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양육모들의 특별한 추석맞이 외출

추석 맞아 분주한 미혼양육모 보호시설 '생명누리의 집'

등록 2019.09.11 18:28수정 2019.09.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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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누리의 집 미혼모들이 만든 석고방향제 생명누리의 집 엄마들은 추석을 맞아 공방에 가서 석고 방향제를 만들었다. 공방 선생님도 시설에서 퇴소한 미혼양육모여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날 만든 방향제들은 카드와 함께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달되었다. ⓒ 정현주

 
생명누리의 집은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미혼양육모 보호시설이다. 이곳에서 미혼양육모들은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아기와 함께 머무른다. 

9일 월요일, 추석 사흘 전의 생명누리의 집 테이블에는 똑같이 생긴 석고 방향제가 30개쯤 놓여 있었다. 이날 포장이 끝난 택배 상자들에 담겨 우체국으로 떠난 50개의 방향제 뒤에 남은 것들이다. 날이 습해서 말리는 데 애를 먹었다는 석고 방향제들은 하얗고 예뻤다.

지난 주 수요일 생명누리의 집 엄마들은 미혼양육모들의 자립작업장인 공방으로 나들이를 갔다. 아직 돌이 안 된 아기들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온종일 돌보다 보면 심리적, 물리적 에너지가 모두 방전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때로는 이렇게 아기와 떨어져서 외출하는 날은 홀가분하기도 하다. 물론 두고 온 아기가 걱정되는 마음도 있지만.
 

지난 어린이날 생명누리의 집 엄마들이 쓴 캘리그래피 생명누리의 집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명절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며 보낸다. 지난 어린이날에는 미혼모 자립취업장에 있는 미혼양육모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캘리그래피수업도 했다 ⓒ 정현주

 
그래도 안심하는 이유는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지원 사업인 아이돌봄 지원 서비스를 통해 기관에 파견되는 돌보미 분이 아기들을 봐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방에 가서 3시간 동안 석고 방향제를 만들었다. 방향제 만드는 곳이 미혼양육모들이 강사로 활약하고 있는 자립장이어서 더 뜻깊은 시간이었다. 정성껏 만든 방향제들은 닷새간 잘 말린 후 카드와 함께 포장해서 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명절 선물로 보내졌다.
 

애착 인형 지난 8월 1박 2일으로 다년온 캠핑에서 또다른 양육미혼모 선생님을 모시고 만들었던 애착인형. 아기들은 엄마가 만들어준 애착인형을 매우 좋아해서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다. ⓒ 생명누리의 집 제공


 이날 저녁엔 또다른 특별한 외출준비로 생명누리의 집이 분주했다. 추석을 맞아 식구들이 다 함께 외식을 하기로 한 것.

이보다 앞선 지난 주 토요일에는 시설에 있다가 퇴소한 미혼양육모들의 자조모임 회원들도 명절을 맞아 즐거운 나들이를 했다. 생명누리의 집에 있는 아기들과 달리 자조모임의 아이들은 4~6 세 정도가 많아서 아쿠아리움에 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식사도 하고 물고기를 보며 엄마들도 아이들도 행복했다.

추석 당일에는 한 가정만 본가에 갈 뿐 나머지 가정들은 본가에 갈 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 그래서 당일은 조금 쓸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중한 생명으로 세상에 와서 아기가 처음 맞는 추석을 지켜주는 엄마도 아가도 아름답다. 추석이 다가오는 생명누리의 집은 달처럼 하얀 향기를 가득 품고 있었다.

 

생명누리의 집 식구들의 명절맞이 외출 생명누리의 집 식구들은 추석을 맞아 외식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 김소흔

 
#미혼모 보호 시설 #양육 미혼모 #미혼모 명절 #미혼모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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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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