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치명적인 '하자', 가장 좋은 해결책은 없애는 것

9일 국회 토론회... "내성천이 스스로 망가지면서 댐 결함 증명"

등록 2019.09.11 20:11수정 2019.09.1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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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영주댐 토론회 장면 ⓒ 이상돈의원실

 
2016년 시험담수 이후 녹조창궐이 반복되면서 지난 2018년 봄부터 담수를 포기한 영주댐에 대한 철거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을 존치한 채 1099억 원을 추가로 들여 수질개선 사업을 벌이겠다는 용역 결과를 내놓은 것에 대한 무용론도 나왔다.

지난 9일 이상돈 국회의원, 낙동강네트워크,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영주댐 현황점검 및 처리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영주댐에 대한 시민사회와 정치권,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영주댐의 담수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인사말] "시커멓게 썩은 물이 내성천으로 흘러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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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낙동강 상류 경북 영주댐. ⓒ 권우성

 
이상돈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영주댐의 목적은 낙동강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는데 2016년, 2017년 시험담수 때 심한 녹조를 만들었고, 방류한 탁수는 내성천과 낙동강의 수질부담을 가중시켜 지난해 봄에 시험담수를 중단했다"면서 "댐을 만든 목적이 상실됐음에도 댐 준공 후 올해까지 쏟아 부은 건설비용 340억 원을 비롯해 댐 운영과 수질관리 등의 명목으로 수백억 원대의 국민 혈세를 추가로 쏟아 부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정욱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도 "영주댐에 물을 담수한 결과, 흉측한 녹조 물과 시커멓게 썩은 물이 내성천으로 흘러들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아름답고 깨끗한 모래강 내성천이 영주댐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기에 댐의 처리에 대한 시급한 정책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주댐이 낙동강 수질정화용수 공급용 댐으로의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은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에서도 이어졌다. 최근 영주댐을 다시 담수하고, 영주댐을 존치한 채 수질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쓰려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발제] "영주댐, 존치하면 예산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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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관련 낙동강 현장조사팀이 지난 8월 30일 경북 영주댐 상류 내성천 모래톱에서 '내성천 SOS' 현수막을 들고 있다. ⓒ 권우성

 
이날 발제를 맡은 백경오 국립한경대학교 교수는 "감사원의 자료에 따르면 4대강사업 때 대규모 준설이 이뤄졌고, 그 뒤 금강의 재퇴적률은 28.8%에 달하는 데, 낙동강은 4.1%에 그쳤다"면서 "낙동강에 많은 모래를 제공해 온 내성천이 유사조절지와 영주댐에 막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이어 "영주댐으로 차단된 모래는 상주보 상류뿐만 아니라 낙동강 중상류 하상복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는 현재 추진 중인 낙동강 재자연화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영주댐을 그대로 두면 수질개선을 위한 불필요한 대책을 수립하면서 예산을 낭비할 것"이라면서 "영주댐에 도수로를 신설해 유역변경방식으로 안동댐과 연결하거나 영천 도수로를 통해 금호강 유지용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예산만 낭비하는 불필요한 토목공사"라고 비판했다.

[토론] "영주댐 처리방안 논의 위한 협의체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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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되기 일년 전인 2016년 5월 27일 내성천 회룡포 찾은 문재인 대통령. 그날 정수근 기자와 함께 내성천을 걸으면서 4대강사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거라고.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토론자로 나온 이준경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은 "현 정부 초기 환경부는 영주댐 문제에 대해 폭탄돌리기를 하다가 2018년 7월경 4대강 조사평가단이 발족할 때에도 대통령 훈령으로 영주댐 문제는 빠졌다"면서 "심각한 수질악화를 야기하고 내성천의 수생태계를 파괴하는 영주댐의 처리방안에 대한 원칙과 절차 공론화를 위해 10월 중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현정 박사(국토환경연구소 연구원)은 "수자원공사는 '영주댐 수질관리대책 추진계획'을 제출하면서 1099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는데, 이 계획에서 댐 운영 시 갈수기 낙동강은 수질개선이 가능하나 하절기 녹조저감시설을 위한 유역 오염 저감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영주댐 직하류의 수질자료를 보면 공사전 생화학적산소요구량이 '매우 좋음' 등급을 유지했지만 시험담수 기간에는 한겨울에도 '좋음' 등급을 달성하지 못했고, 이런 물을 낙동강에 공급해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남준기 내일신문 기자는 "댐 본체 준공이 끝난 다목적댐이 몇 년째 담수율 0.3%에 머물고 있고, 댐의 맨 밑바닥에 있는 수문(배사문)까지 다 열어놓은 영주댐에 국민 세금 1조5천억 원이 들어갔다"면서 내성천 수계 수질 조사 결과를 제시한 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하준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영주댐 처리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질, 수생태, 유사 등에 대한 과학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낙동강 본류에 미치는 영향과 동식물 서식환경의 변화 분석 등에 대한 기초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면서 "환경부는 영주댐 처리원칙 및 구체적인 처리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적극 지원하고 필요하다면 제도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로어]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까지 재담수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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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라떼 영주댐1급수 내성천이 댐을 지어 물을 가두자 심각한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낙동강 녹조라떼보다 더 지독한 녹조라떼의 강이 되어버렸다. 이건 MB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행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영주댐이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는 데에 공감했다. 지정토론을 마친 뒤 플로어에서 수자원공사 낙동강 권역부문 사업계획처 임병민 처장이 발언을 하면서 새로운 쟁점이 나왔다.

