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법무부는 난민에게 '선물'을 줄 수 있을까

[조국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바란다] 추석에도 난민들의 변함없는 '불안한 지금'

등록 2019.09.14 17:48수정 2019.09.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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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장관. 사진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법사위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지난 6일 국회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후보자는 이란 난민 김민혁군의 아버지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 대해 "아버지가 추방되지 않도록 하는 게 맞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슬람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란 난민 김군은 지난해 10월 학교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 힘입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같은 사유로 난민 신청을 한 김군 아버지는 최근 재심사에서 난민불인정 판정을 받았다.

이날 조국 후보자는 '난민으로 온 이들 중에 자국으로 귀국시, 처형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추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으로 난민에 대한 법무부의 처우가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

난민에 냉혹했던 대한민국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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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난민 쉼터에서 지난 설날 잔치를 하다. ⓒ 홍주민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여러 이름이 떠올랐다. 루렌도, 나세르, 아테프, 모하메드, 아흐만, 아므르... 이들은 내전이나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사선을 넘어 난민 대열에 오른 앙골라, 이집트, 예멘 출신의 세계시민들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추방 당하면 자국에서 전장이나 내전의 한복판에 강제로 징집 당할 수도 있다. 만약 징집을 거부하면 처형될 위험도 따른다. 

이러한 전력의 난민신청자들에게 그동안 한국 정부는 냉혹했다. 그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기는커녕 인도적 체류 지위도 주지 않거나, 아주 심한 경우엔 공항에서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내려 많은 이들이 강제출국 당했다.

지난해 말, 앙골라에서 한국에 온 한 가족(부모와 10세 미만 자녀 4명)이 250여 일 간 공항 안에 구금 당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추방 당해 자국으로 가면 처형의 위험이 있어 결사적으로 강제출국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을 강제로 추방시키려 안간 힘을 다하는, '국경수비대' 역할을 자임하는 이들이 법무부 산하 출입국사무소다. 난민들에게 무소불위의 염라대왕격인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현재 지구촌 안에는 7000만여 명의 난민이 무국적자 신세로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한국 땅에 와 있는 난민 처지의 사람들은 4만여 명을 상회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의 난민 추방 반대 입장은 인권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법무부 수장으로서 당연한 의지 표명이라고 본다. 

하지만 공항 출입국장에서의 입국 거부와 강제추방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고, 입국해 난민 신청 중이거나 거부 당한 이들은 "견디어 내는 삶"을 살다가 추방 당하거나 자원해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단 법무부 장관의 추방반대에 대한 입장표명은 반겨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런 입장표명으로 '평화와 포용'을 표방하는 나라의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처형 당할 위험에 처한 이들만이 문제가 아니라, 박해받고 억압 당할 충분한 근거가 보이는 난민에 대한 포괄적 수용이 필요하다. 가령 내전으로 인해 강제징집의 위험이 너무도 명확한 경우, 난민으로 인정하든지 아니면 인도적 체류허가를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다른 하나의 문제가 제기된다. 가능한 한 추방을 안 하고 이 땅에 살게 한다면, 여기에서 머무는 시간 동안의 삶이 어느 정도 가능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삶이 보장되지 않는 소극적 의미의 난민 처우는 문제의 근원을 비껴간 처방이다. 추석을 앞두고,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는 난민들의 몇몇 구체적인 처지를 잠시 살펴보며 보다 적극적인 난민에 대한 처우 개선을 기대해본다.

지금도 '불안정하게' 살아내야 하는 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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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난민 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마치고. ⓒ 홍주민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 상륙한 예멘 난민 500여 명. 이들의 제주도 입국은 한국 사회 안에 유령처럼 웅크리고 있던 난민의 존재를 전격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들은 오랜 예멘내전으로 인한 강제 징집과 기근에 시달리는 혈족들의 생계를 위해 난민 행렬에 뛰어든 젊은이들이다.

정부군과 반군으로 나뉘어 전투를 벌이고, 남부 분리주의자들도 한 세력을 형성해 분쟁이 끊이지 않는 예멘. 정부군 뒤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아랍연합군, 미국이 있다. 반대편(후티 반군)은 이란과 러시아가 지원한다. 내전의 끝이 보이지 않자 예멘 젊은이들은 자국을 떠났다.

지난해 여름에 온 500여 명 말고도 그 이전 이후에 온 예멘인들이 500여 명이 더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모순된 사안이 있다. 같은 예멘 출신이다. 하지만 전자는 대부분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1년마다 체류 연장하며 취업할 수 있고, 후자는 난민불인정 내지 난민신청자 신분으로 3~5개월마다 체류연장을 하며 어떤 경우는 취업이 불가한 상태로 살아간다. 

후자의 경우가 난민들 중 가장 열악한 처지라 할 수 있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취업불가'라는 스탬프를 받았기에 노동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설령 쥐어진 돈 몇 푼을 고국의 굶주리는 친지들에게 보내려고 해도 은행계좌 개설이 안 된다. 건강보험도 없는 경우, 아프면 참아야 한다.

