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판결 키워드, '성인지감수성·피해자진술' 재확인

대법원 2부, 상고 기각하며 2심 '3년 6개월' 확정... 피해자 폭로 18개월만

등록 2019.09.09 10:41수정 2019.09.09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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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 안희정, 굳은 표정으로 호송차 탑승비서 성폭력 혐의 관련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구치소행 호송차를 타고 있다. ⓒ 권우성

 

대법원이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거론하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유죄를 확정했다. 피해자인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가 지난해 3월 5일 언론을 통해 피해사실을 공개한 후 약 18개월 만의 최종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오전 대법원 1호법정에서 진행된 선고재판에서 안 전 지사와 검찰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수행비서를 상대로 수차례 성폭력을 가한 혐의(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를 받고 있던 안 전 지사는 2심 판결(징역 3년 6개월,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 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대로 실형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피해자를 4회 위력으로 간음하고, 1회 위력으로 추행했으며, 5회 강제로 추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를 두고 1, 2심은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놨다. 1심(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조병구 부장판사)이 안 전 지사의 혐의 10개 모두를 무죄로 판단한 반면, 2심(서울고등법원 형사 12부, 홍동기 부장판사)는 10개 중 9개를 유죄로 판단했다.

피감독자 간음
2017년 7월 30일 러시아 호텔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8월 13일 서울 호텔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9월 3일 스위스 호텔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8년 2월 25일 서울 오피스텔 : 1심 무죄 / 2심 유죄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2017년 11월 26일 관용차 : 1심 무죄 / 2심 유죄

강제추행
2017년 7월 29일 러시아 보트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8월 10일 KTX 열차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8월 12일 서울 호프집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8월 16일 서울 중식당 : 1심 무죄 / 2심 유죄
2017년 8월 중순 도지사 집무실 : 1심 무죄 / 2심 무죄


"피해자 진술, 구체적이며 일관... 모순 없어"

이날 선고와 관련해 대법원은 "피해사실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는 등의 사정에 비추어 신빙성이 있다"라며 "피해자가 범행 전후에 보인 일부 언행 등이 성범죄 피해자라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고 그러한 사정을 들어 피해자의 피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의 지위나 권세는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세력에 해당한다"라며 "여기에 피고인이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간음행위 또는 추행행위 직전·직후 피해자의 태도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은 업무상 위력으로써 피해자를 간음 또는 추행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법리와 관련해 대법원은 "법원이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인지 감수성은 지난해 4월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인용한 바 있다.

이어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해 성폭행이나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 등을 입기도 한다"라며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별적, 구체적 사건에서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대법원은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라며 "위력으로써 간음하였는지 여부는 행사한 유형력의 내용과 정도 내지 이용한 행위자의 지위나 권세의 종류, 피해자의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행위 태양, 범행 당시의 정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법원 관계자는 "1심에서도 성인지 감수성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고 판단의 기초로 삼았다"라며 "다만 2심과 최종결론을 달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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