018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는 3만 3708명으로 이 중 511명이 사망했다.

산재보험에 가입된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률은 1.16%로 정주 노동자(0.18%)의 6.4배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 또한 전체 산업재해율은 2012년 0.59%에서 2016년 0.49%로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6.9%에서 7.4%로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통계조차 정확치 않으며 현실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산재 발생에 대한 보고 의무를 가진 사업주의 산재 발생 미보고(산재 은폐)로 인해 산재보험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노동재해가 현실에 존재한다. 또한 동전의 양면처럼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이주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하지 않을, 아니 못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실제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2017년 12월 이주노동자 2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산업재해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는 '정보 부족', '사업주의 비협조', '보험처리 과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산재보험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 중 65.5%가 '산재보험 신청 방법을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56.6%는 '산재 치료 및 보상 과정에서 설명을 듣기는 했으나 통역이 없어서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52.2%는 '산재 진행 절차 등에 관해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 불안했다'고 답했다. 이러한 산재보험의 보고체계가 갖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의 재해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국가통계라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재보상보험법 제외업종에 많이 종사하는 이주노동자

산재보상보험법의 대상자가 아닌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아예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다. 단적으로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에 누락된다. 농·축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상시 1인 미만의 사업장까지도 산재보험이 적용됐지만 농업은 예외며 상시 근로자가 5인 미만인 사업장은 산재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재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85%는 4인 이하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은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들어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고, 재해 현실에도 반영되지 않는다.

'특히 위험한 일터'로 꼽히는 어업에도 1만 6천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으나 이들의 현실 또한 잡히지 않는다. 20t 이상의 연근해 어선과 원양 어선 선원취업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선원법'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어업 안전재해 감소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산업별 재해율은 어업이 5.56%로 농업 0.9%, 제조업 0.58%, 운수·창고업 0.46%와 비교해 최대 12배까지 위험하다. 부족한 어업 인력을 이주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에서 재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2011년 228건에서 2015년에는 336건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재해율은 5%에서 9%로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국내에서 일하는 어업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40세 미만으로, 언어 소통의 어려움에다 숙련도가 낮은 상태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많이 수행하기 때문에 더 많이 재해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의 현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재해 통계 현황에서 현실에 근거한 정책대안이나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이 제출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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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고용허가제 폐지가 답이다


열악한 이주노동의 현실 타개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고 싶다'는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 이주노조와 이주노동자, 이주인권운동 진영은 무엇보다 '고용허가제 폐지'를 최우선의 과제로 꼽고 활동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대표적인 이주노동자 국내 유입제도인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이 제기되자 그 대안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는 사업주가 허가하지 않으면 원천적으로 사업장을 옮길 수 없다. 자신이 일할 업종, 사업장에 대한 선택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일하던 사업장을 그만둘 자유도 없다.

사업주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는 이직이 가능하지만 이 또한 이주노동자가 사유를 입증해야만 한다. 임금체불과 폭력, 저임금, 장시간 노동, 안전·보건의 취약함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사업장을 옮기고자 할 때도, 사업주가 고의로 이탈 신고를 하면 이주노동자들은 미등록 상태가 되어 하루아침에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한다.

'고용허가제'로 인해 아프거나 다쳤을 때 치료받기를 요구하거나, 산재신청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을 당한다. '더 일할 수 있도록 비자 연장을 해주지 않겠다'며 침묵을 강요하기도 한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고용허가제'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하고 있으나 한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안전은 권리다

2019년 2월 정부는 산재예방 캠페인의 슬로건을 '안전은 권리입니다'로 새롭게 채택했다. 안전이 이주노동자에게 권리로 받아들여지려면 '임금과 근무조건을 자유롭게 협상하고 차별받지않는 것',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권한을 갖는 것',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숙식비로 30만 원가량 공제되지 않고 안전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주거권을 갖는 것', '불리한 노동조건을 타개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 것',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체류자격에 구별 없이 평등한 인권을 갖는 것', '가족과 자유롭게 교류하고 초청할 권리를 갖는 것' 등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에 던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마땅한 요구에 응답하고 이를 보장할 때 이루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손진우님이 작성하셨습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9월호에도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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