보통 예멘 난민들은 거의 모두가 일터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왜냐하면 2900만 예멘인 중 2200만여 명이 구호물자에 의해 연명하고 있고, 그중 1500만여 명은 기아 속에 죽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예멘인들은 한 달 벌은 돈의 80%가량을 예멘으로 보낸다.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지금 당장 일할 수 있는 상태다. 다시 예멘이 평화를 찾을 때까지 안정적으로 머물면서 노동해 고국에서 굶고 있는 이들에게 양식을 보내는 것. 이것이 이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지난 겨울에 만나게 된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은 어떠한가. 이들은 내전과 인종차별로 인한 폭력과 성폭행의 상처를 안고 박해를 피해 난민행을 택한 가족이다. 하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이들은 공항 안에 갇힌 신세로 지금까지 250여 일을 공항로비에서 노숙한다. 공항 밖으로 나오지도, 다시 앙골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태로 살고 있다. 영화 <터미널>이 현실 속에서 벌어진 것이다.

이제껏 법무부는 이 가족이 '가짜난민이기에 입국하게 해선 안 된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시민사회와 법조인들의 행동으로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상황까지 발생하게 한 우리 사회가 수치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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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출국장 안에서 지내는 루렌도 가족. ⓒ 주용성 기자 제공

 
난민들을 위한 '추석 선물'은 불가능한 걸까

올해 봄, 법무부 앞 단식농성장에서 만난 이집트 난민들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소개해본다. 이들은 이집트 독재정권에 의해 본국에서 정치범으로 감옥살이를 하거나,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형을 받고 무국적자로 우리 땅에 온 젊은이들이다. 도저히 자국에선 살아갈 수 없어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박해를 피해 온 정치난민들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정치 의식이 강한 이집트 난민들은 길거리에서 항의농성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별 실효가 없다. 

이들의 한국에서의 삶은 어떨까. 한마디로 망망대해에 구명조끼도 안 입히고 떨어뜨린 후 전혀 도움도 주지 않고 한 번 살아보다가 지치면 나가라는 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난민 관련 예산이 27억 원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통역비나 인건비에 거의 대부분이 소요되고 당사자인 난민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다. 

이런 사실은 1년 넘게 난민들과 지근거리에서 살아온 필자가 경험한 것이기에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은 전무했다. 한 가지 불편한 진실을 말하자면, 2015년 80만여 명 난민을 수용한 독일은 그 이듬해 난민 예산을 8조 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국가의 난민 관련 예산은 그렇다 치자. 문제는 난민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각종 비용징수가 과도하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 여름부터 시행된 체류연장 비용 6만 원, 체류 자격 외 활동허가 비용으로 12만 원 등 각종 행정비용이 그 사례다. 난민인정을 받은 900여 명보다 조건이 안 좋은 '인도적 체류 허가자' 2000여 명은 1년에 한 번 체류연장을 한다. 

하지만 수만 명의 난민신청자나 난민불인정자들은 3개월 내지 5개월마다 체류연장을 해야 하기에 이 비용은 만만치 않다. 그리고 불안한 고용상황으로 인해 사업장 변경을 할 때마다 '취직세금' 형태의 체류 자격 외 활동허가비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난민들에게 주는 것은 없지만, 가져가는 것은 많다는 것은 우스우면서도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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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불가' 스탬프가 찍힌 난민불인정자의 출국명령서. ⓒ 홍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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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불인정자는 출국명령서에 유예기간을 3개월씩 연장하며 살아간다. ⓒ 홍주민

 
난민 처지에 있는 이들의 비자는 '기타비자(G-1)'다. 이들이 직면하는 가장 큰 난제는 '일자리'다. 하지만 사업주들에게조차 생소한 기타비자 소지자들은 취업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설령 취업을 하더라도 불안정한 노동조건, 즉 낮은 임금과 숙소의 불결함, 숙소 비용지불 그리고 임금체불 등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며 살아간다. 더욱이 언어소통의 문제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한 채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가장 큰 추석 선물은 무엇일까. 먼저, 단지 자선과 시혜가 아닌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최소한의 삶의 조건이다. 앙골라에서 온 루렌도 가족은 공항 밖으로 속히 나오게 해야 한다. 공장 일을 하며 버는 임금의 대부분을 고국에 송금하는 난민들은 보다 안정적으로 일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직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난민들은 일자리를 찾게 해줘야 한다.

그 다음으로, 난민 처지의 세계시민들과 전제없이 소통하며 지역에 기반한 공감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난민들에게 이번 추석은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뤄지길 바란다. 난민들을 포용하고 평화를 나눈다는 것은 최소한의 안정적 체류조건과 노동을 통한 양식이다. 이역만리 떨어진 이국땅, 강제징집을 피해 동족들을 위한 생계를 위해 가방 하나 메고 온 친구들에게 이런 손 건넴이 가장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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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 신학대학원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개신교 신학부 박사 한신대 연구교수 역임 한국디아코니아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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