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 뚜껑'이 뭐라고...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이탈리아 여행기]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벽면에 있는 '진실의 입'

등록 2019.09.15 11:46수정 2019.09.1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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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 스틸컷 ⓒ 패러마운트영화사


판테온 신전을 나와 포로 로마노 유적지로 가던 중이었다. 길가에 사람들이 늘어서 있었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왔던 '진실의 입(The Mouth of Truth)'이 있는 곳이라 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1953년 개봉해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은,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명작 중 하나다. 로마 시내 곳곳에 산재한 영화 촬영지는 이제 로마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그리고 촬영지는 가는 곳마다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흑백영화로 개봉한 지 6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영화가 바로 <로마의 휴일>이다. '진실의 입' 앞에서 앤 공주역의 오드리 헵번이 펼치는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기자역의 그레고리 펙과 함께 이들이 펼치는 짧은 사랑 이야기는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위력

1955년 어느 날, 로마 바르베르니 궁전을 빠져나온 공주역의 오드리 헵번은 자신의 신분을 잊고 일탈을 꿈꾸며 로마의 일상을 즐긴다. 딱딱하고 어렵기만 한 궁전에서는 항상 바른 말과 행동만을 해야 했던 그녀였다. 그러나 하루동안 궁을 빠져나와 로마에서의 짜릿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거짓말이 필요했다.

일반인처럼 행동하는 이런 모습의 공주를 길거리에서 발견하고, 기자역의 그레고리 펙이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금방 친해진 이들은 스쿠터를 함께 타고 로마 시내를 종횡무진 신나게 질주하다 경찰서에 연행된다. 여기서 '결혼하러 가는 도중이었거든요'라고 거짓말을 하며 용케도 위기를 모면한다.

그레고리 펙은 이런 모습의 그녀를 진실의 입으로 데려간다. 여기서 거짓말을 하면 손이 잘리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장난치던 그레고리 펙의 코믹한 모습은 압권이다. 그리고 그녀에게 손이 잘린듯한 모습을 보여주자 화들짝 놀라는 오드리 헵번의 행동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해준다.

'진실의 입'은 애써 찾지 않아도 어디 붙어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로마 시내 중심부에 자리 잡은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벽면에 길게 늘어선 행렬 때문이다.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은 지금의 '밸런타인 데이'가 유래하게 된 성 발렌타인의 유골이 묻혀있는 성당이다.  

진실의 입에 새겨진 원형의 얼굴 석상은 원래 코스메딘 성당이 아닌, 길 건너편 헤라클레스 신전의 하수구 뚜껑이었다. 진실의 입에 새겨진 석판 부조는 해신 트리톤의 얼굴이다. 진실의 입은 크기가 지름이 160cm 되는 석판이다. 입의 크기는 20cm 가량 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그 입에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는 석판이다. 그래서 이름이 '진실의 입'이다. 그 안에 손 한번 넣으려면 통상 한 시간은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영화 한 편의 위력이 대단함을 새삼 느낀다.

영화 <로마의 휴일>에 잠시 나온 한 장면을 연출해보려고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구경은 뒷전이다. 관광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울퉁불퉁한 해신 트리톤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입속에 손을 금방 넣지 못하고 넣었다 뺏다를 반복한다. 여러 번 반복을 거듭한 끝에 결국은 손을 깊숙이 들이밀고는 사진을 찍는다.

그것도 한 사람당 잠시 몇 초간의 시간 밖에 할애되지 않는다. 뒤편에 길게 늘어선 줄 때문에 오랫동안 사진 찍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 일행들은 긴 행렬에 어안이 벙벙해졌고, 쇠창살 밖에서 얼굴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헤라클레스 신전의 하수구 뚜껑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진 하수구 뚜껑인 '진실의 입' 모습 ⓒ 한정환

 
해신 트리톤의 얼굴이 담긴 둥근 돌판은 기원전 4세기경에 만들어진 하수구 뚜껑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진실의 입'이 하수구 뚜껑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중세 때 심문 받던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려도 좋다'고 서약한 데서 유래한다. 실제로 당시 고약한 영주들 중 어떤 이는 자신의 눈 밖에 난 이들을 음모에 빠뜨리기 위해 이 방법을 사용했다. 판단을 한답시고 손을 넣게 해서 실제로 잘랐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산타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 벽면에 설치된 '진실의 입'에서 실제 손목이 잘려 나간 사람은 없다. 하지만 만일 진짜로 손이 잘리는 입이라면 과연 몇 사람이나 그 안에 자신 있게 손을 넣을지 궁금하다.

[참고문헌]

조영자 <재미있고 신비로운 지중해 3국과 유럽여행기>
정보상 <유럽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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