"2016년 영주댐을 준공한 뒤 17%정도 밖에 담수해본 적이 없다. 녹조가 발생해서 댐을 개방했다. 그런데 시설물의 하자보수보증기간이 3년이다. 올해 12월까지 물을 채워서 시험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하자가 생길 경우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며, 수자원공사가 감사를 받고 관련자도 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시험담수 조기이행에 협조해주셨으면 한다."

임 처장의 주장처럼 영주댐 시설물 중 발전설비의 경우 오는 12월20일로 준공 이후 3년간의 하자담보 책임기간이 만료된다. 따라서 EL.154.7m 높이로 물을 채워서 발전기를 돌려보지 않으면 진동, 소음, 발열, 기름유출 등 발전설비 시공상의 하자에 대한 추후 무상처리가 불가능할 수 있다. 또 하자보수에 국고가 투입되면 댐 관리자로서의 책임추궁 및 징계도 따를 수 있다.

이에 박하준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도 "영주댐 하자보수 기간 중에 이를 체크하지 못하면 담당자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시험담수라는 행정절차부터 처리하고, 영주댐 문제에 대해서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기석 신부(종교환경회의 대표)는 "4대강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수많은 우려가 쏟아졌음에도 국민들에게 돈만 내라고 하면서 밀어붙였다"면서 "영주댐의 폐해가 드러난 상황인데 책임을 지고 반성해야할 사람들은 그대로 있고 국민들에게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정욱 교수도 "수조 원을 들여 수질개선용 댐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또 수질 개선을 위해 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할 것"이라면서 "연말까지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소회] 하자보수 위해 재담수? "이미 치명적인 하자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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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에서 백로들이 평화로이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기자도 이날 토론의 발제자로 참석했다. 지난 8월 30일부터 31일까지 내성천을 취재한 내용을 '영주댐과 내성천 현장르포'라는 제목으로 보고를 했다. 영주댐으로 인해 내성천의 수질이 악화되는 현장과 명승 19호 선몽대와 명승 16호 회룡포의 국보급 모래톱이 자갈밭과 잡초밭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발표했다.

[관련기사] 추악한 몰골로 변해버린 국보급 명승지, 범인은 '유명인사'

이날 토론에서는 1조1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혈세를 투입한 영주댐이 무용지물이 된 이유와 근거가 제시됐다. 영주댐으로 인해 내성천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 그 심각성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1099억 원을 들여서 영주댐의 수질개선 대책을 마련한다는 수자원공사의 용역결과에 부정적이었다.

토론 마무리 때 돌출한 영주댐 재담수 요청은 향후 댐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는 주요 현안이었지만, 시간관계상 깊이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나는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다음과 취지로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시험담수를 해서 댐의 하자를 발견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난 2~3년간 영주댐에는 존치 여부를 가를 수 있는 심각한 하자가 드러났다. 내성천은 스스로 망가지면서 영주댐의 심각한 하자를 증명했다. 영주댐 발전기의 하자를 발견해서 몇 푼 아끼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만약 영주댐 시험 담수가 재개된다면 수문을 다시 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그 다음 단계는 수자원공사의 용역 결과처럼 수질 개선을 위해 효과도 불분명한 1099억 원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귀결될까 우려된다. 댐의 작은 하자를 발견하기 위해 수문을 다시 닫을 게 아니라 댐의 치명적인 하자를 바로잡기 위해 영주댐의 존치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토론회를 마친 뒤 일부 참석자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하는 시간에도 이 쟁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수공 참석자가 주장한 것처럼 지금부터 담수를 시도하면 12월 20일까지 하자 문제를 시험할 수 있는 정격수위에 오를 수 있느냐를 두고 2016년 시험담수 자료를 검토한 후 일부 참석자들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과거 시험담수 착수일인 2016년 7월 8일 댐 수위는 133.09m이고, 2016년 12월 31일 댐 수위는 143.32m로 약 6개월간 수위가 약 10m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금 시험담수를 시작해도 하자보증기간 만료일인 12월 20일까지 종합시운전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요건인 정격수위 154m까지의 수위 차는 약 30m이다. 4개월 동안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이상돈 의원실의 박용훈 작가는 여기에 한 문제를 더 지적했다.

"영주댐 공사 이후 현재 내성천이 변화하는 속도로 볼 때 시험담수를 다시 강행할 경우 댐 공사 이후 눈에 띄게 달라진 내성천 생태계의 변화가 더욱 가속화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시험담수는 법적 이행조치가 아니라 수공 내부에서 정한 제도로 알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한 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서는 아름다운 모래강인 내성천이 불필요한 댐으로 인해 더 이상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에 와서 새삼스런 조사자료를 확보한다고 담수할 게 아니라 이제는 영주댐 처리에 대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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