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노조 총파업 일단 유보... '연장전' 돌입

[현장] 긴박했던 '전야제'... 가면 쓰고 모인 노동자들 vs. "병원이 먼저 죽는다"

등록 2019.09.09 22:37수정 2019.09.1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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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전 8시 4분]
새벽 2시 조정 기한 연장 합의... 파업 일단 유보


가천대 길병원 노사가 10일 새벽 2시께 조정기한 연장에 합의했다. 조정 회의 마지막 날이던 전날 대규모 '파업 전야제'까지 치르며 초읽기에 들어갔던 총파업은 일단 보류됐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아래 길병원 노조)는 이날 오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병원 측은 조정 연장 최대 기한인 24일까지 임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임금체계 개편안에 따라 쟁점 사항을 정리할 것을 권고함에 따라 노동조합이 이를 수용했다"라며 "노사는 오는 24일까지 조정기한을 연장하고 원만한 합의를 위하여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길병원 노조는 "노사는 9일 오후 2시부터 조정 회의를 열어 핵심 쟁점인 적정 임금 보장과 간호 인력 충원, 온전한 주 52시간제 시행을 위한 인력 충원을 논의했지만 양측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면서 "노조는 연장된 조정 기한 내 조합원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대안적 임금체계 마련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길병원 노조 관계자는 이날 오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새벽 소식을 듣고 가슴을 쓸어 내린 노동자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도 파업을 바라지 않고 상생을 원한다"라며 "직전까지 갔던 파업이 보류된 만큼 병원도 합의 타결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고 했다.


[1신 : 9일 오후 10시 37분]
길병원 '파업 전야제'... 임금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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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길병원 노조)가 9일 오후 5시 30분께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가천대 길병원 지부 총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 김성욱

 
류수영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 : "우선 환자 보호자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저희는 결코 오늘 이 자리에 이렇게 앉아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환자들 곁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환자들을 치료하고 진료에 대해 설명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인화 민주노총 인천본부 본부장 : "노동조합 오래 했지만 살다 살다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입니다. 화가 납니다. 병원에서 행사 장소에 가벽을 설치했습니다. 노조 행사에서 뭘 보고 싶다는 건지 회사 직원들이 와서 촬영을 합니다. 오늘 조정,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들 단단히 합시다.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정영민 길병원 노조 사무장 : "우리는 결코 파업을 원한 게 아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타결을 위해 성실히 교섭할 것입니다. 병원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길병원 노조)가 9일 오후 5시 30분께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가천대 길병원 지부 총파업 전야제'를 열고 "조정 마지막 날인 오늘 협상이 최종 결렬될 경우 10일 오전 7시부터 필수 유지 업무 근무자를 제외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부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 회의에 들어간 길병원 노사는 현재(오후 9시 30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만약 이날 노사가 조정에 실패한다면 지난 2018년 12월에 이어 9개월 만에 다시 총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가면 쓰고 모인 노동자들 vs. "병원이 먼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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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 가천대길병원지부(길병원 노조)가 9일 오후 5시 30분께 인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 본관 로비에서 '가천대 길병원 지부 총파업 전야제'를 열었다. ⓒ 김성욱

전야제가 진행된 병원 로비는 간호사, 의료기사, 시설 관리직 등 하얀 가면을 쓴 길병원 노동자 3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돈보다 생명이다, 사람에게 투자하라', '노동 존중, 환자 안전', '실질적인 임금인상', '만들자 행복한 일터'라고 적힌 피켓들이 함성과 함께 춤을 췄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라 노동자다!" 단체 구호와 함께 일제히 휴대폰 불빛이 켜졌다. 조정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나왔다.

길병원 본관 로비에는 이날 오전 병원 측이 설치한 가벽이 세워져 있었다. 가벽 뒤론 길병원 측이 내걸은 '세상에 이럴 수가! 1년에 두 번 파업! 두 달 교섭 후 파업 선동이 최선인가?'란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전야제가 진행되던 중 대형 스크린에도 '15.3% 고수! 수정안 없이 파업 선동! 이대로라면 병원이 먼저 죽습니다'란 문구가 띄워졌다. 노조는 "노조 행사가 예정된 상황에서 가벽을 설치한 것은 노골적으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행사 중엔 노조원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병원 직원들과 노동자들 사이에 짧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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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병원 본관 로비의 대형 스크린에서 '15.3% 고수! 수정안 없이 파업 선동!'이란 문구가 나오고 있다. ⓒ 김성욱

노사는 지난 6월 28일부터 단체 교섭과 조정 회의를 통해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길병원 노조는 ▲ 임금 총액 15.3% 인상 ▲ 간호사와 시설직 등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노동조건 악화로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상시적 간호 인력 모집이 아니라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시설직 등 다른 직종들도 온전한 주 52시간제를 실시하기 위해선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 회의에 참석 중이라 전야제에 자리하지 못한 강수진 길병원 노조 지부장은 개회사를 통해 "길병원은 건물 짓는 돈은 있으면서 왜 환자를 보는 인력들에 대한 지원은 없는 것이냐"라며 "병원은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류수영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도 "길병원은 병원뿐 아니라 주변에 뇌과학 연구소,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엄청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그러면서 과연 직원들에겐 무슨 투자를 하고 있나"라며 "환자를 돌보는 노동자들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환자 존중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

노조는 길병원이 조합원들에 대한 탈퇴 종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노조는 "지부장 단식 농성이 끝난 이후에도, 심지어 재발 방지를 약속한 이후에도 민주 노조 탈퇴 공작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사실상 교섭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

앞서 강수진 지부장은 길병원 측에 조합원 탈퇴 공작 중단을 요구하며 지난 8월 30일부터 본관 로비 단식 농성을 벌였다(관련 기사 : 길병원 노조 탈퇴 종용 논란... 지부장 단식 돌입). 이후 길병원 측이 조합원 탈퇴 강요와 면담 등을 중단하고 관련자를 징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단식 7일 차인 지난 5일 농성이 끝났지만,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길병원 "가벽 설치는 환자 피해 막기 위해... 교섭 마지막까지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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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지부 총파업 전야제' 행사에 앞서 병원 측이 설치한 가벽과 그 뒤에 걸린 현수막. '세상에 이럴 수가! 1년에 두 번 파업! 두 달 교섭 후 파업 선동이 최선인가?'라고 쓰여있다. ⓒ 김성욱

 
반면 길병원 측은 노조가 제시하는 임금 인상률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관 로비 가벽 설치에 대해서는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파업은 서로 잃는 게 많다. 막판 교섭 중인 상황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노조에서 주장하는 15.3% 임금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작년 12월 파업 이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상황이고, 경영 상황이 파업 이전 상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병원은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해 5%의 임금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의 가벽 설치가 노조 활동 방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행사가 예정된 본관 로비도 병원 시설물이고, 지난해 파업 때 환자 민원이 폭주했다"라며 "최소한의 질서 유지와 현장 안전 확보를 위한 차원이었다"고 했다.

강 지부장 단식 농성 이후에도 노조 탈퇴 종용이 계속되고 있다는 노조 측 주장에 대해서는 "단식 농성 이후 병원장이 전체 메일을 통해 노조에 대한 문제 되는 행위를 하지 말 것을 전달했다"면서 "병원에서 노조 탈퇴 공작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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